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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 수 없는 동영상입니다.’
지난 11일, 김대호(29·부산 해운대구)씨는 평소 즐겨 보던 어린이 유튜버 띠예의 동영상에 댓글을 남기려다 깜짝 놀랐다. 이전과 달리 동영상의 댓글 기능이 막혀 있어서다. 김씨는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됐다. 어린이가 등장하는 영상의 댓글 창을 유튜브가 막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거나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꽤 재밌었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댓글 기능을 닫으니 아쉽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지난달 말부터 미성년자(만 18세 이하)가 등장하는 동영상의 댓글 창을 순차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공식 채널을 통해 밝혔다. 소아성애자(아이에게 성적 관심을 갖거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누리꾼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디즈니와 AT&T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광고를 철회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소아성애자들이 어린이가 등장하는 유튜브 동영상 댓글에 음란물이 담긴 영상 링크를 달거나 성희롱성 발언이 담긴 댓글을 적어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 측은 “크리에이터들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데 있어 댓글이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아동과 이들의 가족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전했다. 유튜브처럼 동영상 시청이 가능한 네이버TV나 아프리카TV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조치다.
이번 결정을 찬성하는 측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댓글에 달린 욕설과 폭력적인 언어들이 아동·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박정민(29·서울 동작구)씨는 “어린이들이 올리는 영상의 주 시청자가 또래 친구들인 만큼 이번 조치로 채널의 운영자뿐 아니라 주변 아이들이 성희롱성 발언을 포함해 폭력적인 언어에 노출되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했다.
정애린(울산 일산중 1)양은 “악플로 인해 크게 상처받고 유튜브 채널 운영을 정지한 크리에이터들을 종종 봤다”며 “댓글 창을 막으면 이러한 일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에 대한 반응은 댓글 대신 동영상에 ‘좋아요’를 누르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슈아’ 채널을 운영 중인 이수아(경기 오산 양산초 5)양 역시 “댓글 창이 사라지면 크리에이터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개인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전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튜브의 소통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프의 놀이터’ 채널 운영자인 김보민(12)양은 “때로는 악플 내용을 자극 삼아 더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은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소통 창구를 막아버리니 채널 운영자 입장에서는 무척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또래가 등장하는 영상을 주로 본다는 주시연(서울 성암여중 1)양은 “동영상에서 나온 노래나 등장인물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댓글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댓글을 쓸 수도, 볼 수도 없게 되니 새로운 정보를 얻는 통로가 사라진 기분”이라고 했다.
규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김양의 어머니인 정승희(35)씨는 “막힌 댓글 창은 유튜브 설정 메뉴에서 5분 만에 다시 열 수 있다”며 “올린 영상의 댓글 창을 매번 다시 열어야 하니 불편함만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적절치 못한 단어나 선정적인 내용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의견을 보탰다.
필터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튜브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으로 미성년자를 구분, 댓글 기능을 닫고 있다. 그런데 이달 초 만화가 주호민의 유튜브 영상 댓글 기능이 이유 없이 막히면서 누리꾼들은 “민머리인 주호민을 어린이로 오해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유튜브, 어린이 등장하는 영상 댓글 차단한다는데…
-소아성애자들의 악의적인 댓글로부터 아이들 보호하려는 목적
-마음만 먹으면 댓글 기능 다시 열 수 있어 실효성 의문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