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지문인식기 도입 마찰…편의성 vs 개인정보 유출 우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2.22 15:12
  • ‘잠정 보류’. 성북구청과 대구시교육청이 최근 논란을 불러온 지문인식기 설치 문제를 두고 내린 결정이다. 성북구청은 올 초 관내 27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동·청소년의 출결 관리를 위해 지문 확인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지역 내 모든 초등학교(229개 교)에 새 학기부터 지문과 카드 등을 이용한 건물 출입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려 했다. 학생들의 지문을 인식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쪽은 편의성을,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며 대립 중이다.

    ◇이미 여러 공공기관서 운영 중편의성·안전성 높아

    지문은 홍채, 정맥 등과 함께 대표적인 생체 인증 수단으로 꼽힌다. 도난이나 분실 염려가 없는데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해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시교육청도 이러한 장점에 주목, 기존의 교문 관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지문을 사용할 의도였다.

    안희원 대구시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생활교육담당 장학관은 “정문 이외의 경로로 출입을 시도하는 외부인을 보안관이 전부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 “반면 지문과 카드로 인증받은 사람만 학교 건물을 통과하게 하면 이전보다 편리하게 출입자를 단속하면서 안전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북구청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문 인식기가 업무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문을 이용해 27개소 아동 800여 명의 출결 관리를 하면 시간대별 지역아동센터 이용 현황을 효과적으로 파악해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작업을 직원들이 하게 되면 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지문 대신 카드를 갖고 다니며 쓰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분실 또는 오남용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여러 공공기관에서 지문 인식기를 설치해 운영 중인데 왜 이번 일에만 유독 과민하게 반응을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을 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보호자인 학부모 동의도 받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생체 인식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무작정 정보 유출을 문제 삼아 지문 인식기 도입을 막기보단, 이전보다 보안율을 높이기 위해 힘쓰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도 강조했다.




  • 이달 초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성북구지역아동센터협의회 회원들이 성북구의 지역아동센터 지문 시스템 도입을 규탄하고 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제공
    ▲ 이달 초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성북구지역아동센터협의회 회원들이 성북구의 지역아동센터 지문 시스템 도입을 규탄하고 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제공
    ◇“시스템 오류 위험성을 명심해야”

    반면 지문인식기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시스템 오류 위험성’을 지적한다. 아무리 지문인식기의 보안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오류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지문은 한 번 유출되면 비밀번호처럼 바꿀 수도 없으니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봉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대변인은 “등록될 지문 정보를 보안업체에서 관리하면 수집한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위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문만으로 각종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문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일어날 피해와 부작용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지문인식기의 유지, 관리에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면서 “그 비용으로 관리 인력을 고용하면 돈도 절감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게 개인의 정보를 보완하는 것보다 우위에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도 지문 인식기 도입을 반박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한편 지문인식기 도입으로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는 한 국립대 중앙도서관, 전북의 14개 학교 식당에서 지문인식기를 설치하고 학생들에게 지문 날인을 강요한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인권위는 이를 모두 인권침해 사례로 결론지었다.

    공공기관이 개인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제한해 지문처럼 민감한 개인 생체 정보를 수집, 보관, 전산화해 이용하려면 반드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문이 코드화돼 저장된다 하더라도 기술 발전 추세를 감안할 때 원자료 복원이나 당사자 역추적도 앞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