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캠퍼스 달리는 공유 킥보드 … 관리·안전 앞에서 일시정지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5.30 10:49

-전동 킥보드·전기 자전거 타고 분당 요금 앱 결제
-“이용 끝나면 방치, 강의실·식당에 놓고 가” 눈살

  •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을 손쉽게 빌려 탈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가 대학가에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조선일보 DB
    ▲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을 손쉽게 빌려 탈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가 대학가에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조선일보 DB
    #. 서울대 경영대학에 재학 중인 박인수(가명·23)씨는 요즘 등교할 때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전동 킥보드를 빌려 탄다. 꽉 찬 셔틀버스를 타기 싫어 걸어도 봤지만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기 때문. 결국 수업에 지각하고 나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를 알게 돼 이용하고 있다. 박씨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요금도 비싸지 않아 앞으로도 이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을 손쉽게 빌려 탈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가 대학가에 속속 자리 잡고 있다. 대학생의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점차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안전사고를 우려해 이용을 제한하는 대학도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는 정해진 장소에 비치된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 등 개인 이동수단을 자유롭게 탑승해 이용하고 정해진 시간에 따라 이용요금을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따릉이’와 유사하지만, GPS 장치를 설치해 사용을 마친 장소에서 이용을 종료하면, 서비스 업체가 나중에 수거한다는 차이가 있다. 일부 업체들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학 정문 앞 등에서 전동 킥보드를 대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29일 대학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는 관악구와 서대문구, 성북구 등 대학가에 집중돼 있다. 영남대와 대구대 등 면적이 큰 지방의 대학에서도 유사한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업체들이 대학을 타깃으로 잡은 것은 대학생이 수업을 듣기 위해 짧은 시간 내에 자주 이동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이용이 잦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대학생의 이동 특성을 반영해 분당 100원대의 요금을 책정해 싼 가격에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약 10여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서대문구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 일레클을 비롯해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학생을 타깃으로 대전에서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알파카, 서울대 학생을 타깃으로 한 스윙 등이 대표적이다.

    석용우 알파카 이사는 “사업 구상 시부터 대학생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했다”며 “대학생이 밀집한 지역이라 수분 내에 저렴한 요금으로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밝혔다. 특히 셔틀버스가 있는 대학이라도 일부 학생은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습관이 형성돼 앞으로도 이용률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 개인 이동수단 사용이 늘면서 대학 캠퍼스 풍경도 변하고 있다. 전공도서를 끌어안고 걷는 학생 사이를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를 탄 학생이 바쁘게 지나가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22)은 “대학 특성상 건물 간 거리가 멀고 언덕이 많은데 걸어서 이동하면 20분 걸릴 거리를 3~5분 만에 이동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 편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23)은 “자주 이용했던 셔틀버스가 항상 만원이라 불편했다”며 “기다리지 않고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연세대는 보행자 통행이 많은 백양로에 전동 킥보드 등의 운행을 제한했다. /최예지 기자
    ▲ 연세대는 보행자 통행이 많은 백양로에 전동 킥보드 등의 운행을 제한했다. /최예지 기자
    하지만 대학가에선 개인 이동수단 관리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정해진 반납장소가 없다 보니 캠퍼스 곳곳에 전동 킥보드 등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 거치대에 함께 놓는 경우도 있지만, 건물 지하 주차장이나 계단 입구 등에 무질서하게 서 있는 경우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업체들이 통상 오후 7시 이후 캠퍼스를 누비며 킥보드 등을 회수하고 있지만 거치장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의실까지 들고 왔다가 두고 가는 사례도 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를 다니는 한 학생(19)은 “다음 강의실로 이동할 때 사용하려고 건물 안에 들고 왔다가 놓고 간 적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학생식당 안까지 들고 갔다가 두고 나와 다른 학생들의 불만을 사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 밖에도 운전 중 배터리가 방전돼 길가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전동 킥보드의 경우 최대 시속 25㎞로 달릴 수 있어 부딪히면 다칠 위험도 크다. 게다가 헬멧 등 안전장비 대여도 잘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가 부상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등 기후가 악화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더 커지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도 날씨에 따라 대여를 하지 않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전문제가 강조되자 일부 대학은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에 대해 강경한 대처를 하기도 했다. 고려대는 지난 23일 학생공지를 통해 “혼잡한 학생이동이 빈번해 킥보드에 대한 안전 문제가 제기된다”며 “전동 킥보드를 대여하는 업체에 사용자의 운전면허 확인과 보호장구 착용을 장려하도록 요청하고 사고 시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요구했다”고 안내했다.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학내 진입을 불허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화여대는 전동 킥보드 안전과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아예 진입을 제한했다. 인근의 연세대도 학생이동이 잦은 백양로에서 전동 킥보드 등을 탈 수 없도록 한 안내문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