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자격증 수요 … 평생교육·요양보호 등 非이공계도 는다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5.03 14:29

-평생교육사 2급, 민간·공공 평생교육기관 배치
-노인인구 768만명 … 요양보호사도 덩달아 증가
-심리상담, 수요는 늘지만 ‘전문성’ 요구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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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 해외에 기계공구를 수출하는 일을 하는 김철민(가명·31)씨는 최근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브라질에 있는 업체와 계약을 하다보니 시차도 맞지 않아 힘들었고 계속되는 판로확대 요구에 지쳐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IT 관련 자격증이 인기지만 용어도 어렵고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보다 취득이 쉬운 평생교육사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성인학습자의 평생교육 수요가 자격증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4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8%가 직장인이 돼서도 스펙을 쌓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준비하는 스펙이자격증’(58.3%)으로 꼽혔다. 자격증 공부를 하는 이유로는이직을 위해서’(61.2%,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고전문성 확보를 위해’(57.4%), 고용 불안 등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44.3%) 등이 뒤를 이었다.

    김씨처럼 공부할 짬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드론 등 이공계열 자격증보다 취득이 더 쉽고 국가가 공인한 자격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가장 잘 알려진 공인중개사 응시자 수는 2013 6 2817명에서 2017 12 8804명으로 5년새 2배 가량 늘었다. 이밖에도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비롯해 요양보호사와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 수요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 평생교육사 각광 … 배치 기관 확대는 관건

    평생교육사는 평생교육의 기획과 진행, 분석, 평가, 교수 업무 등을 수행하는 국가공인자격증이다. 발급 현황을 보면 2009 5764명이 1~3급 자격증을 발급받는데 그쳤지만, 이듬해인 2010 7135명으로 크게 는 뒤 증가세가 지속했다. 2017 6496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는 6788명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평생교육사 자격을 취득하면 공공과 민간의 평생교육기관에 취업할 수 있다. 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물론이고 시·도 평생교육진흥원과 시·군·구 평생학습관, 읍·면·동 평생학습센터, 광역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기초자치단체, 교육지원청 등에 모두 법령에 따라 평생교육사를 배치해야 한다. 이밖에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 평생교육을 목적으로 한 교육시설에도 평생교육사를 배치할 수 있다.

    취득도 어렵지 않다. 4년제 또는 전문대학을 졸업했다면 대학이나 학점은행기관, 대학원에서 관련 과목을 이수하면 된다. 1급 자격증은 양성과정으론 취득할 수 없고 2급 자격증 소지자가 관련 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뒤 취득할 수 있다.

    다만 평생교육사가 재취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평생교육사를 필수로 배치해야 하는 학교부설기관과 사업장부설, 언론기관 부설, 지식·인력개발형태, 시민사회단체부설, 원격형태, 평생학습관,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등은 4169곳의 배치비율은 2018 5월 기준 79.8% 수준이다. 민간의 학점은행제 기관의 배치율도 70% 수준에 달한다. 늘어나는 자격증 취득자와 비교하면 이들을 채용할 기관의 확대가 지지부진한 셈이다. 이세정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평생·직업교육정책본부 자격·연수센터장은 “평생교육 시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평생교육사 배치영역도 확대되고 있어 향후 전망은 밝지만 현시점에선 자격증이 곧 취업을 보장하진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불안정한 처우도 걸림돌이다. 공공기관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돼 최대 5년간 근무할 수 있지만 민간기관의 경우엔 계약직 신분이 대다수다. 한국평생교육사협회 관계자는 “민간의 경우엔 법적으로 지위 등을 정한 바가 없어 처우가 열악한 편이라고 전했다.

    ◇ 노인인구 증가 따라 요양보호사도 인기

    요양보호사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이나 재가노인복지시설에서 의사나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한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복지 시설에 일정한 수의 요양보호사를 배치해야 하므로 노인 인구가 768만명을 넘어선 현재 더욱 관심이 높아지는 자격증이다.

    자격취득은 시험을 치러야 한다. 매년 3회 시험을 치른다. 자격증 시험에 앞서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 240시간을 채워야 한다. 이론 80시간, 실기 80시간, 실습 80시간이다. 요양보호사 배출도 매년 증가추세다. 2014 7 2041명이던 요양보호사 합격자 수는 2018 11 9416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한 차례만 시험을 치른 올해도 이미 합격자 수는 5 3108명에 달한다.

    지난 2월 퇴사하고 올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박상희(가명·29)씨는 노인인구가 늘고 있어 관련 직종 경험을 쌓은 뒤 앞으로 노인 돌봄 관련 창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심리상담, 수요는 많지만전문성보장이 걸림돌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은 현대인의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병이나 어려움이 커지면서 관심도 높아지는 자격증이다. 앞선 평생교육사와 요양보호사와 비교하면 가짓수도 많고 복잡한 편이다.

    심리상담 관련 대표적인 국가자격증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상담사 자격증이다. 1~3급으로 구분한다. 1급은 상담분야 박사학위를 소지했거나 대학원에서 상담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상담 실무경력이 4년 이상인 사람이다. 2급 청소년상담사 실무 경력이 2년인 사람은 석사학위가 없어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취득 절차는 우선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면접을 치러야 한다. 면접 시엔 가상의 상담사례를 제시하고 어떻게 상담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을 한다.

    보건복지부가 발급하는 임상심리사도 국가자격증이다. 다른 자격과 마찬가지로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받고 관련 과목을 이수하는 형태로 자격증 취득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사람의 심리를 다스리는 일이다 보니 1년의 수련과정이 필요하다. 필기시험도 치러야 하는데 평균 합격률이 78.8%로 높지 않고 지난해에는 69.1%의 합격률을 기록했을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다.

    게다가 어렵게 자격증을 따더라도 학계의 인식이 낮다. 상심리사 자격증은 자격증 중에는 드물게 국가자격증보다 민간자격증의 위상에 더 높은 자격증이다. 박기환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은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교육을 받고 충분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며 “늘어난 상담수요를 감당할 수 있게 관련 인력을 배출해야 하는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전문성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런 학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임상심리사 2급 발급 기준을 보다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