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사교육비 유발 요인인데, 정부 손 놓고 있다” 지적 나와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3.25 14:26

-25일 국회의원회관서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 열려

  • 2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가 개최됐다. /오푸름 기자
    ▲ 2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가 개최됐다. /오푸름 기자
    최근 학령인구 감소에도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뚜렷한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다. 이번 토론회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으며, 교육전문가, 시민단체, 교원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전형요소 다양하고 평가 어려워질수록 사교육 자극"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전형 요소의 복잡성이 사교육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선발제도의 전형요소가 다양하고 복잡할수록, 평가의 난도가 높을수록 사교육이 활성화된다”며 “지난 2013년부터 학종에서 학교 밖 스펙을 배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교과 영역에서 컨설팅 사교육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신과 비교과,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교과와 비교과를 엮어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주는 ‘사전 컨설팅’이 활발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시험이 갈수록 고난도로 출제되고 있는 점 또한 사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국장은 “2017년부터 2018년 사교육비 문제는 수능의 체감 난도가 높아지면서 심화했다.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보려면 고교 교육과정 연계율을 높이고 적정한 난이도로 출제해야 한다”며 “특히 작년 사교육비 통계에서 영어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올랐는데 절대평가를 시행했음에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원단체 대표로 참석한 유재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부추겨 시험의 요령을 가르치고 지나친 선행학습을 진행하는 사교육이 문제”라며 “정부는 그동안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사교육을 건전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이나 계획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 이범 교육평론가가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모습. / 오푸름 기자
    ▲ 이범 교육평론가가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모습. / 오푸름 기자
    ◇“대입제도 전형 종류·요소 ‘빼기’ 개혁해야”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 제안하고 있는 대입제도의 전형요소는 더욱 복잡해지는 추세다. 이 평론가는 “지난 2월 김경범 국가교육회의 위원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잇달아 발표한 대안을 살펴보면 내신과 비교과, 수능, 면접을 전형요소로 한 ‘죽음의 사각형’을 제안하고 있다”며 “이처럼 동시에 평가하는 전형요소가 늘어난다면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사교육과 심리적 부담감이 가중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교육부는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대입개편 공론화를 거쳐 확정한 이후로 대입제도와 관련한 여러 논란에 무반응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형종류나 요소에 대해 ‘더하기’가 아닌 ‘빼기’ 개혁을 통해 대입제도로 인한 혼란과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종의 경우, 비교과 관련 사교육이 성행할 조짐을 보이는 만큼 학생부 내에서 비교과 항목을 더욱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 국장은 “사교육이 활발한 대치동이나 목동에서 입시컨설팅과 비교과와 관련한 사교육 상품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학생부에서 비교과 항목을 지금처럼 지금의 유지한다면 학원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내신 시험대비반과 같이 보편적인 사교육으로 자리잡을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유 장학사는 “학생부의 비교과 항목 중 핵심만을 추려 교과로 흡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토론자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수능과 다른 형태의 대입시험 개선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병영 한국교육개발원 평생융합교육연구실장은 “현재 초·중등교육이 ‘오지선다형’ 수능에 휘둘리는 현실을 바꾸려면 수능 시험을 기존의 형태와 다르게 개편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유 장학사 역시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논술형 대입시험을 성급히 도입하면 사교육을 유발할 것이란 위험 부담도 있지만, 앞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