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대, 문제 있다면 우리가 만든 사회 때문”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5.18 10:00

-‘디지털 세대,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학술대회
-자아형성·패러다임 변화·학습 방식·향후 과제 등 논의

  • 디지털 세대 청소년을 이해하고 교육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자아성장과 교육패러다임의 전환, 현재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모습까지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특성을 진단하면서 성인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은 18일 서울글로벌센터빌딩에서 ‘디지털 세대,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교육연구정보원과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요즘 아이들의 디지털 세계에 대한 이해’와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는 네 가지(몸·마음·생각·관계) 시선’을 주제로 각각 4개의 연구발제가 진행됐다. 발제를 마친 뒤 교사와 학생, 발제자 등이 함께 참여한 현장경청 좌담회와 종합토론도 열렸다. 이날 첫 주제는 디지털 세대 청소년을 정의하고 그들을 둘러싼 디지털 세계와 교육문제를 진단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디지털 세대 청소년은 90년대 이후 태어나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를 활용에 익숙한 세대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 교육주체, 인간 넘어서 ‘포스트휴먼’ 패러다임 올 것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자아성장은 이전 세대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특징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이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세대 청소년이 삐뚤어진다면 그것은 디지털 미디어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미디어를 통해 발견한 세상의 단면들 때문”이라며 “디지털 기술 발달로 성인들이 만들어낸 사회의 모습, 그리고 부끄러운 점 등이 청소년과 직접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을 염려한다면 과연 그들이 보기에 성인은 올바르고 건강하게 잘살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며 “언제나 그렇듯 청소년은 어른들의 거울”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상 창덕여자중학교 교사는 디지털 환경에서 학생들의 학습형태를 관찰했다. 이 교사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인권 개념을 학습해도 영상을 확인하거나, 백과사전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검색하는 등 학습자의 학습 방식은 모두 달랐다”며 “특히 초기엔 유사한 학습활동을 진행하다 시간이 흐르며 학습활동이 분화했고, 수준에 따라 질문을 하거나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등 자유롭게 선택적으로 학습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교사는 디지털 학습환경이 강화될수록 교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교사는 교수학습방법과 디지털 기술, 교수내용을 통합하고 디지털 학습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유리 서율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기술 습득과 활용에 초점을 맞춰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디지털화된 사회현상과 각종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를 통한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환경의 발달로 교육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박휴용 전북대학교 교수는 “급속한 기술발달에 따라 기술의존성이 증가하면서 포스트휴먼적 학습이 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트휴먼은 인간과 지적 기계의 결합을 뜻한다. 포스트휴먼적 교육은 교육의 주체를 인간에 한정하지 않고 인공지능(AI) 등까지 확대하는 개념이다. 박 교수는 “인간이 기술적 네트워크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 비인간적 존재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학습과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술적 변화와 포스트휴먼적 학습의 특성. /교육연구정보원 제공
    ▲ 기술적 변화와 포스트휴먼적 학습의 특성. /교육연구정보원 제공
    ◇ ‘계정관리’로 관계 맺고 실패하면 ‘새 계정’으로 시도

    이어진 논의에선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특성을 주로 분석했다.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육체건강 문제를 연구한 박은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컴퓨터 등 개인용 단말기를 이용해 학습할 때 눈과 근골격계 신체에 영향을 주고 학습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올해 발표한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에 따라 학교현장에 기반을 둔 지원과 학생건강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건강증진 교육 내실화 ▲건강서비스 확대 ▲건강한 교육환경 조성 ▲지원체계 강화 등 4개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지원과 안전한 학교급식 등 세부과제 16개를 제안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소통과 관계 맺기 경험에 주목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세대 청소년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았다”며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아노출 정도를 통제하고 계정관리를 통한 경계를 짓는 것 등은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관계 맺기가 실패했을 경우 새로운 계정으로 새롭게 시도하거나 특정 플랫폼의 구조가 소통과 관계 맺기에 영향을 주는 것도 디지털 세대의 소통과 관계 맺기에서 드러난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경험에 대해 평가를 하기보다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자로서 우리는 지금 디지털 세대 청소년이 겪는 관계 맺기 등 디지털 세상의 위험과 기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형수 성장학교 별 교장(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심리상태를, 옥현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요즘 아이들 생각 엿보기’를 주제로 디지털 세대 청소년의 심리상태를 분석했다. 옥 교수는 이를 토대로 학생들의 디지털 기반 매체 활동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기 위한 기초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를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새로운 ‘인류’라고 평가되는 디지털 세대 청소년을 기성세대가 아니라 그 자체로 편견없이 이해하는 것은 우리 시대 교육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들이 기술발달 등으로 기존과 다른 새로운 감수성과 잠재력을 갖을 수 있어 이런 변화에 부응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