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취업때문에 ‘인성’도 공부한다는 청춘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2.22 10:22
  •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에 인적성검사를 치열하게 준비하는 취준생이 늘고 있다. / 최예지 기자
    ▲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에 인적성검사를 치열하게 준비하는 취준생이 늘고 있다. / 최예지 기자
    # 정세미(가명·26)씨는 지난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원하던 기업에 취업하지 못했다. 인성검사에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 그는 “너무 솔직하게 답해 해당 기업의 인재상에 어긋난 것 같다”며 “상반기 공개채용을 대비해 인성검사 인터넷 강의를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채용을 앞두고 일부 취업준비생(취준생) 사이에서는 인성검사까지 치열하게 준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성검사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채용에서 개인의 성향이 기업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목적으로 이뤄지는 시험이다. 대개 서류전형 이후 필기전형에서 적성검사와 함께 진행한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납득시키려면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좋아한다’와 같은 예시문에 동의하는 정도를 표시하는 방식과 자신의 성향에 가장 맞는 문장을 고르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적성검사 성적이 좋아도 불합격할 수 있다. 한 취업 컨설턴트는 "주요 기업의 인성 검사 탈락률이 20% 정도"라고 했다.

    과거에는 성격검사쯤으로 여겨졌지만, 취업난이 심해지며 달리 느끼는 취준생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8.9%로 3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체감 실업률은 23%가 넘었다. 지난해 10월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적성검사를 준비하는 데 사용한 비용은 평균 6만3000원으로 3년 전보다 1만1000원 증가했다.

    이에 인성검사 대비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인·적성검사 문제집에 담겨있는 인성검사 문제를 풀어보는 건 기본이다. '신뢰도를 위해 일관성을 유지하라', '기업의 인재상을 숙지하라', ‘5점 척도로 점수를 부여하는 항목이라면 1점과 5점 같은 극단적 점수는 피하라’는 노하우도 공유된다.

    인성검사 전용 사교육도 성행이다. 인터넷 강의는 강의당 1만5000원에서 5만원 정도며, 인성검사 모의고사는 업체별로 1회 2만원대에서 10만원까지 다양하다. 문제 접근법과 모법 답안을 안내하는 인성검사용 취업 컨설팅 비용은 20만원 가까이 이른다. 해당 업체는 "취업시즌이면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학생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주로 인재상에 적합한 대답을 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반기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최정원(가명·26)씨는 “유료 모의고사를 보면 자신이 인재상에 일치하는 정도와 상충되는 답안의 비율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를 지냈다는 취업 컨설턴트는 “마냥 솔직하게 답하다보면 회사에 부적합한 부분이 가감없이 드러난다”며 “합격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나’를 만들어 인재상에 맞게 답하는 방법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이에 취준생 사이에서는 인성검사가 ‘인위성 검사’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모의고사 서비스를 이용해 본 곽준모(가명·27)씨는 “시험으로 사람의 인성을 판단한다는 것부터 이해가 안간다”며 “그렇지만 인성검사에서 한번 불합격을 받아봤기 때문에 준비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