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학업부진의 원인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5.17 09:12
  • 학문적 의미에서의 학습부진은 학습장애나 학습지진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선천적 혹은 후천적 요인으로 인한 학업성취도의 저조가 아닌 그 외의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학문적 구별은 논외로 하고 학업성취도가 저조한 모든 경우에 대하여 통칭하여 학업부진으로 보기로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학업부진의 원인은 크게 학생내부에 있는 경우와 학생외부에 있는 경우로 갈라진다.

    학생 내부에 있는 경우:
    머리가 안 좋은 경우,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칭찬받아본 경험이 없는 경우, 노는 것이 더 좋은 경우, 시험을 못 본 경험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 잘못된 공부습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교재나 강의를 접하지 못한 기회결여, 학교생활 적응실패, 잘못된 교우관계, 갑작스런 학업성취도 저하경험, 진학실패경험, 게임이나 판타지소설 등에 중독된 경우, 지나친 취미활동, 공부에 대한 필요성 인식부재, 왕따 경험, 노력이 부족한 경우, 사춘기 방황, 외국거주경험, 목표의식부재, 잘못된 공부법, 절대 공부량 부족, 과도한 사교육, 지나친 선행학습, 벼락치기습관, 의지력 부족, 성격이 지나치게 느긋한 경우, 잡념이 많아서 집중을 못하는 경우, 지구력이 부족해서 오랫동안 공부하지 못하는 경우, 시험에 대한 적응력 부족이나 두려움, 실천력 부족이나 게으른 성격, 이해력이 떨어지는 경우, 암기를 효과적으로 못하거나 구조화하지 못하는 경우, 공부내용 중에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 공부내용을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 무기력증에 빠진 경우

    학생 외부에 있는 경우:
    부모님의 기대치가 낮은 경우, 맞벌이 부부로 인한 관심부족, 학교 선생님의 낮은 기대치, 학교 수업방식이 맞지 않는 경우(ex 궁금한 점을 자꾸 질문하는 유형), 부모의 지나친 기대(실력이 안 되는데 특목고 준비시키는 경우 따위), 부모의 이상성격(일정 레벨의 성격장애), 형제간 지나친 격차, 지나치게 유복한 가정환경, 지나치게 궁핍한 가정환경,강압적인 부모(체벌 등), 자녀 간 비교, 부모의 성향과 자녀 성향의 충돌, 가정불화 등

    사례

    1. 부유한 집안환경으로 무기력증에 빠진 경우

    최근에 많이 보이는 학생 유형 중에 만사 귀찮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는 친구들을 보게 된다. 대개의 경우 가정환경이 유복한 공통점을 보인다. 이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면 긍정도 부정도 없고 그저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애쓰기 때문에 쉽사리 학생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작은 과제에 대한 실천을 유도하고 최상의 칭찬을 해주는 방법이었다. 그런 학생들은 대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실천할 마음이 잘 안생기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실패할 수 없는 목표를 함께 세우고 이를 달성했을 때 조금은 민망함이 느껴질 정도로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 학생 스스로가 머쓱할 정도의 칭찬은 곧바로 미안함이나 쑥스러움의 감정을 만들고 결국에는 상담자의 편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마력을 지니게 된다. 단, 그 효과가 눈에 보일 때까지 인내하는 참을성은 이런 학생에 대한 상담자의 최소한의 자격요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 성취경험이 없어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

    어려서부터 마땅한 성공경험이 없는 경우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지기 쉽다. 이는 곧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는 이런 학생들은 자신은 뭘 해도 잘 못한다는 패배감 때문에 내적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애써서 그런 심리적 상황을 모면하고자 교우관계나 게임 인터넷 등에 몰두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학생들은 눈앞의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당장 중간 혹은 기말고사를 잘 보는 일이 어렵다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과목을 먼저 공략해도 좋다. 영어나 수학이 어려워 따라잡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역사나 사회 같은 암기과목부터 출발해도 된다. (이때 가장 큰 방해꾼은 부모님이다. 국영수부터 해야 하지 않냐고 난리다) 100점이라는 성취경험은 그런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결국 다른 과목들도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상담 사례 중에는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고 관련서적도 읽도록 하여 반에서 역사만큼은 가장 잘하는 학생으로 인식되자 그 후로 학업에 흥미를 붙여 성적 향상을 이룬 케이스가 있다. 어떤 일이든 자신감이 없다면 어렵지만 반대로 새로운 자신감은 예상치 못한 큰 힘을 발휘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잘못된 공부습관

