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우리 애는 선행을 안 해서 수학을 못하나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4.05 09:08
  • 자주 듣는 소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영재나 수재들은 선행을 해서 잘 하는 것이 아니고 잘해서 선행이 필요해진 것이며, 그 외에 대부분의 일반적인 경우는 선행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결국 다 까먹고 새로 다시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머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부어넣었기 때문에 체해서 넘친 것도 있고, 밑에 큰 구멍이 있어서 왕창 설사한 것도 이유다. 어찌되었건 선행이 수학을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나 이유는 아니다.

    선행보다는 오히려 심화가 월등하게 중요하고, 완전학습이 매우 중요하며, 실수 안하는 것도 중요하고, 고난도 문제를 풀 용기와 실력도 중요하고, 시간 내에 풀 스피드나 안 풀리는 문제를 과감히 별표치고 넘어갈 시험 운용력도 중요하다. 개념의 정확한 이해를 통한 구술 내지 서술 형태의 출력이 가능한 것도 중요하고, 전형적인 문제 풀이 과정에서 막힘이 없는 숙달 숙련된 스피드, 문제를 보고 어떤 개념이나 공식을 적용할지 발상하는 스피드, 연산해서 답을 내는 스피드도 중요하다. 그런데 아이들 공부하는 것을 보면 이 모든 능력이 선행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타깝다.

    선행은 누구나 선택하면 할 수 있지만 심화는 선택만으로 할 수가 없다. 선행은 누구나 제 실력과 무관하게 진도를 나가겠다고 마음먹으면 인강이든 현강이든 강의 수강만으로도 충분히 진도를 뽑을 수 있다.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는 묻지마식 진도빼기 그런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기가 많다. 심화는 안타깝게도 어려운 문제를 푸는 인내심과 집중력 그리고 끈기 같은 것들이 필요하며, 못 풀어냈을 때의 좌절감을 새로운 노력의 필요성으로 분리시킬 수 있는 학습적 자존감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인기가 없다. 한마디로 힘들고 어렵다는 뜻이다.

    공부의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인기 없고 어려운 것을 기꺼이 해낼 때 성과가 난다는 점이다. 국어도 비문학은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가 골치 아픈 분야로 유명하다. 근본적인 문해력이나 어휘력의 증진 없이 강의 수강만으로는 득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에 문학이나 문법은 강의할 내용도 풍성하고 수업과 공부가 득점으로 연결되기 용이한 측면이 많아서 강사나 학생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인기 없는 비문학 독해력과 어휘력이 갖춰지면 비문학 뿐만 아니라 문학, 혹은 국어 과목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 공부의 비밀이 담겨 있다. 영어도 문법 강의나 기본 공부보다는 실전 독해가 훨씬 어필된다. 바로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어나 문법 실력 없이 독해문제만 푼다면 그것이 바로 모래성이라 할 것이다. 조금의 난이도 변동에 점수가 널을 뛴다.

    내가 하기 편하고 선호하는 것은 남도 하기 편하고 선호한다. 그래서 함께 하고 나면 차이가 없다. 내가 불편하고 힘들어도 기본기에 충실할 때 그것이 다 실력과 득점으로 연결되는 기반이 된다.

    저학년 때 쌓아둔 기본기가 고학년 때 문제풀이와 테크닉으로 결합되어 고득점이 보장된다. 저학년부터 문제풀기와 테크닉만 몰두하면 결국 모의고사 까지가 한계다. 실전 수능은 그런 모래성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수많은 학생들은 오늘도 문제풀이에만 몰두한다. 아마 그게 숙제의 전형적 형태이고, 공부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훈련받은 탓일거다. 어떤 학생이 교과서를 제대로 통독 정독 반복독 하는가. 어떤 학생이 수업 전 예습을 고민하는가. 어떤 학생이 국어 문해력에 영어 단어와 문법실력에 수학 기본기와 심화에 애쓰는가. 그런 학생이 바로 최상위권이 될 것이다. 다들 별난 교재와 별난 수업과 별난 머리로 공부하는 줄 알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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