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감정과 본격적으로 대면하는 초등 시기…조절법 익히려면?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2019.04.19 10:24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상담교사로 연간 2000여 명 만난 한혜원 교사 인터뷰
-감정, 꾹꾹 참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감정 일기 통해 마음 다스려야

기사 이미지
초등학교에서 상담을 맡고 있는 한혜원 교사는 “어릴 적부터 꾸준히 연습을 해야 감정 조절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김종연 기자

 “슬픔아, 네게 달렸어. 라일리는 네가 필요해.”

지난 2015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대사다. 영화에서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서로 다른 다섯 감정이 등장한다. 이들은 저마다의 임무를 수행하며 주인공 라일리의 성장을 돕는다. 이중 슬픔이는 위기의 순간 주인공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우리 삶에서 기쁨 못지않게 슬픈 감정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순간이다.

최근 ‘초등 감정사용법’(생각정원)을 펴낸 한혜원 서울 우이초등학교 교사는 “기쁜 감정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감정은 다 나름대로 가치 있고 소중하다”며 “이런 감정들을 이해하고 들여다볼 줄 알아야 나, 그리고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정, 참기만 하다간 풍선처럼 ‘펑’ 터져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학생들은 전 생애에 걸쳐 가장 많은 양의 어휘를 학습해요. 이전에 눈물이나 웃음 정도로 표현했던 감정을 구체적인 어휘로 나타내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과 본격적으로 대면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럽죠. 나중에 감정적으로 큰 파도가 밀려와도 쉽게 휩쓸리지 않으려면 이 시기에 제대로 된 감정 조절법을 습득해야 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 교사가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 심리학과를 졸업, 고려대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올해로 4년째 상담교사로 일하며 연간 2000여 명의 학생, 학부모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감정 조절 능력을 기르려면 세 단계를 거칠 것을 조언한다. ▲감정 이해하기 ▲감정 표현하기 ▲부정적인 감정 전환하기다. 감정 이해하기 단계에서는 풍선에 빗대 감정 표현의 중요성을 전한다. 풍선에 바람을 계속 불어 넣으면 터지듯, 감정도 분출하지 않고 쌓아두면 언젠가 터져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어 여러 가지 감정이 적힌 카드를 놓고 본인이 현재 느끼는 감정 세 가지를 고르도록 한다.

한 교사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여러 가지인데 학생들은 자극적인 감정 하나에만 집중한다”며 “다른 감정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진짜 속마음을 찾아내도록 이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조별 모임을 하다 친구와 다툼이 생겨 주먹질을 했다.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활동에 끼워주지 않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학생은 짜증이 남과 동시에 친구들에게 서운함과 미안함을 느꼈을지 모른다. 실은 친구들과 모둠 활동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을 수도 있다.

한 교사는 “감정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의도를 발견한다”며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고 다음번에는 자신의 긍정적인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감정 일기를 써봐도 좋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 일을 통해 느꼈던 감정 등을 세세하게 적으면서 겉 감정이 아닌 속 감정을 찾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남은 부정적인 감정은 노래를 듣거나 운동을 하면서 털어내도록 합니다.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숲 속을 걸었을 때를 상상해보는 식으로 자신이 편안함을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며 부정적인 마음을 흘려보내도 좋습니다.”

◇“아이 마음 쉽게 단정 짓고 판단하지 마세요”

‘감정 조절도 대물림’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 못지않게 부모의 노력도 중요하다. 학생들은 대개 익숙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한다. 부모가 화가 날 때마다 소리를 지르면, 자녀 역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같은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한 교사는 “자녀의 감정을 제대로 해석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러 ‘너무 화가 나 친구를 죽여버리고 싶었어’처럼 극단적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이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밀며 ‘그렇게 말하면 나쁜 사람이야’라고 혼내기보다는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이해해주세요. 잘못된 행동들은 아이의 마음을 보듬은 다음 지적해도 늦지 않습니다.”

더욱이 납득할만한 설명 없이 자꾸 혼나고, 잘못된 행동을 지적받으면 어린이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를 ‘부적절한 사람’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나쁜 행동을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자기 합리화를 해버릴 우려도 있다. 본인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 괜찮다는 식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자녀의 마음을 섣불리 단정 짓는 행동 역시 지양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우리 아이는 내가 잘 알아’라는 생각에 자신의 뜻대로 자녀의 마음을 해석하곤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의 온전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어요. 아이의 마음이 부모와 다를 수 있음을 먼저 아셔야 해요. 그리고 ‘친구와 멀어질까 봐 걱정되니?’라는 식으로 질문하고 함께 고민해주세요. 그래야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속 얘기를 하나 둘 꺼내놓게 됩니다.”

간혹 자녀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화를 낼 때 더 크게 화를 내는 부모들이 있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이와 부모 모두 화를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감정도 밀물, 썰물처럼 언젠가 지나가며 이후에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면 속상했던 부분들이 해결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약을 바르듯, 마음에도 상처가 나면 치유의 시간이 필요해요. 억누르고 회피하기보다는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이런 능력은 저절로 자라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꾸준한 연습을 통해 기를 수 있도록 아이, 부모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