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들어온 게임·사진…재능 살려 수업하는 교사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5.15 14:57
  • (왼쪽부터)자신의 취미를 이용해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는 이지민, 정혜란 교사가 각기 만든 수업 자료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이 교사는 게임, 정 교사는 사진을 이용해 교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김종연·한준호 기자
    ▲ (왼쪽부터)자신의 취미를 이용해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는 이지민, 정혜란 교사가 각기 만든 수업 자료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이 교사는 게임, 정 교사는 사진을 이용해 교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김종연·한준호 기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교사의 역량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기 오산 원일초등학교의 이지민(32), 서울 금옥초의 정혜란(36) 교사의 사례가 그렇다. 둘은 각자의 재능을 살린 수업 방식을 연구, 실행해 교육 효과를 한층 높이고 있다. 스승의 날(15일)을 맞아 남다른 노력으로 초등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는 두 교사를 만나봤다.

    ◇게임을 즐기며 조선사를 배운다
  • 원일초 학생들이 이 교사와 역사 카드 게임인 고아나를 즐기는 모습./김종연 기자
    ▲ 원일초 학생들이 이 교사와 역사 카드 게임인 고아나를 즐기는 모습./김종연 기자

    “한국사는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분야예요. 그나마 역사에 관심을 둔 학생이라 해도 머릿속에 든 개별 지식을 시기별로 연결하는 능력은 부족하죠. ‘어떻게 하면 이이들에게 역사를 좀 더 재밌게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평소 즐기던 카드게임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 교사가 말했다. 그는 지난해 조선사와 카드게임을 접목한 ‘고아나’를 개발해 수업시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아나는 19세기 후반 서구에서 조선을 가리킬 때 쓰던 말인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줄인 말. 이 교사는 “조선시대를 고른 이유는 드라마를 통해 한 번쯤 접했을법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방식은 이렇다. 참가자들은 가장 먼저 조선시대 인물과 업적, 유산 등이 담긴 51장의 카드를 임의로 섞어 나눠갖는다. 이후 시대순 또는 동시대별로 카드를 바닥에 늘어놓는데, 손에 쥔 카드를 모두 내려놓으면 이긴다.

    “카드에는 아이들이 역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0부터 11까지 시대를 나눠 적고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어요. 혹시나 잘못된 사실을 전달할까봐 일년동안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했죠. 역사 서적도 뒤져보고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자 EBS에서 역사를 강의하는 분께 감수도 부탁했어요.”

    학생들이 수업뿐 아니라 짧은 쉬는시간에도 즐길 수 있도록 10분 내에 게임이 끝나도록 구성했다. 덕분에 고아나는 교실에 갖다 둔 게임 가운데서도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다. 이 교사는 “미세먼지가 심해 실내에만 머물러야 하는 날에 특히 인기 만점”이라며 웃었다. 게임을 한 뒤로 학생들의 한국사 지식도 쑥쑥 자랐다. 일부 학생들은 교사에게 카드 속 인물에 대해 추가로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한다. 게임을 하면서 키운 집중력과 순발력은 덤이다.

    이 교사의 특별한 수업은 마술을 활용해서도 이뤄진다.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스텝매직) 소속인 이 교사는 지난 2017년 ‘퀸 오브 매직 콘테스트(Queen of magic contest)’ 교육 마술 부문 최고 상을 받을 정도로 마술 실력이 뛰어나다. 당시 그는 스케치북에 ‘멍멍’ ‘왈왈’ 같은 의성어가 글자로 나타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국어 시간에 소리글자인 한글의 특징과 의성어 표현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기획한 마술이다.

    “‘하루에 단 한 과목이라도 기존과 다르게 해보자’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그 한 시간이 학생에게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반응, 성장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교사의 목표도 커져요. 한 과목에서 두 과목, 두 과목에서 세과목으로 특별한 수업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사진사로 변신하는 학생들…감수성·창의력 키워



  • 사진을 재료 삼아 수업을 펼치는 정 교사./한준호 기자
    ▲ 사진을 재료 삼아 수업을 펼치는 정 교사./한준호 기자

    금옥초 4학년 3반 교실은 전시관을 연상시킨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학생, 교사가 찍은 사진들이 여기저기서 손님을 반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뤄지는 사진 활용 수업의 결과물이다.

    담임인 정 교사는 학생들과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재료 삼아 수업을 펼치고 있다. 국어 시간에 사진에 어울리는 시를 창작해보거나 감상글을 써보는 식이다. 정 교사는 학생들이 주변을 둘러보고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같은 수업을 기획했다. 그는 “요즘 애들은 바쁜데다 디지털 매체에 빠져 있어 주변을 잘 둘러보지 않는다”며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순간들을 사진을 촬영하며 포착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사진은 정 교사가 아이들에게 가장 재밌게 가르칠 수 있는 분야였다. 그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만큼 수준급 촬영 실력을 보유했다. 열정도 남다르다.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카메라와 삼각대 등 10㎏ 넘는 장비를 들고 3만보 넘게 걷는가 하면, 노을지는 순간을 렌즈에 담으려 한여름 프랑스 파리의 몽파르나스 타워 옥상에서 5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버틴 적도 있다.

    “사진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가족과 주변 친구들이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고 하더군요. 예전보다 관찰력이 높아지고 감수성, 표현력도 풍부해졌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도 길렀다. 동일한 주제를 줘도 학생들이 찍어오는 사진은 제각각이다.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을 촬영하라고 숙제를 내주면 누군가는 꽃을, 누군가는 가족과의 나들이하는 모습을 렌즈에 담아온다. 또 같은 사진을 보더라도 학생들은 서로 다른 감상을 내놓는다. 정 교사는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의견을 발표하면서 학생들이 다른 친구의 개성을 인정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도 의미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도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음을 확인해 뿌듯했다는 아이도 있었다”며 웃었다.

    정 교사는 여름방학 전 학생들과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사진전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하루에 하나씩, 한 달간 학생들이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소중한 순간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색있게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세요. 교사가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아이들과 나눠야 준비 과정에서도 힘들지 않고 그 행복감이 아이들에게 전달됩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른 특기를 가진 12명의 교사를 만나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어요. 모두 교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