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첨삭 넘어 대필까지 … 경력이직도 컨설팅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5.22 10:00

-헤드헌팅 한 갈래로 출발해 ‘커리어패스’ 강조하며 성장
-이직과정 패키지부터 자소서 1건 등 방식·금액 천차만별

  • 대입과 취업에 이어 직장인의 이직을 도와주는 컨설팅 업체가 성업하고 있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를 첨삭지도 하고 나아가 대필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양수열 기자
    ▲ 대입과 취업에 이어 직장인의 이직을 도와주는 컨설팅 업체가 성업하고 있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를 첨삭지도 하고 나아가 대필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양수열 기자
    #. 지난 2월 중소기업 회계직원으로 일하는 김소연(가명·36)씨는 최근 기업의 경영상태가 악화돼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신입 시절이 까마득해 서류를 준비하기 쉽지 않았다. 반복된 업무만 담당하다보니 내세울만한 포트폴리오를 쌓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들었다. 텅 빈 자기소개서를 보며 한숨짓던 김씨는 이대로 경력이 단절될까 두려워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의 눈에 이직을 전문으로 컨설팅한다는 블로그가 눈에 띄었다.

    대입과 취업에 이어 직장인의 이직을 도와주는 컨설팅 업체가 성업하고 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처음 마주하는 ‘경력기술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이직을 준비할 시간이 없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를 첨삭지도 하고 나아가 대필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17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직장인 이직 컨설팅 업체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15년경으로 본다. 업계에선 이직 컨설팅을 기업의 의뢰를 받아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 알선해주는 헤드헌팅의 한 갈래로 보기도 한다. 실제 일부 컨설팅 업체는 헤드헌팅 기업에서 일하던 이들이 차리기도 했다. 헤드헌팅 업계에서 관록을 쌓은 관계자들이 ‘커리어패스’를 강조하면서 독립하거나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력이 상담소를 차리는 형태다.

    ◇ 2030세대, 이직경력 쌓는 ‘커리어패스’에 주목

    이직 컨설팅 시장이 형성된 배경은 늘어난 이직 수요다. 이직플랫폼 원티드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블라인드가 지난 1월 직장인 9470명을 상대로 이직활동을 조사한 결과 24%가 이직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직을 준비하지 않는 직장인도 ‘이직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28%) 또는 ‘어떻게 준비하는지 잘 모르겠다’(16%)고 응답했다.

    게다가 최근 이직자들은 단순히 회사를 옮기는 것을 넘어 이직을 통해 ‘커리어패스’를 만들려는 목적도 생겼다. 커리어패스란 직업경로를 뜻한다. 기업이 만족스럽지 않아 이직하기보다, 부족한 경험을 쌓거나 강점을 더 강화하기 위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한다는 이야기다. 게임 개발자로 입사해 개발경력을 쌓은 뒤 의료관련 업체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후 의료관련 창업을 하는 식이다.

    글쓰기 자체의 어려움 때문에 이직 컨설팅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이직을 고민한다는 5년차 직장인 이현민(가명·34)씨는 “학교나 대학을 다니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글을 연습한 경험이 없었다”며 “이직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인데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직 컨설팅 시장의 주요 대상인 2030세대가 컨설팅 등 사교육에 익숙하다는 점도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광고회사를 다니는 8년차 직장인 박윤아(33)씨는 “대학에 갈 때 입시 컨설팅을 받은 경험도 있고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각종 컨설팅을 받았기 때문에 이직 컨설팅에 돈을 지불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 예약 뒤 자소서 보내면 첨삭 … 요구 따라 대필도

    이직 컨설팅 업체의 컨설팅 방식은 단순하다. 이직을 원하거나 고민하는 직장인이 미리 예약을 하고 업체를 찾아오면 대기하던 컨설턴트가 상담해준다. 사무실이 아닌 카페에서 만나는 경우도 많다.

    강남역 인근의 이직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사무실을 임대해 상담자를 받기도 하고, 미리 약속을 잡아 카페 등에서 만나기도 한다”며 “업체당 통상 1~2명 내외의 컨설턴트가 함께 활동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홍보는 주로 인터넷 블로그나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한다.

    서비스는 업체에 따라 다양하다. 이직을 결심하는 첫 단계부터 이직을 완료한 때까지 컨설팅을 해주는 곳도 있고, 이직에 필요한 서류작성만 돕는 곳도 있다. 패키지 서비스를 신청하면 상담을 마치고 미리 작성한 입사 서류를 제출한 뒤 첨삭지도를 받는다. 경우에 따라선 미리 입사서류를 보낸 뒤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첨삭지도를 마치고 지원을 한 뒤 면접준비도 도와준다. 곳에 따라 이직을 성공한 뒤 연봉협상을 돕는 경우도 있다. 앱을 이용하면 얼굴을 보지 않고 자기소개서 등 첨삭만 하는 업체도 있다.

    한 직장인 이직 컨설팅 업체는 퇴사·이직 고민부터 연봉협상 완료까지 모든 단계를 컨설팅해주고 100만원을 받았다. 부담이 된다면 각 과정만 따로 받을 수도 있다. 자기소개서 첨삭에 20만원, 경력기술서 첨삭에 30만원 등 가격은 따로 매긴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직 과정 전체를 컨설팅해주는 업체는 드물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실제 상담자가 이직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가장 많은 것은 입사서류를 첨삭지도하는 업체다. 서류 1건당 가격을 매긴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비싼 곳은 첨삭지도 한 건에 20만원을 호가한다.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상담 없이 온라인으로만 첨삭지도를 하는 업체는 자기소개서 한 건에 약 6만원, 경력기술서까지 포함하면 10만원을 요구한다.

    대필을 해주는 곳도 많다. 일부 업체는 아예 대필을 강조하며 광고를 하기도 했다. 과정은 첨삭지도와 같다. 차이는 상담을 마친 뒤 업체가 지적한 사항을 반영해 대신 써준다. 대필 요금은 항목마다 받는 업체도 있고, 문건당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직 컨설팅 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대필 업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흔하다.

    ◇ “불법 또는 편법 … 이직해도 역량 탄로 날 것”

    2년간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유사업종으로 이직했던 김민종(가명·31)씨는 “받은 뒤 4개월 만에 다시 이직했다”고 말했다. 10만원에 경력기술서와 이력서 컨설팅을 한 김씨는 “이전 회사에서의 4개월을 실패가 아닌 도전으로 해석해 경력기술서를 다시 작성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직장인은 이직 컨설팅은 알고 있지만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능력이 부족해 이직조차 도움을 받는 것이란 인식도 있다. 자기소개조차 직접 하지 못해 컨설팅을 받는다면 취업 뒤 일은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5년차 직장인 박선우(가명·35)씨는 “글을 잘 못 쓰더라도 가다듬어서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며 “손쉽게 돈을 지불하고 경력을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편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필은 편법을 넘어 불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씨는 “내용은 거짓이 아니더라도 직접 쓰지 않은 입사서류는 사실상 위조”라며 “직접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입사가 취소되는 처분을 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