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과정 전개력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11.23 09:24
  • 문제를 풀고 검토까지 한 뒤에 채점을 해봤더니 생각보다 많이 틀려서 의아해했는데 다시 살펴보니, 다 풀 수 있었던 문제였던 경우. 서술형 평가 때 분명 나는 답을 맞게 썼는데 부분 점수가 깎여 다시 확인하러 가보면 중간에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과정으로 풀어놨던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과정전개력이 문제다.

    새로운 개념에 대해 설명할 때 선생님들이 가장 먼저 하는 활동은 무엇일까? 바로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개념을 증명하거나 과정 자체에 대한 해설 및 설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개념은 그냥 읽고 넘어가는 부분’, ‘공식만 암기하면 되지, 무슨 증명?!’ 혹은 ‘과정이 어떠하든지 간에 답만 맞으면 장땡’이란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전개에 대한 이해가 없고, 풀이과정을 정리해서 펼쳐나가는 데 미숙하게 되면 실전에서나 응용문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가 없게 된다.

    간혹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머릿속으로만 과정을 전개하고 문제지나 풀이과정 정리 노트에는 한 두 개의 숫자만 끄적이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답이 맞추었을 때도, 틀렸을 때도 둘 다 문제가 된다. 전자는 답을 맞았을 때는 본인이 어떻게 풀어서 맞추었는지를 남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실제 본인이 어떻게 풀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후자의 경우에는 본인의 사고 전개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여 실력 향상에 도움이 받지 못한다. 즉, 수학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문제를 풀었다면 그 과정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렇듯 과정전개력은 풀이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실수들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과정전개를 ‘잘’ 하라고 하면 예쁜 글씨로 풀이과정을 꼼꼼하게 적어 내려가는 것으로 집중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필기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과정전개력은 그러한 예쁜 노트 필기를 말하지 않는다. 실제 자신의 풀이 과정을 점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만 정리해서 검산 시 본인의 글씨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까지로 하는 것이 좋다. 물론 남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나 이후 자신이 무슨 글씨를 썼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의 글씨로 적는 것은 곤란하다. 최소한 읽을 수 있을 정도만이어도 과정전개력을 파악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이러한 수학의 풀이 과정 전개 연습은 결과적으로는 수학 사고의 논리적 흐름을 정리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평소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 머릿속의 생각을 간단히 메모하면서 정리해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정리하기 어려운 문제의 경우에는 더욱이 이러한 과정전개력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문제 풀이 과정을 전개하면서 처음 문제를 딱 보고 떠오르지 않았거나 못했던 문제 해결의 Key를 도출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과정전개가 문제를 보고 한 번에 정리되지 않았던 논리적 사고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게 하고, 문제 속에 얽혀 있는 개념들을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 해결의 개념들이 하나 둘씩 파악되기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정전개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어떤 학습 형태를 보일까?

    우선 풀이과정 쓰는 것 자체를 귀찮아한다. 실제로 중학교 1학년까지의 수학에서는 과정 전개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도 않고, 암산으로도 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풀이과정 없이 문제를 푸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은 머릿속으로 암산하여 푸는 것이 더 빨리 풀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굳이 시간을 걸려서 풀이과정을 써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이학생들은 점점 고학년이 갈수록 본인의 문제풀이과정을 정리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풀이과정이 필요 없는 간단한 문제만 풀고 복잡한 연산식 문제는 풀지 않게 되는 학생이 된다.

    그렇다고 풀이과정을 잘 쓴다고 해서 모두 과정전개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풀이과정을 쓰더라도 중간에 생략이 많은 학생은 과정전개력이 낮은 학생들이다. 분명 풀이 과정을 쓰긴 했는데 무언가 하나씩 빠져있는 학생을 말한다. 물론 너무나 당연한 등식이나 연산의 경우에는 과정 전개가 필요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은 과정 전개에 암산을 통한 생략이 너무 많아서 그 과정을 보고나면 설명을 따로 들어야만 이해가 되는 수준인 경우를 말한다. 이는 앞서 말한 풀이과정을 전개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학생의 약간 발전된 경우로 ‘풀이과정이 중요하다고 하니 쓰긴 쓰는데,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쓰는’ 학생이다. 겉으로 보기엔 풀이과정도 잘 쓰니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으나, 연산 실수라든지 등식 실수가 잦다. 그럴 때마다 매번 ‘앗! 실수했네요’라는 말과 함께 다시 풀이시키면 또다시 연산을 잘못한다든지 하는 실수를 또 하곤 한다.

    또한 과정전개력이 낮은 학생들은 검산 시 혹은 다시 풀 때에 동일한 풀이과정으로 풀지 않는다. 처음 풀었을 경우에 맞았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틀린 문제를 1번, 2번 풀어보았을 때 각기 다른 답을 도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단순히 연산 실수인 경우도 있겠지만, 심지어는 처음 자신이 풀었던 과정과 다르게 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서술형 문제 풀이에 약하다. 현재 내신에서 서술형 평가의 비중이 높다. 대입 시험에서도 문제해결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구술이나 논술의 중요성도 꽤 높아진 현 상황에서 서술형 평가에 대한 대비는 필수다. 이러한 역량을 미리 연습해볼 수 있는 것이 서술형 평가인데, 과정전개력이 부족한 경우 중간 과정에 논리적 비약이나 실수 등이 있어 답은 맞았는데 정작 점수는 기대했던 수준만큼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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