    잘못된 공부습관으로 인해 중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잘하다가 고등학교 진학 후 부터 성적이 떨어지거나 고등학교 말에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런 학생들은 많은 경우가 지엽적으로 공부함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주어진 시험범위만 달달 공부하거나 수학이나 과학 과목을 깊이 있게 심화학습하지 않는다거나 암기위주로 공부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빠진 경우라면 반드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그동안의 습관을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중학교 상위권 학생의 사례를 보면 중3까지 학교성적이 우수해서 공부를 잘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려운 문제는 못 풀고 시험범위가 아닌 내용은 전혀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고등학교 공부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 눈에 보이듯 선해서 무엇이 잘못이고 어떻게 바꿔나가야 계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다행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잡혀있는 학생이라서 그 뜻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습관을 변화시켰다. 결과적으로 고등학교 공부에도 무사히 연착륙했다.

    4. 강압적인 부모

    강압적인 학부모는 어렵지 않게 자주 만나게 된다. 공부를 해서 반드시 어떤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지시키거나 공부하지 않고 말을 듣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의 체벌을 가하는 등의 경우다. 이럴 땐 많은 경우 어른에 대한 반항심으로 이어지고 결국 주변의 어른들 말을 극단적으로 듣지 않는 현상을 보인다. 실재 상담 사례 중에 이런 학생들은 꽤 자주 보게 된다. 그러면 역시나 상담자에게도 초기엔 경계와 반항심으로 일관하게 된다. 이럴 땐 그 학생의 눈높이를 맞추고 학생이 두려움과 경계심을 풀어 마음을 열고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당연히 학부모상담을 통해서 학부모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기본 전제에 해당한다. 오히려 이런 유형의 학생들은 한번 마음을 열면 급속도로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엉뚱하게 그동안의 주변 어른들이 반복적으로 실패한 방법인 강압적인 요구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므로 매우 주의해야 한다.

    5.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공부시간 부족

    많은 학생들이 자기 공부시간 부족으로 학업부진에 빠지는 것을 본다. 많은 사교육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성적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다. 공부는 배우는 과정과 익히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교육은 배우는 과정을 보완해주지만 익히는 과정까지 도와줄 수는 없다.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학생의 몫이기 때문이다. 상담 사례 중에는 7~8개의 학원과 과외를 하는 학생이 있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일주일에 34시간이나 사교육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을 상담하기도 했다. 그 학생에게 제일 처음 내린 조치는 너무나도 상식적이다. 자기 공부시간이라고 말하는 36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12시간 밑으로 사교육수업 분량을 줄이도록 했다. 어머님과 학생의 불안과는 정반대로 성적은 향상 되었다. 익힘의 과정을 무시하지 말자.

    6. 지나친 부모의 간섭으로 인한 마마보이/파파걸 현상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은 학생의 주도적인 능력을 저하하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적절한 가이드라인의 제공은 학생의 시행착오를 막아주고 일정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돕는 좋은 도움이지만 지나칠 경우 오히려 학생이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거나 실행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 실제 상담 사례 중에는 꽤 성실하고 심성이 착한 학생이지만 어머님이 지나치게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있어서 전혀 생기가 없고 로봇처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에게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혼자서 계획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경험과 습관화였다. 어머님께는 간섭을 중지하고 학생의 모습과 행동에 대한 정보를 주실 것을 주문했다. 학생은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했지만 점차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신에 대해 책임지고자 하였으며 결국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예전보다 나은 학업성취도를 올리게 되었다. 처음에야 걸음마를 가르쳐주지만 초등학교에 가서까지 부모가 걸음마를 가르치지는 않는 당연한 진리를 실천한 것뿐이다.

