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평가 D-1’ … 현장선 “부담만 늘어” 한숨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6.11 15:16

-인증·불인증 ‘자율평가’→등급 나눈 ‘의무평가’
-보육교사 “바뀐 지표 안내 위한 교육도 부족해”
-원장 “8월 개정 앞둔 누리과정과 혼선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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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전국 어린이집의 질 관리를 위한 의무평가 시행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4만여 개 어린이집 가운데 그간 평가를 받지 않았거나 인증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어린이집이 우선 평가대상이다. 평가를 앞둔 일선 어린이집은 바뀐 평가지표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고, 등급제로 인한 부담만 증가했다는 분위기다.

    이번 평가는 2006년 처음 실시한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를 의무로 전환해 시행하는 첫 평가다. 신청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평가인증제와 달리 전국 어린이집 3만7815곳(올해 4월 기준)이 모두 평가를 받는다. 기존 4개 영역, 21개 지표, 79개 항목을 축소해 4개 영역 18개 지표, 59개 항목을 평가한다. 신청한 어린이집이 평가비용을 부담했던 것과 달리 정부가 참여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평가를 마치면 A~D등급을 부여하고, C·D 등급을 받으면 질 관리를 위한 사후컨설팅을 받도록 했다.

    11일 보육계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평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바뀐 평가지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실제 평가를 준비하는 보육교사는 바뀐 평가지표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보육교사는 “바뀐 평가지표를 어린이집 관계자들에게 설명하는 진흥원의 교육 설명회가 4일부터 열리고 있다”며 “적어도 시행 한 달 전에는 마쳤어야 할 지표교육을 이제서야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흥원은 지난 4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전국에서 21차례 바뀐 평가지표 교육 설명회를 진행한다. 그러나 지역당 한 차례에 불과해 일선 어린이집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은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도는 기초단위별로 나눠 실시하지만, 지방은 한 차례 집합교육만 실시하고, 교육장의 거리도 멀어 교육에 참여하기도 어렵다.

    평가 방식도 이전과 다를 바 없어 보육교사의 업무부담도 여전할 것이란 우려다. 앞서 평가인증제 실시 당시 보육교사들은 평가에 대비해 서류를 만들고 교구를 제작하느라 밤을 새우거나 야근을 하는 등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별로 돌보던 아이들을 한 데 모아 돌보면서 보육교사들이 분담해 평가를 대비하는 모습도있었다. 서울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김미정(가명·32)씨는 “보육교사가 사비를 들여 교구를 사는 관행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며 “평가지표를 줄이는 것에 앞서 보육교사가 보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는 평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을 경영하는 원장이나 설립자의 입장은 엇갈렸다. 일부 어린이집 원장은 평가에 대한 부담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호소했다. 인증과 불인증으로만 구분했던 평가인증제와 달리 의무평가에 등급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한 사립 어린이집 원장은 “낮은 등급을 받아 사후컨설팅까지 진행하면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과거와 달리 어린이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소가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김인숙 죽림어린이집 원장은 “지표 변경 뒤 처음 시행하다 보니 다소 어려움은 있겠지만 어린이집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평가”라며 “아예 없었던 평가를 신설한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장 혼란도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원장은 7월 고시를 앞둔 누리과정이 이번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새 누리과정은 ‘놀이 중심의 보육’을 영유아 보육과정의 철학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번 평가는 교육을 강조했던 기존 누리과정에 기반을 둔 평가다. 김 원장은 “놀이 중심의 보육을 준비한 어린이집이 평가위원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거나, 평가를 대비해 다른 교육과정을 만드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은 “새 누리과정의 중점요소를 평가위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염려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평가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오는 7월 현장평가를 받을 어린이집을 확정해 통보하고, 9월부터 현장평가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