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소통 수단이 된 ‘영상’ … 영상세대가 온다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2.08 10:45

-또래문화 속 아이들의 언어로 영상이 자리매김
-아이들이 영상 활용하는 방식, 수업에 적용할 수 있어
-아이가 해로운 콘텐츠 판단하는 게 중요

  • 아이들이 자신이 아는 지식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하기 위해 촬영하고 있다.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는 최근 유튜브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이 돼 자신이 아는 정보를 공유하는 ‘선생님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제공
    ▲ 아이들이 자신이 아는 지식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하기 위해 촬영하고 있다.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는 최근 유튜브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이 돼 자신이 아는 정보를 공유하는 ‘선생님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제공
    #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손가락춤.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했던 김정희(가명·12)양은 여느 때처럼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봤다. 손가락춤을 익힌 김양은 이를 틱톡(TikToc)으로 촬영해 자신의 계정에 올렸다. 틱톡은 초등학생 사이에서 가장 인기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15초 이내로 짧은 영상을 올릴 수 있다. 김양뿐만 아니라 이미 반 친구들 절반은 자기 계정에 손가락춤 영상을 올렸다. 이들의 계정에는 손가락춤 외에도 일상을 공유하는 영상이 가득하다.

    10대는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란 세대다.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영상 활용이 자연스럽고 친근하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7월에서 9월까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1만56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청소년의 93.5%가 ‘인터넷 실시간 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매일 이용하는 청소년은 68%에 이른다.

    ◇‘영상’으로 소통하는 아이들

    이들이 영상으로 하는 일은 단순히 드라마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책으로 얻었을 정보도 영상으로 받아들인다. 검색도 영상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명현(13)군은 “같은 내용이라도 글보다 영상이 편하다”며 “유튜브에는 콘텐츠가 많아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는 건 물론, 목소리로 정보를 전달하니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영상을 만들어 소통하는 것도 특징이다. 유튜브도 일종의 SNS로 여기는데 영상을 올리고 댓글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신민철 대구하빈초 교사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3학년만 돼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다”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며 영상으로 자기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고 했다.

    이는 또래문화의 영향이 크다. 유튜브에서는 반모(반말모드)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초퀴(초성 퀴즈)를 하거나 액괴(액체 괴물)를 만지는 라이브 방송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틱톡에서 유명세를 치르면 일반 초등학생도 ‘틱톡스타’가 되기도 한다. 모르는 선·후배나 친구들이 팬이라고 친근감을 표시하는가 하면, 이들이 정모(정기모임)나 번개(온라인 친구들과의 오프라인 모임)를 열면 미니 팬미팅이 진행된다.

    ◇영상은 아이들의 언어수업에 반영할 수 있어

    영상을 매개로 한 소통양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상이 ‘아이들의 언어’로 자리 잡아간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글에서 영상으로 바뀌었다”며 “이러한 변화가 계속되면 고급 지식도 영상으로 유통될 수 있어, 향후 책도 그 표현 방식이 활자가 아닌 영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대표는 “장기적으로 입시나 시험이 영상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이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어른 세대에서 아이들의 미디어 세계에 대한 공감대가 없다”고 짚었다. 서울 소재 중학교의 한 국어교사는 “대다수 교사가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는 여전히 교과서만을 중심으로 교육한다”고 말했다. 박기범 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을 가르칠 교원이 미디어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아이들의 영상 소통양상을 수업에 반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핵심은 단순히 교사가 영상을 수업자료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영상으로 소통하는 것. 조기성 서울 계성초 교사(스마트교육학회장)는 아이들이 영상으로 토론하도록 한다. 그는 “교육용 영상 플랫폼인 플립그리드(Flipgrid)에서 주어진 주제에 대해 영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남기면, 이를 본 친구가 영상으로 댓글을 다는 식”이라며 “발표가 어려워 쭈뼛거리는 아이들도 영상으로는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한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최근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영상으로 정리해 올릴 수 있도록 유튜브 채널인 ‘실험TV’를 개설했다. 그는 “아이들이 영상으로 표현하려는 욕구를 반영했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과 뒷받침하는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논리력과 비판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다”고 밝혔다.

    ◇내 아이 영상 활용, 어떻게 지도할까

    하지만 아이의 영상 활용에 대해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넘어 아이가 이를 답습할까봐서다. 최근 초등학생이 엄마를 몰래 촬영한 ‘엄마몰카’가 화제가 되는 등 영상 플랫폼에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따라 하는 미성년자가 많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미 영상 활용이 아이들의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어른이 금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알려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우선 자녀 스스로 해로운 콘텐츠가 무엇인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부모가 미디어 활용을 모두 통제할 수 없기에 어떤 콘텐츠가 해로운지 아이가 아는 게 중요하다”며 “유해한 이유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등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활용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명 유튜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은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아이들은 광고 수익을 위해 조회수를 높일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는 한다”며 “하지만 아이가 기획력을 잘 발휘하도록 지도한다면 자신의 관심사를 심화할 수 있다. 영상이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되기 때문에 아이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