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재정 위기에 빠진 전문대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변화 꾀해야"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3.11 08:33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전문대학은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기우(71)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은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대학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같이 수용해 일반대와 다른 교육영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대학 재정이 악화하면서 맞이한 위기를 타파할 돌파구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인천재능대 총장을 4번째 연임하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회장도 4차례 수행하는 이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의 구조와 교육부의 정책에 대한 지적을 마다하지 않았다.

  •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학의 퇴로를 열어주는 등 전향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학의 퇴로를 열어주는 등 전향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식 바꾸려면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명칭까지 바꿔야"

    이 총장은 "전 세대와 생애의 직업교육을 책임지는 평생직업교육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평생직업교육으로 급변하는 환경과 지식·정보의 반감기에 대한 수용능력을 키워 학생에게는 성공과 행복을, 우리 사회와 산업에는 경쟁력을 줄 수 있도록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평생직업교육대학은 일반대와 분명한 경계를 긋는 것이다. 일반대가 학문과 연구를 담당하고, 전문대학은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담당해 사회 변화에 따른 직업교육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사회에 고등직업교육을 받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전문대학이 일반대의 하위 대학으로 받아들여지는 지금의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 전문대학이라는 명칭을 아예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한 전문대교협 신년사에서도 '비상체제'를 강조했다.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재정과 조직운영, 인력관리를 재구성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특히 전체 전문대학 간 협업을 강조하면서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 혁신을 위한 동력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상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도 이 총장은 전문대교협 등을 통해 전문대학의 평생교육과 직업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최근엔 4차 산업혁명이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연구기능이 부족한 전문대학에 더 큰 위기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이런 위기를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의 체질 개선과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목표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현명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진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총장은 교육부가 보다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퇴로 열고, 등록금 동결정책 철회해야"

    이 총장이 요구하는 '단호한 결단'은 사립대의 퇴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학을 유지할 의지와 역량을 잃은 사립대의 경우, 손해를 보전하면서 대학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 대학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무작정 지금의 대학 규모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진단에서 내린 결론이다. 수년간 대학들이 거듭 요구했지만,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사항이다.

    이 총장은 "역량이 부족한 대학을 과감히 퇴출하는 등 대학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그로 인한 대학재단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퇴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이 어려운 대학은 문을 닫게 하고 살아남은 대학을 지원해 전문대학이 사회의 직업변화에 대처할 수 있고 좋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큰 등록금에 대한 발언도 이어갔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정책을 꼬집은 것이다.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가계부담이 커 정부는 수년간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총장은 이런 등록금 동결정책을 그만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 등록금 제도도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등록금 동결은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교육의 질 약화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돌아오고 종국에는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전문대학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인천재능대는 적극적으로 산학협력에 나섰다. 지난해도 산업체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인천재능대 본관의 모습. /인천재능대 제공
    ▲ 인천재능대는 적극적으로 산학협력에 나섰다. 지난해도 산업체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인천재능대 본관의 모습. /인천재능대 제공
    ◇전문대학 최초 송도캠퍼스 운영… 올해 4개 과 신설

    인천재능대는 전문대학 최초로 2015년 인천 송도에 캠퍼스를 개교했다. 국제공항을 비롯해 인천항만과 터미널, 송도신항 등 동북아 물류의 핵심 지역이라는 데 착안했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 대학은 현장 밀착형 실습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통물류과, 회계경영과, 마케팅경영과를 송도캠퍼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총장은 "송도캠퍼스를 주축으로 지역산업 흐름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것은 물론 산학협력을 강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복기숙사 설립도 이런 발전전략의 일환이다. 대학생의 대표적인 어려움인 주거권 문제에 학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거안정을 도모한 것. 인천재능대는 이번 학기부터 송도캠퍼스 학생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학생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복기숙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산학협력은 인천재능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다. 실제 전문대학은 지역의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인재를 배출할 때 성과를 내왔다. 지난해에도 인천재능대는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SW융합센터, ㈜메디치이앤에스 등과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CJ그룹 계열사와도 호텔·외식조리 분야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해 관련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현장실습과 인턴십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인천재능대는 지난해 교육부가 집계하는 전문대학 수도권 취업률 1위(가·나 그룹)를 5년 연속 달성했다.

    올해 새로 개설한 보건의료행정과와 송도바이오과, 건강관리과, 글로벌호텔외식조리과도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전이다. 보건의료행정과는 송도에서 추진하는 인천 송도 의료복합단지 개발 등의 지역발전과 연계해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의료행정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는 계획이다. 송도바이오과는 지역 바이오환경 분야 전문가, 건강관리과는 피부와 신체 건강을 위한 전인적 건강관리 방법을 체득한 헬스케어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호텔외식조리과는 기존 한식명품조리과와 호텔외식조리과를 합친 것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조리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 소통은 의무이자 발전 동력"

    이 총장은 이어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과의 소통은 의무이자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행위"라며 "학생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를 묻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대학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또 학내 구성원과 자주 만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엔 재학생들이 제작한 웹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이 총장이 인천재능대 경비원 역할을 맡고, 실제 경비원이 총장역을 맡은 것도 재밌는 대목이다.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하다는 총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학생들이 만든 웹드라마까지 출연하게 된 계기는 뭘까. 그는 "대학과 학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하는데, 웹드라마 출연도 이런 사례 중 하나"라며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얘기를 나누기 쉽지 않아 설레고 기분 좋은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소통을 강조하는 그가 교육부에서 일할 당시 재직자들의 이름을 전부 외웠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인천재능대 총장으로 부임한 직후에도 마찬가지다. 이 총장은 소통을 강조하면서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조직에서 처음으로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설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마음가짐이 있기에 지금의 이기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