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예산은 역대 최다라는데 기초인력은 줄었다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4.15 15:15

-2014년~2018년 대학원 신입생 1만명 감소
-“학령인구 감소보다 사회적 인식 변화 때문”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올해 처음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20조를 넘겼지만 정작 연구의 중추를 담당해야 할 대학가의 연구열기는 식고 있다. 기초연구인력인 대학원생의 감소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20조 5000억원을 편성했다. R&D 예산이 20조원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초연구를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관련 신기술 연구에 투자할 방침이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수소차 등 3대 플랫폼을 비롯해 미세먼지 등 사회적인 기술 개발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연구인력 확보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대학원생 수가 줄고, 덩달아 대학원의 학과까지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14년~2018년 5년새 대학원생 입학자 수는 약 1만명 감소했다. 2014년 11만 2476명이던 대학원 입학자 수는 지난해 10만 2493명으로 줄었다. 덩달아 신입생 충원율도 88.5%에서 81.5%로 7%p 줄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석사과정 입학자의 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2014년 9만 24명이던 석사과정 입학자 수는 2018년 8만 1411명으로 약 9000명 줄었다. 박사과정 입학자 수가 같은 기간 2만 2452명에서 2만 4686명으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대학원을 진학하려는 학생이 줄었다. 학부를 졸업한 뒤 연구를 더 하기 위해 새롭게 대학원을 택하는 경우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대학원 입학자 수 감소는 대학원 학과 수 감소로 이어졌다. 2014년~2018년 대학원 석사과정 학과 수는 1만 511곳에서 1만 411곳으로 100여곳 줄었다. 최병기 전국대학원장협의회장(조선대 대학원장)은 “대학원생 감소가 뚜렷해 대학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지방을 중심으로 학과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계의 큰 위협으로 닥쳐온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일까. 대학원 교육을 연구해온 이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팀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최근 5년새 대학원생 감소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최근 감소한 대학원생은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이전 대학에 입학한 세대”라며 “이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회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원생 감소는 학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석사나 박사학위를 받아도 과거와 달리 취업에 유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첫 직장 시작 나이가 높아져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학적을 유지할 목적으로 대학원에 입학하던 흐름도 끊기고 학위가 취업이나 경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남 소재 한 국립대 학생은 “석사학위를 가진 선배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며 “대학원에서 2년간 논문을 쓰는 것보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는 게 더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국내가 아닌 해외 대학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카이스트 한 학생은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있지만 지금 국내 대학원에선 이를 공부할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우선 취업해 경력을 쌓은 뒤 해외 유학을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학원의 열악한 연구지원도 대학원 진학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 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소의 설비와 비교해 낡은 장비가 많다. 정부는 2013년부터 대학의 낡은 연구설비를 교체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국립대에만 국한돼 있다. 사립대의 연구설비를 지원할 명분이 없기 때문. 그러나 국립대의 연구설비를 개선해 거점으로 삼으려 해도 국립대간 거리가 워낙 멀어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다. 경기도 소재 한 사립대 이공계 학생은 “기술은 빠르게 변하는데 수 년전 장비에 의존해 연구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대학원생 지원자 수를 끌어올릴 뾰족한 대안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의 R&D 예산 가운데 인력 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예산은 교육부 예산 1조 7488억원에 불과하다며 이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정부 R&D 예산 20조원 중 교육부 예산을 제외하면 모두 인력양성이나 교육이 아닌 연구개발 지원 예산이라 연구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교육지원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주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R&D예산정책센터 전문관리원은 “연구개발 지원 예산이라고 해도 대학원생 등 참가한 연구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가능한 사업도 있다”며 “지원을 받는 대학원생 입장에선 인력양성이나 연구개발 지원이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편성의 칸막이를 어떻게 나눴느냐는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