    7. 단순암기로 구조화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공부하다보면 이해가 어려워서 재빨리 암기하고 잊어버리는 현상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이런 습관 때문에 점차로 학업부진에 빠지는 학생들을 많이 만난다. 특히나 암기도 전체적인 틀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고 구조화된 암기를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과정이지만 단순히 사실들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과정이다. 이런 경우 상담을 통해서 끊임없이 역으로 질문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학생 자신이 단편적으로 암기한 지식들이 사실상 1차원적임을 알도록 유도해주고 그것들의 전후관계가 어떤 것이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왜 그런 내용이 나오게 되었는지, 혹은 교과서에 한줄로 나와 있는 내용의 이면에 어떤 것들이 숨겨져 있는지를 알고 암기하도록 도와주면 점차로 상황이 개선됨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다들 힘들어 한다. 왜 굳이 그렇게까지 공부해야 하고 이해하고 암기하는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두 번 세 번 계속적으로 그 효율성과 가치를 느끼도록 실제 예를 가지고 질문하면서 설명해주면 공부하고 암기하는 재미를 느껴 변화하는 학생을 발견하게 된다.

    8. 공부내용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찾지 못해 공부는 많이 하지만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

    학업부진을 느끼는 학생들 중에 공부를 많이 하면서도 성적이 안 나오는 학생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배운 내용 중에 무엇이 중요하고 시험에 나올지 감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있다. 당연히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결과가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학습목표를 활용하거나 공부가 끝나면 시험문제를 스스로 내보도록 하는 방법, 또는 스스로 요점정리를 하도록 한 후 자습서의 요점정리와 비교해 보는 방법, 혹은 애벌로 공부하도록 하고 문제를 먼저 풀도록 하여 공부한 내용이 어떻게 문제화 되고 어떤 내용이 중요한지 감을 익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복합적으로 써야 한다. 이런 감각은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지만 한번 획득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나 학교나 학원의 수업시간에 선생님이나 강사가 중요한 것으로 지목한 내용을 잘 필기하고 공부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일 것이다.

    9. 시험불안 때문에 실력발휘를 못하는 경우

    공부는 많이 해서 평소에는 물어보면 잘 아는데 시험만 보면 잘 못 보는 학생들이 있다. 시험에 대한 심리적 불안 때문인 경우도 있고 시험에 대한 전략이 없어서 속된말로 무식하게 공부하고 결과는 안 좋은 경우일수도 있다. 실제 상담사례 중에 상위권 학생임에도 시험불안 때문에 심리적 위축을 이겨내지 못하면 시험을 망치는 경우를 만났다. 이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건 시험환경에 대한 적응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미리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평소에도 시험환경을 경험하도록 모의 시험을 몇 차례 실행하도록 했고(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 또 시험장에서 모르는 문제나 생각이 안 날 때를 대비해서 자기가 자주 생각해내지 못하는 내용을 미리 키워드만 정리해서 암기한 후 시험지를 받자마자 써놓아 심리적인 위안을 얻도록 연습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95점짜리 학생이 98점을 달성했다.

    10. 머리만 믿고 실천이 부족하며 눈으로 공부하는 경우

    요새 많이 나오는 학부모들의 불만 중에 하나가 눈으로 공부한다는 하소연이다. 100% 우리아이는 머리는 있는데 눈으로 공부해서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레파토리를 반복한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우리나라 학생들 대부분은 머리가 좋다. 실재로 머리가 좋다. 그래서 학업성취도는 손과 땀과 엉덩이라는 요소들이 가미되어야 완성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발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좋은 머리는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일 요소일 뿐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상담 사례 중에도 이런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연습장 채우기이다. 또 그런 학생들이 많이 보이는 지구력부족, 즉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약속한 시간동안 나오지 않기를 연습시켜야 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분량부터 시작해서 아주 점진적으로 계속하면 20분마다 나오던 학생도 1시간 30분까지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한 제일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이런 학생주변에 있는 좋은 모범학생을 빨리 찾아 모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며 손으로 쓰고 정리하면서 공부하는 친구를 눈으로 보면 백마디 말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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