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렬 원대협 회장 “사이버대, 평생교육 최적의 기관”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3.29 16:01

-김중렬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신임회장 인터뷰
-“사이버대 졸업자 낮은 위상은 편견 … 극복해야”

  • 김중렬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은 사이버대가 성인의 평생교육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이현 객원기자
    ▲ 김중렬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은 사이버대가 성인의 평생교육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이현 객원기자
    “사이버대는 앞으로 직업·직무 중심의 맞춤형 나노 디그리 과정을 개설하고, 이공·인문사회계열 융합교육과 산업안전 교육 등 다양한 교육콘텐츠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18년간 원격교육을 이끌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성인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겠습니다.”

    김중렬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 신임회장(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은 자신 있는 어조로 사이버대의 비전과 포부를 강조했다. 교육이 크게 변하는 지금 시점에 사이버대가 성인 재교육과 원격교육을 결합한 미래 평생고등교육기관이라는 전제에서다. 21일 사이버한국외대 총장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인터뷰 동안 사이버대가 처한 현실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 등을 막힘 없이 풀어냈다.

    ◇ 재학생 약 70%가 직장인 … 탄탄한 원격 성인교육 경험

    기대수명이 늘고 이직이 잦아지면서 성인 재직자의 고등교육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대학이 성인의 평생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도 늘었다. 김 회장은 원격고등교육의 오랜 노하우를 축적한 사이버대가 이런 흐름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버대의 출발점이 바로 평생교육이기 때문이다. 사이버대는 2001년 평생교육법에 따른 평생교육기관으로 설립됐다. 당시엔 성인문해교육 등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들이 야간대학 대신 다닐 수 있는 교육기관이었던 것이다. 2009년 이후 교육법이 개정돼 사이버대도 대학으로 인정받으면서 지난 18년간 다양한 원격교육 노하우를 쌓아왔다. 단순히 보는 인터넷 강의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세미나를 하거나 논문 지도를 받고. 이공계 학과의 실습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사이버대의 원격교육 역량은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외국에서 국내 사이버대를 벤치마킹할 정도입니다. 2013년부터 사이버대의 교육 노하우를 아시아 국가에 전파하는 ‘아세안 대학 이러닝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이버대 입학생은 주로 직장인이다. 사이버대 재학생 중 직장인 비율은 올해를 기준으로 68.4%에 달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 위해 재교육을 받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사이버대로 입학하는 이른바 ‘유턴입학’ 수도 전문대 졸업자를 포함해 약 44.4% 수준이다.

    이에 발맞춰 재직자가 짧은 기간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공인할 수 있는 ‘나노 디그리’도 연구·개발 중이다. 나노 디그리는 특정 분야 재교육을 위한 단기교육과정이다. 이를테면 인공지능 관련 강의를 묶어서 제공하고, 모두 수강하면 수료증을 발급하는 형식이다. 재직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거나, 직무전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올해부턴 교수학습방법 혁신에도 나설 계획이다. 문제기반학습이나 목표기반시나리오, 사례기반학습 등 미래형 교육콘텐츠를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또 화상강의도 확대해 학습자와 교수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반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원대협은 지속가능한 온라인 교육의 중심으로서 회원대학과 함께 ‘협력을 통한 더 큰 성취’를 이루고자 합니다. 교무처장협의회를 통해 교수학습방법을 공유·확산하고, 7개 대학이 협약을 체결해 어느 대학 소속이라도 다른 대학의 우수하고 관심이 있는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시범적으로 시범 운영할 계획입니다.”

    7개 대학이 학점교류에 나서면 학습자 입장에선 보다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사이버대는 21곳에 불과하지만 공연예술이나 사회복지 등 특성화 분야가 뚜렷해 학점교류의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 김 회장은 사이버대의 교육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사이버대 졸업자의 역량에 대한 의심을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백이현 객원기자
    ▲ 김 회장은 사이버대의 교육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사이버대 졸업자의 역량에 대한 의심을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백이현 객원기자
    ◇ 다양한 특성 가진 사이버대 “강의 수준 높다”

    그렇다면 사이버대의 교육역량은 어느 수준일까. 김 회장은 정보통신 기술력과 교육열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와있다며, 오히려 사이버대 졸업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낮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교육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시험의 특성상 커닝이 쉽고 학사관리가 느슨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김 회장은 이런 오해를 그만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도 그런 오해가 없었던 게 아니지만 2017년 총장이 되고 나서 강의를 직접 들어보니 수준도 높고 관리도 까다로워 놀랐습니다. 사이버대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오랫동안 콘텐츠 제작 기술을 고도화하고 강의마다 퀴즈를 도입하는 등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사이버대 졸업자의 역량에 대한 의심을 거둬주길 바랍니다.”

    ◇ “사이버대 정책 소외, 원대협법 제정해야”

    그렇지만 사이버대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아직 제약이 많다. 낮은 사회적 위상과 곳곳에 산재한 규제가 걸림돌이다.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사학위를 주지만, 학사학위가 있으면 응시할 수 있는 영유아교사, 영양사, 의무기록사 지원자격을 사이버대 졸업생은 받지 못한다. 문화예술교육사 교육과정도 사이버대에는 설치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대학원도 설립할 수 없다. 특수대학원만 설립 가능하다. 해외에서 사이버교육을 통해 석·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것과 큰 차이다.

    사이버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원격대학협의회법(원대협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회장은 임기 내에 원대협법 제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원대협법을 제정하면 현재 사단법인에 머물러 교육부의 정책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는 원대협이 법적기구로 격상돼 정책 결정에 참여할 길이 열린다.

    “원대협법 제정은 저를 선출해준 모든 사이버대의 숙원입니다. 사이버대를 둘러싼 불평등한 차별을 극복하고 성인 재직자 중심의 원격고등교육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원대협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원대협법은 전국 21개 사이버대의 교육협의체인 원대협을 법적 기구로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현재 원대협은 사단법인이라 정부의 교육정책 논의에서 배제되고 사회적 인식도 낮다. 앞서 2010년 18대 국회 당시 한 차례 발의됐으나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2013년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교육 협의체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 따라 제정이 무산됐다. 지금 국회에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5명이 세 번째 원대협법을 발의한 상태다.

    ※ 김중렬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은 …

    1979년 한국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한국외대 경제학과 조교수로 부임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사회통계연구소장, 통계청 국가통계개선 TF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문위원, 2017년 9월 사이버한국외대 총장으로 취임했고, 지난 1일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국노동경제학’ ‘경제발전론’ ‘테일러 경제학’ 등을 썼다.

    김 회장은 2017년 사이버한국외대 5대 총장이자 한국외대 총장을 겸하지 않는 초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간은 한국외대 총장이 사이버한국외대 총장을 겸했다. 한국외대 총장이 본교 운영에 매진하는 동안 사이버한국외대 운영은 부총장이 도맡았다. 이런 체제가 사이버한국외대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판단에 따라 김 회장이 최초의 사이버한국외대 총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