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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위주 대학도서관 자료구입, 대학원생만 울상

이재 조선에듀 기자

2019.04.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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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자자료 구입비 5년새 약 100억 ‘껑충’
-재정부담 호소해도 교수 요구에 구독 중단 어려워
-학생 연구 위한 국내자료는 ‘인상률 높다’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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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대학도서관의 전자자료 구입비 비율이 전체 구입비의 67.7%를 차지하고 있지만 구독 여부를 결정하는 선정절차가 없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교수들의 수요가 많은 국외저널 위주로 구독이 이뤄져 국내저널을 봐야 하는 대학원생과 신진 연구자들이 상대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도서관이 전자자료 구독을 결정하는 방식은 대학도서관 운영위원회를 통하거나 별도의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위원회에 각 학과 교수들이 참여하거나 구독을 원하는 전자자료를 제안하는 형태다. 대학에 따라 매년 이용통계를 분석하고 수요조사를 실시해 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결정은 교수들의 몫이다. 대학원생이나 시간강사 등 국내자료를 열람할 필요가 있는 연구자들은 이런 결정구조에서 배제돼 있다.

대학이 이런 선정 방식을 택한 이유는 전문성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전자자료가 있기 때문에 이 가운데 유익한 자료를 찾아서 구독하는 데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교수의 의사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한 대학도서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별도의 수요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연구를 하는 교수가 직접 요청하는 전자자료가 바로 수요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수의 전자자료 수요가 국외저널에 집중돼 자료구입비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학도서관 통계분석에 따르면 국내 국공립·사립대학 183곳의 전자자료 구입비 약 1521억원 중 국외 전자자료 구입비는 약 1284억원에 달했다. 비율로 따지면 84.4%다. 반면 국내 자료구입비는 약 237억원(15.6%)에 그쳤다. 2014년 약 1188억원(82.9%)이던 국외 전자자료 구입비가 5년새 약 100억원 증가한 셈이다. 반면 국내 전자자료 구입비는 되레 2014년 244억원으로 같은 기간 약 7억원 감소했다.

한 국립대 대학도서관 관계자는 “국외 전자자료 비용부담이 커 구독을 중단하려고 해도 교수의 반발이 거세다”며 “당장 이용통계나 수요조사에서 이용률이 현저히 낮더라도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며 구독을 요구하는데 교수가 전문가라 거절할 명분이 딱히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도서관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협상력을 높이고 있지만 전자자료는 사실상 독점공급에 가까워 협상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경기도 소재 한 사립대 대학도서관 관계자는 “연구를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값비싼 구독료를 내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재정지원을 늘리거나 대학평가에 도서구입비 항목을 넣어 지원을 늘리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내 전자자료는 사정이 다르다. 국외 전자자료와 달리 대학원생의 수요가 많고 가격도 낮지만 구독을 중단해도 교수의 저항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도서관의 전자자료 구독 선정 과정에도 대학원생 등 실수요자가 빠져 있어 의견을 전달하기 쉽지 않다.

최근 국립대 9곳은 일부 국내 전자자료 업체의 가격인상 요구를 거부하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전자자료를 가장 많이 구독하는 대학원생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인상률 요구가 과도해 ‘정책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게 보이콧한 대학도서관들의 입장이다. 보이콧을 선언한 한 국립대 도서관 관계자는 “수년간 지속한 인상요구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국립대 도서관들의 이해가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원생이 입고 있다. 인문학 석사논문을 준비하는 김선경(가명·29)씨는 “학위논문을 위해 선행연구를 분석해야 하는데 논문 하나를 보는데 일주일씩 걸린다”며 “인문학 분야는 국외보다 국내자료가 더 중요한데 자료확보가 잘되지 않아 논문 제출 일정을 맞추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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