조희연 교육감 "자사고 평가 아닌 법개정으로 폐지 논의해야"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6.27 12:15

-27일 '교육감 2기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밝혀

  •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이 제2기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예지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이 제2기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예지 기자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과를 교육부가 부동의할 경우) 권한쟁의는 '쿨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내달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발표를 앞두고, 취소 결정에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교육청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2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 2기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에 대한 평가 결과를 내달 10일쯤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서울에 가장 많다. 전국 42개 자사고 중 24곳이 평가를 받는데 이중 13곳이 서울에 있다. 경희고, 동성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하나고, 한대부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등이다. 간담회에서 조 교육감은 "13개 자사고에 대한 보고서가 교육청에 도착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라는 시대정신의 흐름이 있다고 생각해, 그 기조 안에서 엄정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지정 취소를 목적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다"라며 "자사고 적정 탈락률도 확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를 평가가 아닌 제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현재는 자사고 폐지를 5년 주기의 재지정 평가를 통해 진행하고 있지만, 자사고의 설립 근거를 법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것. 그는 "(17개 시도교육청의 자율적인 평가가) 예상치 못하게 공정성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제도적 폐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자사고 운영 조항은 한시성에 근거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근거로 자사고의 법적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61조를 들었다. 초중등교육법 61조는 1항은 '학교교육제도를 포함한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아니하는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평가 이후에도 자사고가 지속적인 학교 유형일 수 있는지는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내달 자사고 재지정 평가 발표 시, 점수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점수 발표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며 "재지정 평가 이후에도 청문, 지정운영회 등의 일정이 남았기 때문에 '(이에 앞서) 점수를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조 교육감은 "교육청에서 평가점수를 비공개하더라도 개별 학교에는 통지하기 때문에, (기자들이)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면 평가 점수는 결과적으로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부동의할 경우 권한쟁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행정기관 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사법적인 해결을 구하는 게 어떻게 보면 '쿨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청에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 자사고 측에서는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할 것으로 본다"며 계속될 혼란을 예견했다. 다만 "(아직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권행쟁심판 청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자리에서 그는 또 다른 논란의 중심인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발전 방향을 내놨다. 그는 "혁신학교에 ICT 통합 학습 환경을 결합해 '혁신미래학교'를 만들겠다"며 "혁신학교의 2단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혁신미래학교는 수업과 평가, 학급 운영, 교무 행정의 모든 교육 활동이 '테크놀로지 통합 환경'에 기반을 두고 이뤄진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극 도입해 미래교육 선도할 계획입니다. 학생들은 IT기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학습은 물론, 학교 안팎을 뛰어넘는 유비쿼터스 학습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왼쪽부터 서울시교육청 박건호 교육정책국장, 조희연 교육감, 정해철 교육행정국장, 백정흠 평생진로교육국장. / 최예지 기자
    ▲ 왼쪽부터 서울시교육청 박건호 교육정책국장, 조희연 교육감, 정해철 교육행정국장, 백정흠 평생진로교육국장. / 최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