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은 ‘구조적 피해자’”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12.12 15:57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 인터뷰
-“선발 역할에 치우친 학교, 모든 아이의 성장 고려해야”

  •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은 일탈행위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도리어 구조적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종연 기자
    ▲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은 일탈행위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도리어 구조적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종연 기자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자는 건 해묵은 문제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학자가 있다.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자는 현상을 시대가 학자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여기고 연구해, ‘수업시간에 자는 중학생 연구’,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딜레마와 대응 유형’ 등의 논문을 썼다. 성 교수는 “대놓고 엎드린 아이만 자는 게 아니다”라며 “눈 뜨고 자는 학생도 많다. 넋 놓거나 다른 짓을 하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모두가 실은 자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자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현상이다. 성 교수는 “단편적으로 비교하면 미국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의미를 못 찾으면 가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의미하게 지내더라도 반드시 간다”며 “졸업장을 따야한다는 규범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잠든 아이들을 깨우려면 자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연구 끝에 그는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가 교육의 목적에서 어긋난 데 있다고 짚었다. 성 교수는 “학교는 아이들을 교육해 성장을 도울 책임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수 학생을 걸러줄 것을 사회적으로 요구받는다”며 “발달과 선발의 두 가지 기능 중 우리 교육은 선발에 크게 치우친 나머지, 모든 아이의 성장이라는 교육의 목적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니 교사가 아이들이 자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도 생겼다”며 “아이들이 수업을 방해하기보다 차라리 자는 게 낫다며, 아이들의 학습권을 포기하는 교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교사의 관심에서 도외시된 아이들은 ‘지는 경기에서 남은 시간을 버티는 것’처럼 학교에 나와 시간을 때우는 겁니다. 결국 학교가 이들의 성장을 외면하고 있는 꼴이니, 자는 아이들은 ‘구조적인 피해자’라고 봐야 합니다.”

  • 성 교수는 최근 연구를 정리해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학이시습)'을 펴냈다. / 김종연 기자
    ▲ 성 교수는 최근 연구를 정리해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학이시습)'을 펴냈다. / 김종연 기자
    성 교수는 해결책으로 학교가 ‘협력수업’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수업은 모든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자는 아이도 참여하는 수업 유형입니다. 협력수업을 학교 전반에서 진행해야 모든 아이가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학교는 ‘변별 기관’에서 ‘학생의 성장을 위한 곳’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이때 주의해야할 건 ‘모든 교사’가 협력의 원리로 수업하겠다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교사가 있지만, 이들이 실패하는 건 학교 차원의 일관된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며 “다른 시간은 그대로인데, 교사 몇 명의 수업만 달라졌다고 아이들은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협력수업만 한다고 이상적인 공간이 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교실에서 무의미하게 자는 수많은 아이를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은 입시 경쟁이 치열하기에 변화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성 교수는 “선별에 치우친 교육이 균형을 잡을 때까지 계속해서 주장을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는 공부 잘하는 소수학생 위주로 가면 안 된다’, ‘1, 2등급이 적게 나오더라도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을 깨울 수 있는 적합한 과목을 만들어야 한다’처럼 작금의 현실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며 균형을 잡아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