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발달장애아, 조금 느리지만 자립할 수 있어요”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19.01.0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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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이가 사라졌다’ 저자 송주한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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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송주한씨는 “자폐성 발달장애를 지닌 우근이가 언젠가 완전한 자립생활을 하리라 믿는다”며 “부모라면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에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호 기자

"아드님은 심한 정신지체입니다. 이제 오시면 어떡합니까."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던 송주한(55)씨의 막내아들(우근)은 4살이 될 때까지 유달리 말수가 적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폐성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검사 결과를 받아든 송씨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사업이 정체기에 빠지며 개인적인 슬럼프를 겪고 있던 때였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직원들을 어렵게 설득해 1년간 휴직했다. 그는 단 일년이라도 우근이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송씨는 "당시 우근이의 장애 판정을 계기로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던 열차에서 뛰어내렸다"며 "이후 우근이의 느린 속도에 맞춰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업주부로 전향해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깨달은 점도 많았다. 그는 “발달장애아를 둔 많은 부모가 자녀가 충분히 성장했는데도 가족 없이 혼자서 외출하지 못하게끔 한다”며 “나중에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이런 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활공동체인 ‘라쉬공동체’ 설립을 준비하는 ‘사단법인 라쉬친구들’ 이사로 15년째 활동 중이다. 우근이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달 초에는 우근이의 자립심을 키워주며 경험한 여러 시행착오를 모아 ‘우근이가 사라졌다’를 펴냈다.

◇자립심이 자라는 등굣길

송씨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아내 대신 우근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도맡았다. 우근이는 하루도 얌전한 날이 없었다. 동네 구멍가게에 불쑥 들어가 갖고 싶은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는 등 산만하게 행동했다. 송씨가 이 같은 행동을 제지하지 않으면 정해진 등원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마음이 다급해진 그는 우근이를 다그치고, 어린이집까지 억지로 끌고 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다른 발달장애아 부모들의 등원 길을 유심히 살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아이가 주변에 관심을 보일세라 아예 둘러업고 뛰었다. 이를 통해 송씨는 자신을 돌아봤다.

"앞으로는 조금 일찍 등원 길에 나서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주변을 살피며 걸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래서 우근이와 등원할 때면 5~10m 떨어져 뒤에서 지켜보며 걸었어요. 우근이가 등원 길에 하고 싶은 행동을 마음껏 하니 표정부터 달라지더군요. 가끔 일으키던 텐트럼(자폐 아동이 보이는 분노 발작)도 확 줄고, 어린이집 생활에 더욱 잘 적응했어요."

이를 계기로 송씨는 우근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한 가지 원칙을 정했다. 학교생활은 우근이 스스로 하는 것. 송씨는 원칙에 따라 입학식이나 새 학기 첫날만 함께 등교했다. 이때 송씨는 우근이에게 '신호등에서 녹색 불이 켜지면 건너는 거야' '0학년 0반에 가는 거야' 등 주의할 점을 차근차근 일러줬다. 그 다음 날부터 우근이는 항상 혼자 등굣길에 나섰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문자를 보내셨어요. 등교시간이 지났는데 우근이가 학교에 아직 안 왔다고요. 서둘러 우근이의 등굣길을 뒤쫓아가 보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요. 한참 후 우근이가 학교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어요. 우근이는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느라 조금 늦곤 했지만, 매번 학교에 잘 도착했어요. 하교도 혼자 했습니다. 우근이는 수업이 끝나면 학교 앞 어린이집에 들러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고 나서 어린이집 차량을 타고 돌아왔어요. 그런 우근이를 보며 믿음이 점점 깊어졌죠."

송씨는 우근이의 생활 전반을 돌보면서도 최소한의 역할만 했다. '자립심'을 길러주려는 의도에서다. 그는 "아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등 1학년 시기에 부모가 어떤 태도로 아이를 대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가령, 우근이와 함께 학교에 가는 날에도 절대로 손을 잡지 않았다. 넘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 제 옷을 털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를 위한다고 나서서 챙겨주는 것은 아이 스스로 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자녀의 자립심을 제때 길러주지 않은 부모들이 사춘기 이후에 많이 후회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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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기자

◇자녀 믿고 기다리면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

우근이 또한 다른 아이들처럼 사춘기를 겪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송씨는 마치 매일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 멀쩡하던 어금니가 흔들려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송씨는 “6학년 때에는 옷을 입은 채로 샤워한 적도 있었다”며 “그때마다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리거나 무릎을 꿇리기도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힘든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전문가나 선배 부모들과 꾸준히 상담을 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우근이가 다닌 초등학교의 특수교사는 송씨에게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 아버님께서 우근이와 함께 잘 견뎌보시라'고 권했다. 상담을 통해 힘을 얻은 송씨는 그동안 우근이와 함께 해오던 수영과 등산, 배드민턴 등에 매진했다.

"학기 중엔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우근이의 특정 행동이 겨울방학 무렵에는 눈에 띄게 잦아들었어요. 신기하게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한밤중에 외출하는 행동도 사라졌죠. 도저히 고쳐질 것 같지 않던 버릇이 하루아침에 멈춘 겁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우근이가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성인이 된 우근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제법 다양해졌다. 라면 끓여 먹기, 밥 차려 먹기, 설거지하기, 세탁기로 빨래하기, 청소하기, 재활용 및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혼자 외출하고 귀가하기 등…. 최근 들어서는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안 대학에 다니고 있다.

우근이가 이만큼 자립심을 키우는 데에는 든든한 지역사회 울타리도 한몫했다. 송씨는 "우근이가 어릴 적부터 비장애 또래 친구들과 부대끼며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한 지역 안에서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닌 덕분에 학교 선후배, 지역 주민 등이 매번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송씨의 향후 목표는 우근이가 완전한 자립생활을 하는 것이다.

"혼자 나는 법을 배운 새는 어미 품에 머물지 않아요. 많은 부모가 이를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부모 입장에서 우근이가 위험한 일에 처할까 걱정됩니다. 그러나 안전만 생각하면 과보호만 할 가능성이 커요. 무엇보다 부모부터 자식이 홀로 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우리 사회도 그런 태도로 우리 아이들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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