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나이가 어디 있나요”…평생학습 실천하는 사람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5.24 10:25

-‘공부열전: 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출간
-각 분야 전문가 11명의 평생학습 경험담 담아

  • ‘100세 인생 시대’에 평생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최근 각 분야의 전문가 11명의 평생학습 경험담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제목은 ‘공부열전: 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일가를 이뤘음에도 전문가들이 꾸준히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에게 배움은 온전히 자신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더불어 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매일 꾸준히 신문을 보며 지식을 쌓는다는 김용택(71) 시인은 공부를 ‘공동체와 자연 안에서 사람이 되어가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즉, 공부를 통해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터득한다는 얘기다. 인문학자 도정일(78)씨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개인이 지키고 유지해야 할 가치를 구분하기 위해서도 학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평생학습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도 함양하게 해준다고 했다.

    정성헌(75)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은 평생학습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이러한 자세를 바탕으로 마음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저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는 식으로 마음공부를 합니다. 애들과 대화가 안 되면 애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며느리와 대화가 안 되면 며느리 입장에서 생각하지요. 이렇게 끊임없이 마음공부를 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

    나효우(57) 착한여행 대표는 여행을 통해 평생학습을 실천하고 있다. 2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이 특히 인상깊었던 경험이다. “5일간 120㎞를 걸었는데 짐으로 어깨가 짓눌리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일도 고통스러웠어요. 하지만 혼자 묵묵히 길을 걷다 보니 머릿속에 얽히고설켰던 문제들이 하나 둘 정리되더군요. 그 덕에 출발 당시 가졌던 열 가지 고민 중 꼭 해결해야 할 한두 가지 일들만 마음속에 남긴 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제게는 자아성찰의 시간이 됐던 거죠.”

    전문가들은 공부 과정에서 느낀 재미가 학습을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서재경(72) 남도학숙 원장은 ‘흩어진 지식을 하나로 연결하는 즐거움’에 매료돼 틈만 나면 고전을 펼쳐본다고 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누가 어떤 사상을 내놓았다는 단편적인 지식은 있어도 그 사상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당대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고전을 시대순으로 읽으니 흩어진 정보의 파편들이 하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사실을 몸소 경험한 셈이다.

    “파편적으로 정보를 갖고 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기분이 들었어요. 지식이 정리되고 완성도가 높아지니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죠.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도 유용했고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배움의 기쁨을 다른 사람들도 살면서 한 번쯤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그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꾸준히 독서하며 평생학습을 실천하는 역사학자 강만길(86)씨는 젊은 학자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평생학습을 한 사람으로서 말해준다면, 너무 시류를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현실과 떨어져서는 안 되지만 현실에만 아부하다보면 진실되지 못한 학문을 할 수 있거든요. 현실을 정확하게 알고 얼마만큼 이를 밝혀내는지가 중요한 겁니다. 학문은 무조건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