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39만 … 교육·취업지원 강화 필요해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5.21 10:56

-청소년 니트 전락 시 사회적 소외·불안요소로 전락
-검정고시 교재·실질적 취업역량 강화 등 과제 산적

  • 광진구에 사는 최정훈(가명·18)군은 아침 느지막이 눈을 뜬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학교에 가고 없을 8시다. 지난해 3월 학교를 관둔 뒤 굳어진 기상 시간이다. 부모님은 이미 출근을 하고 없다. 최군은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꿈드림센터를 향한다. 꿈드림센터는 학교를 관둔 만9세~24세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정부기관이다. 이곳에서 최군은 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시험에 합격했지만 점수가 높지 않아 다시 시험을 볼 계획이다. 청소년이 다니지 않는 낮에 거리를 돌아다니면 학교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이대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일쑤였다. 일을 하고, 공부를 하는 지금은 그래도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조금은 떨쳐낼 수 있어 기뻤다.

    지난달 30일 교육부는 올해부터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존엔 학교와 학교에 속한 재학생만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것을 확대한 조치다. 진로교육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학교 밖 청소년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려는 취지다. 여성가족부(여성부)를 중심으로 학교 밖 청소년의 생활과 학업을 지원하는 꿈드림센터를 설치하고, 건강검진과 교육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학교 밖 청소년의 학교 외 학습경험을 초·중 학력으로 인정하는 사업도 편다. 서울시교육청도 한 해 1만명 이상 발생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올해부터 매월 20만원씩 교육기본수당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이들이 학력미달과 지원부족 등으로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채 청소년 니트(NEET)로 전락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라나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한 꿈드림센터 관계자는 “이들은 꽉 막힌 교육체계를 벗어나 스스로 적성과 진로를 찾겠다고 나선 용기 있는 아이들”이라며 “이들을 그저 사회 부적응자로 몰아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다”고 강조했다.

    ◇ 검정고시 등 대체학력제도 있지만 대입은 ‘캄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패널조사에 따르면 국내 학교 밖 청소년 수는 지난해 기준 약 39만명이다. 학교 밖 청소년은 자퇴나 퇴학 등으로 초·중·고등학교를 중도에 관둔 만 9세~24세 청소년이다. 이들은 학교를 이탈한 뒤 검정고시나 대학입학 등을 준비하는 ‘학업형’과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직업형’으로 나뉜다. 학업을 지속하지도, 직업을 갖지도 않은 ‘무업형’도 있다. 남성과 여성 비율은 각각 52.5%와 47.5%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학업중단 시기는 고등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52.2%가 고1 때 학교를 관뒀고, 고2 때 관둔 비율도 21.1%에 달했다. 중3 비율은 9.2%가, 중1·중2 비율은 각각 7.2%다. 고3 때 학교를 관둔 비율은 2.5%로 가장 적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를 관둔 1~2개월 동안 컴퓨터게임에 빠지는 등 자유를 만끽하다가 이후 불안한 정서를 호소하며 직업을 갖거나 학업을 재개하곤 한다. 그렇지만 고졸 학력조차 없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구직과 진학은 녹록한 문제는 아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체학력제도는 검정고시가 대표적이다. 검정고시는 초졸과 중졸, 고졸 3개 과정으로 나뉜다. 100점을 만점으로 평균 60점을 넘으면 합격이다. 매년 4월과 8월 두 차례 시험을 보는데, 시험자격을 갖추기 위해선 학교를 자퇴한 지 6개월이 지나야 한다. 학교를 관둔 시기가 맞지 않으면 1년을 공치는 경우도 있다. 대체학력제도이기 때문에 난이도는 다소 낮다.

    일부 학교 밖 청소년은 대입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고졸 학력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입의 벽은 더 높다. 일단 수시 지원이 어렵다. 최근 대학은 신입생 대부분을 수시로 뽑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학년도 선발 비율도 수시 77.3%, 정시 22.7%다. 그렇지만 학교생활기록부가 없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응시가 어렵다.

    무엇보다 학교 밖 청소년을 힘들게 하는 것은 복잡한 대입제도다. 워낙 다양한 전형이 있다 보니 학교 밖 청소년들은 대입전형과 제도를 이해하는 것에도 버거움을 느낀다. 내년 대입을 준비하는 김혁준(가명·18)군은 “학교처럼 진학상담 교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 입시학원에선 점수가 낮아 상담하기도 민망해 결국 혼자 살펴보는데 이해가 잘 안 됐다”고 말했다.

    ◇ 고용부 움켜쥔 직업훈련, 정작 학교 밖 청소년은 배제

    취업지원도 아쉬움은 크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취업지원은 일차적으로 여성부가 설치한 전국 213곳의 꿈드림센터가 맡는다. 학교 밖 청소년을 포함한 취업정책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고용부)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엔 소홀하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직업훈련제도나 지원이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실업 지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론 만 15세 이상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실제론 참여할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실시하는 대표적인 취업 정책인 내일채움공제나 중소기업 취업 청년 소득세 면세 등도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청년들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다. 당장 취업을 할 기술을 갖추지 못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직업훈련학원에서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하지만 학원은 주로 40대 장년층의 재취업이나 20대 고졸 학력자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하는 형편이라 문턱이 높다.

    실제 지난해 6월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자동차정비학원에 다니려던 강석훈(가명·17)군은 “고졸취업을 지원하는 곳이라 검정고시를 먼저 보고 오라고 했다”며 “검정고시도 보면서 취업준비도 같이하고 싶었는데 자퇴 시기가 늦어 검정고시를 지원 자격이 안 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 교육·취업지원은 검정고시 교재 칸막이 해소부터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과 취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 밖 청소년을 직접 인터뷰해 연구해보면 학업을 준비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 직업을 갖거나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보다 더 미래에 대해 밝고 긍정적으로 사고한다” 고 강조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개선돼야 할 분야는 검정고시 교재다. 학교 밖 청소년의 사회편입 첫 걸음인 검정고시는 시험 난이도는 어렵지 않지만 교재가 비싸다. 윤 연구위원은 “검정고시 무료교재를 방송통신고에서 개발해 쓰고 있지만 다른 부처나 학원에선 사용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검정고시 교재는 비싸게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검정고시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강의는 강의 수강은 무료지만 교재를 판매하기도 한다. 시험의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학원들도 강의보다 교재를 통한 수익창출에 애쓴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를 독학하는 경우에도 교재가격이 비싸 어려움이 생긴다. 윤 연구위원은 “정부가 예산을 들여 관련 교재를 만들고도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학원들 배만 불리는 꼴이다”고 비판했다.

    ◇ 해외, 사회경험을 학위로 치환한 대체학력 발달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해외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평생교육의 한 갈래로 여기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등에서 실시하는 이 제도는 사회에서 경험하는 직무를 학습으로 보고 이를 통해 학력을 수여하는 방식이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사회로 곧장 진출해 일하다 보면 해당 직무의 수준에 따라 일정 수준의 학력과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해주고, 이를 통해 학위까지 수여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회의 각 부분에 있는 사회기술에 등급을 1부터 10까지 부여하고, 해당 등급에서 일한 경력을 인증해 학위를 준다. 1~2등급은 지적장애와 장애를 포함하거나 학위가 없어도 되는 단계이고, 7~8 등급은 학사학위 수준, 9등급은 석사과정, 10 등급은 박사학위에 해당하는 직무로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제도가 있기 때문에 학교를 벗어나더라도 원하는 직무에 일을 차례로 하다 보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일과 학업을 분리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 역시 경험을 학력으로 인정하는 국가역량체계(NQF)를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