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영어, 평가방식보다 난이도 조절 영향 더 컸다”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4.04 11:06

-국회입법조사처 ‘수능 영어 절대평가 쟁점 보고서’
-사교육비, 영어는 줄고 국어·탐구는 늘어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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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정부가 학생의 과열경쟁과 교육과정을 벗어난 과잉학습을 방지한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입법조사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 절대평가 시행의 쟁점 및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상대평가로 치렀던 수능 영어영역을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그러나 시행 결과 절대평가 전환의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절대평가 첫해인 2018학년도 수능에선 1등급과 2등급 합계 비율이 29.68%로 전년도 11.29%에 비해 두 배 늘었으나 2019학년도 수능 결과 다시 19.64%로 10.04%p 하락했다. 이처럼 상위등급 비율이 크게 낮아진 것은 과도한 학습경쟁과 학습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당초 정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등급 비율을 비교해보면 절대평가 도입 전인 2017학년도 1등급 비율은 4.42%였다. 2018학년도 10.03%, 2019학년도 5.3%다.

    입법조사처 측은 “2년간 절대평가로 시행한 수능 영어영역에서 1등급 비율은 약 2배 차이가 발생했다”며 “절대평가를 도입하더라도 문제의 난이도를 조절하면 상대평가를 실시할 때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대 또는 절대평가 방식보다 난이도 조절이 시험 결과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사교육비도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5조 8348억원이던 영어 사교육비는 2017년 5조 425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어 사교육비는 1조 848억원에서 1조 2577억원으로, 사회·과학 사교육비는 6703억원에서 7420억원으로 증가했다. 논술과 제2외국어 등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수학은 5조 5932억원에서 5조 3931억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입법조사처 측은 “영어 사교육비가 다른 사교육비로 전이될 것이란 풍선효과 우려가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며 “수학 등 함께 감소한 사교육비도 있어 좀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입법조사처는 절대평가와 함께 도입하려던 교육현장에서의 영어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 측은 “교육부는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 당시 학교 영어수업을 의사소통 중심으로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며 “그러나 현장에서 의사소통 중심 교육을 균형 있게 학습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나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청과 단위학교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시설, 평가 방안 등을 교육부가 지원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학교의 수행평가와 중간·기말고사 등에 말하기와 쓰기 등 의사소통 중심의 평가를 반영할 경우 영어교사의 출제와 채점 업무가 크게 증가하지만 이를 지원할 방안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법조사처는 절대평가를 수능의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기에 앞서 영어영역에 대한 절대평가 도입 후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절대평가 도입 과목의 난이도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난이도 안정화 방안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만약 절대평가 도입 과목을 확대하고 상대평가보다 난이도를 하향조정한다면 학교생활기록부의 실질반영 비중이 커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학생부에 대한 학생·학부모와 대학의 신뢰 제고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