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예쁘지 않으면 어때요? 맛 좋고 몸에도 좋은걸!

최지은 기자

2019.02.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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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오이·흠집 난 수박… '못난이 농산물'의 재발견

미국서 'B급 농산물' 年 6000만t 버려져
日, 못생긴 당근·무가 '종이 채소'로 변신
프랑스, 수프·주스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우리나라도 인식 바꾸기 위한 노력 시작
지구 지키는 '가치 있는 소비' 동참하세요

마트의 농산물 코너에 가면 과일과 채소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들었다 놨다 하게 됩니다. 흠집이 적고 빛깔이 좋은 상품을 고르기 위해서죠. 왠지 동글동글 예쁜 것이 맛과 영양도 좋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못생긴 농산물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 매체 복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6000만t(톤), 160조 달러(약 17만8000조원)어치의 농산물이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죠.

세계 곳곳에서는 이 같은 낭비를 막기 위해 '못난이 과일·채소 활용하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례가 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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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고 영양까지… 값도 싸대~

혹 달린 당근, 울퉁불퉁한 딸기… 못난이 농산물 팝니다

프랑스 수퍼마켓 체인 인터마르셰는 못생긴 농산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확 바꿔놓았습니다. '당근이 좀 못생기긴 했지만… 수프에 들어가면 무슨 차이일까요?' '기괴한 사과, 하루 하나 먹으면 의사 만날 일이 없습니다' 등 재치 있는 문구를 포스터에 담아 매장 곳곳에 걸어뒀어요. 모양은 달라도 맛과 영양분은 그대로라는 메시지를 전했죠. 못생긴 과일과 채소로 만든 주스·수프를 판매하기도 했어요. 2014년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이틀 동안 매장당 하루 평균 1.2t의 못난이 상품이 팔렸어요. 이후 프랑스에는 못생긴 채소 열풍이 불었습니다. 경쟁 업체들은 앞다퉈 매장에 '이상한' 모양의 상품을 들이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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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마르셰에서 제작한 못생긴 오렌지로 만든 주스. / 인터마르셰 홈페이지

미국의 스타트업 임퍼펙트 프로듀스는 못난이 상품을 집 앞까지 배달해줍니다. ▲사이즈가 너무 작거나 큰 경우 ▲모양이 심한 비대칭인 경우 ▲상처가 많은 경우 ▲색깔이 다른 것과 눈에 띄게 다른 경우를 '못난이 채소·과일'이라고 분류해요. 미국에서도 최근 월마트, 트레이더조, 하이비 등 대형 마트 업체들이 못생긴 농산물 판매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일반 상품보다 가격도 싸요.

못난이들의 무한 변신

못생긴 과일로 색다른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업도 있어요. 일본 식품업체 아이에스엘이는 못생긴 당근과 무로 '종이 채소'를 만들어요. 바삭바삭한 식감을 가진 종이 채소 안에 다른 채소를 싸서 먹기도 하고, 초밥이나 삼각김밥을 만들 때 김 대신 사용하기도 해요. 채소를 싫어하는 어린이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죠. 오는 봄부터는 토마토·호박·파프리카·바질 등으로 만든 종이 채소도 시판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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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채소로 만든 롤. / ISLE 페이스북

미국 회사 워터멜론 워터는 표면에 흠이 많고 못생긴 수박들로 주스를 만들어요. 100% 과즙인 데다 다른 주스에 비해 설탕도 적게 넣죠. 약 237㎖가 60칼로리밖에 되지 않아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고 해요. 미국 식품업체 발나나는 갈색으로 변해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판매되지 않는 바나나로 고칼슘 바나나칩을 제작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나 유럽만큼 못생긴 과일과 채소에 대한 관심이 높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은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식품업체 파머스 페이스는 우박을 맞아 흠집이 난 사과에 '보조개 사과'라는 예쁜 이름을 붙이고 못난이 농산물을 알리기 위한 전시회를 열었어요. 2017년 당시 일주일 만에 10t이 팔렸을 정도로 소비자의 호응이 컸죠. 친환경 농산물업체 지구인컴퍼니도 뭉그러진 감으로 만든 곶감, 크기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사과대추 등 'B급 농산물' 판매에 나섰어요.

농가는 열심히 기른 농작물을 폐기하지 않아도 되니 좋고, 소비자는 '가치 있는 소비'를 한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다음번 마트에 갔을 땐 예쁜 것보다는 작은 흠결이 있더라도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못난' 과일이나 채소를 장바구니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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