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어도 이해 못 하는 사람 많아… 한글 문해 교육 강화 필요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1.14 08:45
  • 정보가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다. 많이 아는 것보다 원하는 지식을 빠르게 찾아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에 역설적이게도 아날로그 미디어인 책을 읽는 능력이 주목받는다. 다만 과거에는 다독이 주된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식이 강조된다. 전문가들은 "지식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의사소통 및 창의적인 상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문해력'이 핵심역량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다.
  •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웰리미 한글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엔 제공
    ▲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웰리미 한글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엔 제공
    ◇문해력, 삶의 태도 및 가치관에 영향

    문해력은 문자를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평생교육법은 '문해'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문자 해득 능력을 포함한 사회·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 생활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단순히 문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과 구별되며, 일부 전문가들은 문해력이 부족한 상태를 '실질적 문맹'이라 칭하기도 한다. 문맹률이 낮은 국가라 하더라도 국민들의 문해력이 저조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은 국가 중 하나지만, 성인 인구의 4분의 1가량은 문자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국내 만 18세 이상 성인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성인 문해 능력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단계(수준1)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 활용이 미흡한 단계(수준2) ▲가정 및 여가생활 등 단순한 일상생활에 활용은 가능하지만 공공 및 경제생활 등 복잡한 일상생활에 활용이 미흡한 단계(수준3)는 각각 7.2%, 5.1%, 10.1%로 조사됐다.

    문해력은 삶의 가치관과 태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앞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해 능력에 따라 생활 만족도나 정치 관심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해 수준4 이상의 경우 생활 만족도가 87.2%로 나타난 반면, 수준1·2·3의 생활 만족도는 75.7%, 75.7%, 81.6%에 머물렀다. 정치 관심도도 수준4 이상은 52.3%로 높게 드러났다. 하지만 수준3일 경우 51.1%로 다소 떨어지고 수준1·2에서는 31%와 36.4%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그밖에도 문자를 이해하는 능력은 ▲의사소통 ▲학습 기초 형성 ▲친교 생활 등을 좌우한다.

    ◇전문가들 "기초 문해 교육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기초 문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도 문해 교육은 활성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영국 교육부의 경우, 2014년 9월부터 적용한 국가교육과정에서 학생의 문해력을 향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친 뒤에는 법정 어학 검사를 실시해 문해력이 낮은 학생에게 보충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초등학교 6학년 말에는 문법, 구두법, 맞춤법 활용을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교육부 장관이 나서 초등학생들의 문해력을 향상하기 위해 수백만 파운드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수법이나 문해력 관련 교육 자료 등을 개발해 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아이가 최고 수준의 문해 교육을 받도록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부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공교육의 한글 교육 책무성을 높였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서 한글 교육이 강화됐다. 다문화 가정 자녀이거나 난독증을 겪는 등 한글을 이해하기 어려운 학생의 수가 상당하다는 현실을 반영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2015년 전국 154개교를 표본으로 '난독증 현황 파악 연구'를 실시하니 조사 대상 초등생 8575명 중 4.6%가 난독증 또는 난독증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다문화 학생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다문화 초등학생은 전체 초등학생의 3.4%였으며, 초·중·고등학교 전체에서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6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한 국어교육과 교수는 "전반적인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한글을 해득하는 시기인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효과적인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글 해득 진단 검사 필요… 미래엔 '웰리미 한글 진단 검사' 개발

    한글 문해 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점차 공감대를 얻는 추세지만, 교육에 앞서 한글 미해득을 진단할 방안은 부족했던 실정이다. 한글 해득에 전문화된 검사 도구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다. 더욱이 지금까지 개발된 문해 검사 도구는 대부분 지필로 이뤄지고 검사자와 피검사자가 일대일로 대면해야 해 학급, 학년, 학교 등 대단위로 검사하기 어려웠다. 검사 초기 구입 비용도 높아 문해 검사 도구는 주로 학습 부진 아동이나 특수 아동을 선별 및 진단하는 데 활용됐다.

    최근 교육출판기업 ㈜미래엔과 한국초등국어교육연구소는 공동으로 '웰리미 한글 진단 검사'를 개발했다. 미래엔 관계자는 "지금까지   받아쓰기를 제외하고는 어린이의 한글 해득 수준을 판별할 방법이 부족했다"며 "미래엔과 교육 전문가들이 개발한 웰리미는 누구나 무료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어, 학생이 한글을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적인 진단 검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한글 문해 교육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