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스마트 스터디와 마블의 시작은 에듀테크?
기사입력 2019.06.04 17:10
  • 에듀테크 시장이 어렵다고 합니다. 항상 그래왔습니다. 에듀테크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처음 제가 에듀테크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교육에서 멀어져야 돈을 번다'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을 정도지요.

    사실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오늘은 얼핏 생각하면 에듀테크라 보이지 않지만, 에듀테크를 베이스로 성공을 거둔 두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스마트 스터디입니다. 스마트 스터디 김민석 대표는 IT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렇게 배운 IT 노하우에 삼성출판사의 콘텐츠를 담아 시작한 회사가 바로 스마트 스터디지요. 스마트 스터디의 시작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영어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전형적인 에듀테크 업체였습니다.

  • 스마트 스터디의 대표작 ‘핑크퐁’ (출처: 핑크퐁 공식 홈페이지)
    ▲ 스마트 스터디의 대표작 ‘핑크퐁’ (출처: 핑크퐁 공식 홈페이지)

    스마트 스터디는 영상을 통해 새 언어를 배우는, 자연스러운 콘텐츠에 주력했습니다. 특히 동요 등 음악 콘텐츠에 집중했지요. 음악이 지루할 수 있는 교육을 즐겁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아기 상어'는 한국을 넘어, 빌보드 차트에까지 오르는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교육을 아이들에게 최대한 쉽게 전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상, 음악, 게이미피케이션 등 기술을 넣은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전달할 내용을 최대한 알기 쉽게 알려주는 방법에 집중해 성공한 또 하나의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 작고한 마블의 편집장 '스탠 리'입니다. 그는 스파이더맨, 판타스틱 4, 엑스맨 등 현재 마블의 대부분 캐릭터 탄생과 시나리오에 참여했습니다. 지금까지 마블 캐릭터들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요.

    엉뚱하게도 스탠 리는 에듀테크의 초창기에 크게 활약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스탠 리 또한 다른 청년과 마찬가지로 미군에 징집되었습니다. 스탠 리의 만화책 스토리 작가 경력을 알아 본 군대는 그를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부서에 편입했습니다. 당시 미군은 급박한 저냉 상황에서 많은 병사를 최대한 빨리 훈련시켜 전장에 보내야 했습니다. 이 군사 훈련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스탠리의 글솜씨를 활용한 거지요.

    스탠 리는 전 세계의 미군 기지를 돌아다니며 교육 시스템을 체계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글쓰기는 물론, 본인의 장기인 만화, 심지어 당대에 최신 기술이었던 영상까지 모든 매체를 동원했지요. 이를 통해 스탠 리는 빠르게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술을 더욱 갈고 닦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스탠 리는 다시 만화업계로 돌아왔습니다. 이 때 미군의 초창기 에듀테크 보직을 맡은 경험이 스탠 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자신이 주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감을 만화책 제작에 적극 활용한 거지요.

    덕분에 신화적이고 모호한 일반적인 만화와는 달리, 스탠리가 지휘하는 마블의 만화는 '흑인 차별 문제' '10대의 불안함' 등 유독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강했습니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사회적 이슈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스탠 리의 노력이 자연스럽게 마블 만화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전달력. 적극적인 사회적 메시지. 모두 지금의 마블 영화에까지 이어지는 마블만의 특색입니다. 에듀테크 업계에서 닦은 콘텐츠 제작 능력으로 탄생한 스탠리의 마블이 에듀테크에서 얻은 노하우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지배하게 된 셈입니다.

    교육은 또한 엔터테인먼트이기도 합니다. 즐겁지 않으면, 억지로 공부하기 어렵습니다. 에듀테크가 성공하려면 어쩌면 교육 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교육적인 내용을 가지되, 그 어떤 엔터테인먼트보다 재미있게 만든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에듀테크 업계의 경험을 살려 흡입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 스터디와 마블의 사례에 주목해봄직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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