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와 연계한 ‘에너지 과학영재학교’ 설립 추진한다는데…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3.06 16:44

-“2022년 3월 한전공대 개교에 맞춰 문 열 계획”
-일각에선 “에너지고 설립‧유지하기 어려울 것” 지적 나와

  • 2022년 3월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가 들어설 나주 부영CC 일원. 최근 전남도‧전남도교육청‧나주시는 한전공대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에너지 과학영재학교(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 2022년 3월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가 들어설 나주 부영CC 일원. 최근 전남도‧전남도교육청‧나주시는 한전공대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에너지 과학영재학교(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최근 한전 공과대학(일명 켑코텍‧Kepco Tech)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에너지 과학영재학교’(가칭‧이하 에너지고)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전남도‧전남도교육청‧나주시 등은 에너지고 추진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지난달 1차 협의를 마쳤으며, 추후 ‘한전공대 설립지원단’과 세부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에너지고 설립과 지속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너지고 설립해 지역 인재 유출 막는다

    전남도·전남도교육청·나주시는 한전공대가 들어설 나주 혁신도시 내 에너지고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은 에너지 산업을 미래 국가전략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광주‧전남 상생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충청권 카이스트(KAIST), 영남권 포스텍(POSTECH)과 함께 호남권의 한전공대를 특성화 대학으로 육성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에너지고 역시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한전공대의 인적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계획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5명 안팎 4개 학급, 학년당 60명 규모로 운영될 방침이다. 신입생은 전국 단위로 뽑되, 지역인재전형으로 50%를 선발할 예정이다. 교육과정은 한전공대의 IT‧에너지 교육과정과 연계해 대학에서 배울 기초‧기본과정으로 구성되며, 나주혁신에너지밸리와 연계한 방과 후 산관학 협력 교육프로그램도 시행할 계획이다.

    김설오 전남도교육청 정책기획관 장학관은 “2021년 3월 개교가 당초 목표였지만, 학교 설립 과정이 복잡한 만큼 2022년 3월 개교하는 한전공대 개교 일정에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설립‧운영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 산적…실현가능성 ‘의문’

    그러나 에너지고 설립과정과 지속가능성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개교 예상 시기까지 몇 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지 않아서다. 앞서 한전공대 부지는 지난 1월 말 나주 부영 CC 일원으로 정해졌지만, 에너지고 부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에너지고 설립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하는 재원 마련 부담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에너지고 설립을 위한 총사업비는 약 400억원, 연간 운영비는 5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사업비의 경우 학교 신설 등을 위해 지자체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사업이라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가, 운영비는 관련 기관 분담이 주요 관건이다. 특히 전남도·나주시의 한전공대 재정지원금이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은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학영재학교로 지정되기까지 까다로운 셈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에 있는 8개의 영재학교 중 7곳은 교육부 산하 중앙영재교육진흥위원회를 통해 지정됐으며, 1곳(한국과학영재학교)은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을 통해 KAIST 부설 과학영재학교로 지정됐다. 그간 교육부가 기존 과학고를 영재학교를 전환할 당시 운영계획을 먼저 밝히고 지원을 받는 식이었지만, 현재 영재학교 추가 운영계획은 없는 상태다. 이에 정치권과 지자체, 한전 등의 협조를 통해 에너지고 설립을 포함한 한전법 개정안이나 한전공대 범정부추진위원회의 특별법 제정이 그 유일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에너지고가 설립된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단 지적도 있다. 울산에너지고·충북에너지고 등 기존의 에너지고는 모두 특성화고로 운영되고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영재교육이라고 기존의 과학영재교육과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효용성이 없다고 본다”며 “한전공대 진학을 목표로 에너지고에 입학한다고 해도 이들을 한전공대에서 따로 선발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졸업생들의 포지셔닝이 애매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전국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학교를 세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전체 유·초·중등 학생 수는 631만여명으로, 매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전남 지역의 경우,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한 초·중·고교(분교 제외)는 9곳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