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발상법 익히고 싶다면 광고활용교육(AIE)해보세요”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11.14 10:30

-백승곤 AIE 창의력 광고학교 교장이 말하는 AIE 쉽게 즐기는 방법

  •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만난 백승곤 AIE 창의력 광고학교 교장은 “창의력은 다양한 경험에서 익히는 오랜 지식과 새로운 것의 결합에서 나온다”며 “광고활용교육(AIE)을 통해 이 같은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신영 기자
    ▲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만난 백승곤 AIE 창의력 광고학교 교장은 “창의력은 다양한 경험에서 익히는 오랜 지식과 새로운 것의 결합에서 나온다”며 “광고활용교육(AIE)을 통해 이 같은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신영 기자
    매일 수백에서 수천개의 광고가 쏟아지는 요즘. 이른바 ‘광고의 시대’다. 이 많은 광고 속에도 교육적 기능이 숨어 있지 않을까. 여기에 주목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광고활용교육(AIE· Advertising In Education)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백승곤(52) AIE 창의력 광고학교 교장이다. 27년간 광고 현장을 지켜온 그는 지난 2016년부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AIE 대표강사로 활동하면서 교육적인 관점에서 광고를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백 교장은 “광고는 경제, 문화, 역사 등 다양한 학문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 훌륭한 교육 소재”라며 “당시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생각하며 ‘광고를 통해 무엇을 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학교 현장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AIE를 진행해온 그는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재구성해 최근 ‘창의력 교실(광고를 펼치고 인문학을 읽다)’을 펴냈다.

    ◇광고 해석하고 제작까지…“지식 어떻게 활용했는지 중요”

    최근 전국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가 점차 확대 시행되면서 AIE가 이색 수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AIE 창의력 광고학교를 운영하는 백 교장은 자유학기제 교육 프로그램과 특강을 직접 준비해 교단에 서고 있다. 백 교장은 “AIE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주제를 다뤄도 청소년들이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흥미를 바탕으로 광고 한 편에 담긴 역사, 문화 등 인문교양과 경제, 경영과 같은 사회과학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고를 제작하며 창의적인 발상법도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타이어 브랜드인 미쉐린의 광고를 활용한 수업이라면 ‘바퀴’와 관련된 인문학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3~4명으로 구성된 모둠별로 토론을 거쳐 카피(Copy)와 비주얼(Visual)로 구성된 광고를 만들어요. 이때 광고의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새로 알게 된 지식을 광고에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눈여겨보죠.”

    ◇아이 눈높이에서 상상하기 좋은 광고 골라야

    이러한 AIE 수업을 가정이나 학교에서 실천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백 교장은 청소년들이 탐구하기에 좋은 광고를 고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독창적인 형식을 갖춘 동시에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주제를 담은 광고를 골라야 합니다. 예컨대, ‘에어비앤비’의 광고를 통해 최근 뜨거운 감자인 공유경제를 아이에게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형식으로 여러 개가 만들어지는 시리즈 광고의 경우, 그다음 편을 쉽게 상상할 수 있어 AIE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도 무리가 없어요. 단, 아무리 유익한 주제를 지닌 광고라고 하더라도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광고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겠죠.”

    아이에게 맞는 수준의 광고를 선택했다면 광고 해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제교육을 진행한다. 20여분간 광고에 담긴 주제와 관련된 개념이나 현상을 설명해주거나 영상을 찾아 보여주는 식이다. 백 교장은 “본격적인 광고 만들기에 앞서 사고(思考)의 범위를 넓히는 단계”라며 “이를테면 에어비앤비 광고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나서 창업 배경이나 공유경제의 개념과 사례 등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고 부연했다.

  • /이신영 기자
    ▲ /이신영 기자
    ◇광고 만들며 심화학습…“아이 스스로 몰입”

    주제교육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광고 만들기’는 학생들의 지식을 활용해 주제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심화학습 단계다. 백 교장은 ‘명사로 생각하기’ ‘짧은 글짓기’ 등을 통해 광고에 들어갈 카피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가장 먼저 학생이 평소 알고 있던 내용이나 주제교육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오로지 명사로만 적게 해요. 이 단어들로 광고 주제에 걸맞은 짧은 문장을 짓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사과 한 개를 그리고 ‘잘 익은 사과 하나’라는 문장을 썼다고 가정해볼게요. 여기에서 단어 하나만 바꿔 ‘잘 익은 가을 하나’라고 쓰면 비유적인 표현이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여러 단어를 조합한 문장을 놓고 비교해 더 좋은 문장을 카피로 선정해요. 창의력은 물론 논리력까지도 풍부하게 키울 수 있죠.”

    백 교장은 AIE를 시도하고자 하는 교사나 학부모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도 했다.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 활동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AIE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진행한다”며 “이때, 아이들이 낸 아이디어를 칭찬하는 동시에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의견을 덧붙여준다. 단, 아이들에게 이 조언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백 교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몰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간 여유가 있거나 아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 높은 편이라면 광고 제작 단계를 늘릴 수도 있다. 완성된 광고를 활용해 기승전결 구조를 갖춘 4컷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거나 오디오 효과 등을 추가한 12컷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식이다.

    백 교장은 무엇보다도 청소년 대상 AIE를 처음 시작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은 ‘광고’를 활용한 교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흔히 광고를 전문 영역으로 여겨 AIE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나 교사들이 많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예요. 아이들을 잘 아는 만큼 아이들의 시각에 맞춰 광고활용교육을 유연하게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진행하는 AIE는 자유학기제와 방과후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