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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사회에는 ‘창의력 위기’ 온다”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2018.11.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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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크래몬드 美 조지아대 교수, 김경희 美 윌리엄앤메리대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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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윌리엄앤메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좌)와 보니 크래몬드 조지아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우)는 정답만 요구하는 평가방식이 변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준호 기자
‘별난 인물’로 보였다. 빨간색으로 의상, 구두, 립스틱을 맞춘 차림새나 사진 촬영에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모습은 점잖은 교수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그들의 모습이 대변하듯, 보니 크래몬드(Bonnie Cramond) 조지아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와 김경희 윌리엄앤메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다름’을 포용하는 환경에서 창의성이 자란다”고 강조한다. 크래몬드 교수는 세계적 창의력 교육 전문기관인 토랜스 창의연구소를 이끌었으며, 김 교수는 미국인의 창의성 지수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로 미국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과학창의연례컨퍼런스’ 강연 차 한국을 찾은 이들을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만나 창의 교육에 대해 들었다.

◇ 실패ㆍ실수해도 ‘괜찮은’ 환경 필요해

창의성이라고 하면 노벨상처럼 세계의 인정을 받는 거창한 아이디어를 떠올리지만, 이들은 다르게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일상 속의 작은 시도도 창의성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예를 들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크래몬드 교수 또한 “노벨상이나 요리 모두 호기심에서 시작해 새로운 결과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두 교수는 창의적인 시도에서 중요한 건 ‘관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크래몬드 교수는 “피아노에 빠진 아이는 피아노로 여러 곡을 연주하고 싶어하듯,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 생기면 이것저것 시도해보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시도를 할 때 중요한 건,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주변에서 놀리거나 비난하면, 아이들은 관습이나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실패했을 때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도록, 쉽게 판단하려 들지 않고 실수를 허용해주는 분위기가 가정과 학교에서 형성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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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기자

◇ 정답사회에선 창의력 기를 수 없어시험 외 다방면으로 창의성 평가해야

반면 이들은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없어 창의성을 발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진도에 집착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생각해보라”며 “피아노를 배울 때는 바이엘, 체르니로 이어지는 학습 과정이 정해져 있고, 이를 아이가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면 대다수 부모는 불안해 한다”라고 했다. 그는 “부모는 아이에게 알려준 길만 따라가라고 요구하니, 아이는 자신이 내키는대로 창의적으로 시도해볼 기회를 잃는다”고 덧붙였다.

학교도 아이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문제만 푸는 교육은 창의성을 저해한다. 실제로 김 교수는 연구를 통해 시험 성적이 높은 국가일수록 창의 지수가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2015년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의 읽기, 수학, 과학 시험과 설문지를 분석해보니, 시험 성적과 창의 지수가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가지 이유로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많은 사람은 답이 정해진 시험을 잘 치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크래몬드 교수는 그림 속 사물의 개수와 숫자를 비교해 부등호나 등호를 써넣는 수학 퀴즈에서 오답을 쓴 유아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아이는 다섯 그루의 나무가 1과 같다며 ‘5=1’이라고 답해 문제를 틀렸다. 하지만 아이는 부등호와 등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오답을 써낸 게 아니었다”며 “단지 다섯 그루의 나무가 하나의 숲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했다.

“창의적인 사람은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물음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떠올립니다. 이들이 표준화 시험에 적합하지 않은 까닭이죠.”

이에 정답만 요구하는 평가방식이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 시험지를 살펴본 크래몬드 교수는 “이러한 성취도 평가는 창의력을 계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학령기에 이뤄지는 평가는 대개 이처럼 교사가 학생에게 문제와 풀이 방법을 알려준 뒤, 학생이 정답만 찾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학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해 우려된다”며 “교사와 학생 모두 문제, 풀이방법, 답을 모르는 질문이 주어져야 창의력을 촉진할 수 있다. 학생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컨대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학생은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 방안까지 자유롭게 탐색해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두 교수는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학생을 평가한다면, 시험이라는 수단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꾸준한 행동보다 창의력을 잘 보여주는 지표는 없습니다. 창의력이 있는 아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실험하는 등 그 방법은 다양할 수 있죠. 이러한 행동은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어떤 관심사를 가졌는지 자기소개서로 파악하고, 교사나 학부모 등 주변인에게 추천서를 받아보는 등 다면적인 평가가 병행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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