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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라면 통장이 텅장(텅텅 빈 통장) 되는 순간을 종종 경험한다. 수중에 들어온 돈은 식비, 교재비, 학원비 등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당장 쓸 돈도 마땅치 않은 마당에 재테크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러나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4학년 권승태(23), 박우현(23), 이민형(24) 이영신(24), 정영범(24)씨는 달랐다. 경제학과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재테크인 펀드에 도전했다. 이들은 “만약 책상 앞에 앉아 이론만 달달 외웠다면 전공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잘 몰랐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직접 관련 현장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보니 전공 공부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거시경제학, 국제무역론…전공 과목의 지식 활용
“주변에 재테크 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니 투자는 취업 뒤로 미루고 현재를 위해 돈을 쓰는 거죠. 그런데 ‘아무런 경험 없이 직장인이 돼서 투자를 하면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되겠다 싶었죠.”
서울 중구에서 만난 다섯 학생이 펀드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을 포함해 같은 학과생 15명은 재테크 경험을 담아 최근 ‘계란으로 바위치기’(부크크)라는 책도 펴냈다.
학생들이 주식과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 가운데 펀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간접투자 방식이라서다. 간접투자는 자신이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에게 돈의 운용을 맡기는 투자 방식이다. 이영신씨는 “상대적으로 대학생보다 정보가 많은 투자 전문가에게 자산을 맡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금을 받은 운용사가 어디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주식형, 채권형처럼 펀드의 종류가 바뀐다. 이중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려면 가장 먼저 ‘투자성향테스트’를 하는 게 좋다. 투자성향테스트는 온라인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데 개인의 연령대와 투자 가능 기간, 경험 등을 고려해 투자 성향을 구분해준다. 투자자 유형은 크게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전공과목인 거시경제학과 국제무역론에서 배운 내용도 상품 선택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특히 소비, 투자, 저축, 금리같이 경제 전반에 대해 다루는 거시경제학을 통해 쌓은 금융 지식으로 각국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상품을 골랐죠.”(정영범씨)
◇지나칠법한 주변 이야기에도 귀 쫑긋…투자에 유익한 정보 얻어
한 학기에 걸친 투자 결과, 예상만큼 크게 돈을 벌어들인 학생은 없었다. 오히려 이들이 선택한 상품 가운데 수익률 -10%를 기록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실패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기회로 초보 투자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실수를 발견해 고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보에 현혹하고, 가진 예산을 한 종목에 한꺼번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실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실패했던 종목에 계속 집착하는 행동도 초보자들의 문제였다.
“처음에는 대부분 자기 자신을 과신하며 ‘내가 투자한 종목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도박하듯 투자하는 경우가 많죠. 수익률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크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또 단발성 뉴스에 흔들려 상품을 선택하지도 말고요. 초보자들은 단발성 뉴스에 흔들림이 적은 대형 우량주 중심의 펀드에 투자했으면 합니다.”(이영신씨)
이어 학생들은 정보가 돈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이민형씨는 “정보를 얻기 위해 신문의 경제면을 꼬박꼬박 확인하고,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다”며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펀드, 주식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풀리면 주식시장에서 자전거 관련 주가 뜨는 것처럼 말이죠. 객관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친구 아버지가 A라는 회사에 다니는데 야근이 잦아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A회사 주가를 눈여겨봐요. 나중에 실적 호조로 주가가 오를 수도 있거든요.”
정영범씨는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각 포털에 마련된 금융 코너를 꾸준히 볼 것을 추천했다. 금융 코너에는 시장 지표, 투자 전략 등 재테크에 도움될만한 내용을 한데 모아둬 초보자들도 손쉽게 자료를 얻을 수 있다.
펀드나 주식 외에 여윳돈을 장만하는 방법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박우현씨는 “입지 않는 의류를 그때그때 되팔아 목돈을 마련해보라”고 말했다. “저 같은 경우 쇼핑을 하러 가도 되팔 때의 가치를 생각하고 옷을 사요. 만약 8만원짜리 옷을 2년 후에 6만원에 판다면 그동안 2만원에 그 옷을 입은 거잖아요. 엄청난 이득인 셈이죠.”
권승태씨는 “물론 사람들에게 어떤 투자 방법이 정답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개개인이 투자하는 돈의 액수와 목적, 기간에 따라 재테크 방식이 달라지니까요. 관심을 갖고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투자 경험을 쌓으며 연구하다보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재테크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박우현씨는 또 다른 조언도 건넸다. 그는 “교육 봉사나 은행 홍보대사처럼 경제학과에서 배운 이론을 활용할 수 있는 대외활동들이 굉장히 많다”며 “이러한 활동에 참여해보고 전공 수업으로 얻은 지식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서만 공부한다면 책 속에 나온 이론을 나와 관계없다 여기고 시험 후 그 내용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 쉬워요. 저희처럼 전공에서 터득한 내용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수업시간에 익힌 내용을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돼요. 경제를 보는 안목도 넓어지고요. 그러니 다른 친구들도 저희 같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전공 활용해 재테크 도전한 학생들…“현명한 투자법 익혀”
-‘계란으로 바위치기’ 책 펴낸 울산대 경제학과 5인
-학교서 배운 거시경제학과 국제무역론 활용
-주변 이야기 집중하며 투자에 필요한 정보 얻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