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초등 여아에게 ‘인기’ 구체관절인형…新등골브레이커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edu.chosun.com
기사입력 2018.11.09 10:30

-몸통 사면 옷, 신발, 가발 사줘야 해 지출 비용 ‘눈덩이’
-유튜브, 밴드 등에서 인형 모습 공유해
-“아이들의 소통ㆍ표현 욕구 반영된 현상…위화감 불러일으킬 수 있어”

  • 인형 박람회에서 한 초등학생이 전시된 인형을 보고 있다./최예지 기자
    ▲ 인형 박람회에서 한 초등학생이 전시된 인형을 보고 있다./최예지 기자
    #”바디만 29만원? 콜!”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구체관절인형 박람회장. 학부모 김모(45)씨는 몇 달간 이어진 초등학생 딸의 성화에 함께 박람회장을 찾았다. 박람회장은 사람처럼 관절이 움직이는 일명 ‘구체관절인형’을 갖고 싶어하는 딸과 함께 온 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씨 역시 몸통만 29만원에 달하는 인형을 사서 딸에게 선물했다.

    초등학교 여학생 사이에서 고가의 인형이 유행하고 있다. 주로 ‘구관’이라고 줄여 부르는 구체관절인형이다. 구체관절인형은 주인이 자기 스타일에 맞게 원하는대로 외형을 꾸밀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인형과 달리, 가발이나 화장품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다. 이러한 인기에 구체관절인형에 맞는 전문 의상 업체, 메이크업 업체까지 나왔다. 최근에 구체관절인형에 푹 빠진 하모(13)양은 “옷 입히고 머리를 만져주며 예쁘게 꾸미는 게 재밌다”며 “벌써 2개 이상 구매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건 유튜브 영상이다. 하모(13)양은 “주로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인형을 꾸며준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구매한 구체관절인형을 소개하거나, 옷을 알려주는 ‘구관 개봉기’ 동영상이 인기다. 가장 많이 본 ‘구관 개봉기’는 조회수가 약 753만 건에 이른다. 이 외에도 인형의 일상을 담은 ‘구관 브이로그’, 인형 놀이에 스토리를 부여한 ‘구관 드라마’와 같은 영상이 유행이다.

    구체관절인형의 가격은 상당한 편. 초등생이 많이 구매한다는 30cm 이하의 USD 사이즈를 기준으로, 인형 몸통은 20만원에서 30만원가량이다. 이를 꾸미는 소품 역시 비싸다. 이외에도 신발과 가발은 3만원, 옷은 3만원에서 5만원에 달해, 인형을 사기 시작하면 지출하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에 부모들 사이에서 구체관절인형이 새로운 등골브레이커로 불리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를 둔 이모(47)씨는 “가격 때문에 많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며 “인형 옷이나 신발을 사기 위해 대전에서 인형박람회가 열리는 부산까지 왔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인 안모(43)씨는 “인형 옷 가격을 보고 나니 너무 비싸서, 직접 만들어줄까 싶다.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갖지 못한 아이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다. 구독자 56만명의 어린이 유튜버 ‘간니닌니 다이어리’의 ‘구관 개봉기’ 영상에는 ‘구관을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다', '우리 부모님은 비싸다고 사주지 않는데 부럽다’와 같은 댓글이 줄 잇는다. 이에 종이나 지점토 등으로 구체관절인형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도 인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아이들 사이에서 SNS로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인형을 대화 소재로 삼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또한 자신이 할 수 없는 화장을 하거나 화려한 의상을 입히는 것을 통해 대리만족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욕구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형이 상당히 고가라는 점에서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부모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 이러한 구매가 합리적인 소비행태인지 되짚어보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