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역량 '생각하는 힘'… 다양한 경험 통해 사고력 길러야"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11.12 08:37

윤선주 EF국제사립학교 아시아 대표이사 인터뷰

  • "네 생각은 뭐야?"

    윤선주 EF국제사립학교 아시아 대표이사가 누누이 강조하는 질문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생각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이를 위해서는 현상을 놓고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데, 우리의 주입식 교육은 이러한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본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따라 1년 반 정도 미국에서 산 적을 제외하고 줄곧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이유에서일까. 그저 공부 잘하는 평범한 우등생 소녀였던 윤 대표이사는 서울대에 입학할 때만 해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 목적은 주로 '대입(大入)'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똑같은 교육과정에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는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고력과 역량을 기를 수 있을까요?"

  • 윤선주 EF국제사립학교 아시아 대표이사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생각하는 힘’”이라며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 출신 학생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F국제사립학교 제공
    ▲ 윤선주 EF국제사립학교 아시아 대표이사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생각하는 힘’”이라며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 출신 학생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F국제사립학교 제공
    윤 대표이사가 서른 살에 도전한 하버드대 로스쿨 첫 수업을 떠올리며 말했다. 해당 수업은 이 같은 교육 방식에 대해 그가 되짚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판례 수업 첫날,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기세로 손들며 질문을 쏟아냈다. 당시 어떤 궁금증도 일어나지 않던 윤 대표이사에겐 진풍경이었다. 그는 전날 늦은 시각까지 판례 과제를 검토하고 머리에 '흡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같은 수업을 듣던 70명 중 60명이 손을 들며 너도나도 질문하는 모습을 보며 '물어볼 게 없는데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계속 되더라고요. 주입식 교육에 물든 저를 탓(?)하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는 당시 수업을 같이 들으며 질문을 자연스레 많이 하던 친구들에게 '혹시 질문 잘하는 방법이라도 따로 있느냐'고 물어봤다. 이때 그는 친구들이 집에서 일명 '생각하기 밥상머리 교육'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대개 우리나라 부모들은 짧은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인 '오늘 학교에서 뭐했니' '뭐 배웠어' '이번 시험은 몇 점 받았어' 등을 주제로 밥상에서 물어보지만, 친구 부모들은 자녀에게 '그래서 그것에 대한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질문하거나 자기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주어진 것을 흡수하고 외우는 식의 학습에 익숙한 것은 '생각하기 밥상머리 교육'을 받지 못한 탓도 있어요. 이 같은 교육은 가정에서 중등 교육이 시작되기 전까지 밑바탕이 되면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력 향상에 유리합니다."

    그러나 그는 가정 교육만으로는 이 같은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의 주입식 교육이 가정과 교실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윤 대표이사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생각하다가 글로벌 교육 기업 EF가 운영하는 국제학교인 EF국제사립학교로 눈을 돌렸다. EF국제사립학교는 영국 옥스퍼드·토베이와 미국 뉴욕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현재 세계 75개국 출신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만 45종(種)에 달해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는 환경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적성·진로를 찾기 위한 동아리·인턴십 등 활동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영국 옥스퍼드 캠퍼스는 근처 옥스퍼드대와 연계한 다양한 연구 및 비교과 활동을 진행한다. 미국 뉴욕 캠퍼스는 학교가 지원하는 동아리만 해도 로봇공학·가드닝(정원 가꾸기)·코딩·미술·주식·축구·농구 등 60개가 넘는다.

    교육과정 또한 사고력과 특정 과목의 특기를 집중적으로 기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윤 대표이사는 "EF국제사립학교 학생들은 고교 2학년(11학년)이 되면 IB 디플로마(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와 A 레벨(A Level) 중 하나를 골라 2년간 이수한다"고 말했다. IB 디플로마는 국제 공통 고교 학위로 토론 수업과 글쓰기 과제 위주로 이뤄진다. 논리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비교과 활동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다. A 레벨은 영국 대학 입학 준비 과정이다. IB 디플로마보다 시험 과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특정 과목에 특기가 있거나 관심이 높은 학생이 준비하기 적합하다.

    "EF국제사립학교는 학생들에게 세계 각국 출신의 학생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과 자기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줍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고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과 유연성을 길러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조기 유학의 장점은 최근 더욱 부각되는 추세다. 직업의 불확실성과 연속성이 짧아지면서 유연한 사고와 다양한 경험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입니다. 잘 나가는 직업도 몇 년 후엔 존재 여부조차 확신할 수 없죠. 이에 무엇보다 학생들이 특정 직업과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려갈 게 아니라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에 발맞춰 EF국제사립학교에서는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적성을 찾아 주고 미래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주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