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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남양주 '광릉숲' 일반 개방

남양주=오누리 기자

2019.06.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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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년 만에 열린 신록의 산책길
'비밀의 광릉숲' 거닐어볼까?

봉선사~국립수목원 3㎞ 구간 숲길 조성
식물 6000종·조류 175종·포유류 20종 서식
숲 훼손 막기 위한 최소한의 구조로 만들어

산책로 중간엔 쉬어갈 숲속 도서관 마련
연구사 "자연 사랑 마음으로 걸어주길"

550년 넘는 세월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비밀의 숲'. 유네스코(UNESCO)가 '세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생태계의 보고(寶庫). 경기 남양주 일대에 자리한 광릉숲은 이렇게 불린다. 오랜 시간 아무나 발을 들일 수 없었던 미지의 숲에 최근 일반인도 걸을 수 있는 고즈넉한 산책길이 열렸다. 지난 3일 찾은 광릉숲은 훼손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자연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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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보고' 광릉숲에 550년 만에 산책로가 열렸다. 일반 시민 누구나 찾아와 광릉숲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 남양주=김종연 기자

500년의 자연 품은 광릉숲

'수도권의 허파'로도 불리는 광릉숲은 경기 의정부·남양주·포천에 걸쳐 있는 국가 소유 산림이다. 지난달 25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남양주 봉선사부터 포천 국립수목원까지 3㎞ 구간에 이르는 '걷고 싶은 광릉숲길'을 일반에게 공개했다.

광릉숲의 역사는 조선 제7대 왕 세조(1417~1468)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릉숲 일대는 세조가 즐겨 찾던 사냥터였다. 1468년에는 이곳에 세조의 능(광릉)이 조성됐다. 이때부터 광릉숲은 조선 왕실이 관리하는 왕릉 부속림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다양한 생명이 살아 숨쉬는 광릉숲은 지금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 왔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덕분일까. 500여 년 동안 훼손 없이 보존된 광릉숲에는 현재 6000종 넘는 식물이 자생한다. 이날 산책로 주변에서 큰까치수염·가침박달·금꿩의다리 등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와 쉽게 마주쳤다. 잣나무·음나무·층층나무 등 나무마다 이름표가 걸려 있어 야외 식물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류 175종, 포유류 20종, 곤충 3920여 종도 서식한다. 6월이면 성충이 돼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슴풍뎅이는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산책로 곳곳에서 뱀과 두더지가 파놓은 작은 구멍도 볼 수 있었다. 수목원을 찾은 김미연(34·포천)씨는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곤충과 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자녀와 함께 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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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산책로를 조성할 때 나무를 베거나 옮겨 심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산책로 바닥 중간 중간에 구멍을 뚫어 원래 나무가 있던 자리를 보전했다. ②광릉숲 산책로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봉선사천. ③산책로 중간 지점에 마련된 숲속 도서관.

나무 한 그루도 베지 않고 조성해

광릉숲길은 광릉숲에 날아든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산새소리 정원, 어린이들이 뛰놀 수 있는 단풍숲과 놀이터, 유유히 흐르는 봉선사천(川)을 감상할 수 있는 물의정원 등 10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산책로 중간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숲속 도서관도 마련됐다. 슬슬 다리가 아파질 때쯤 멈춰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 읽어도 좋다.

광릉숲 산책로는 숲 가장자리에 조성됐다. 이경미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숲 깊숙한 곳에는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산다"며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숲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구조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숲의 훼손을 줄이려는 노력은 또 있다. 산책로를 만들 때 숲에 자생하는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베거나 옮겨 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연구사는 "산책로 주변에 뾰족한 나뭇가지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일부 고사목(죽은 나무)만 잘라냈다"고 했다.

500여 년 만에 인간에게 너른 품을 활짝 연 광릉숲. 아름다운 숲과 오랫동안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연구사는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강조했다. "정해진 산책로를 벗어나거나 풀을 뽑는 등 자연을 훼손하는 행동은 삼가주세요.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광릉숲을 지킬 수 있어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걸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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