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현장] 유기 동물 입양 캠페인

오누리 기자

2018.11.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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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유기묘 행복 찾는 '노란 천막'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유행사', 매주 토요일 한자리서 입양 봉사
단점 충분히 설명하고, 깐깐한 심사 거쳐
7년간 유기 동물 2000마리 새 가족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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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대로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이곳에 노란 천막 하나가 들어선다. 천막 아래는 수십 마리 개와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가 나누는 온기로 가득 찬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난데없는 '개판'에 발걸음을 멈추고 한 마디씩 보탠다. "와~ 털에서 윤기 나는 것 좀 봐. 진짜 귀엽다" "그러게. 이렇게 예쁜 애들을 대체 누가 버리는 거야?"

유행사(유기 동물 행복을 찾는 사람들)가 토요일마다 여는 '유기 동물 입양 캠페인' 현장이다. 유행사 회원들은 지난 7년간 같은 자리에서 버려진 동물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는 봉사를 해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추지 않는 이들의 노력 덕분일까. 한때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유기 동물 2000여 마리가 새로운 가족 품에 안기는 행복을 맛봤다. 지난 3일 찾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어김없이 노란 천막이 서 있었다.

안락사 위기 처한 동물 입양 캠페인 벌이는 유행사

"미노 정말 귀엽죠? 근데 아주 사나워요. 여기 상처 보이죠? 미노한테 물려서 7바늘 꿰맨 자국이에요. 가족으로 맞으면 많이 힘드실 거예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자원봉사자 김진아씨가 '미노'라는 몰티즈를 눈여겨보던 박현아(40)씨 가족에게 설명했다. 박씨 가족은 이날 벌써 두 번째 노란 천막을 찾아 미노를 데려가기 위한 상담을 받았다. 박씨는 "눈도 채 못 뜬 어린 강아지를 돈 주고 사기보다 아픔 있는 아이를 식구로 받아들여 사랑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희는 동물들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이야기해요. 좋은 점만 보고 데려갔다가 조금이라도 나쁜 모습이 보이면 다시 버리는 분이 많아서요. 유기 동물에게 또 상처를 줄 순 없잖아요." 김씨와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눈 박씨는 근처 카페에서 가족회의를 하고 결정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유행사는 2011년 8월부터 지금까지 이태원에서 유기동물 무료 입양 캠페인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용산구 내 동물병원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 동물을 40~50마리씩 데려와 캠페인을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을 반납한 이들 덕분에 용산구는 2015년 7월 단 한 마리의 유기 동물도 안락사 되지 않는 '안락사 제로(zero)'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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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유기 동물의 가족을 찾는다'는 내용의 팻말이 행사장 앞에 세워져 있다. ②④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유기견을 보고 있다. ③고양이는 낯선 이가 만지면 스트레스를 받는 습성이 있다. 이 때문에 유기묘는 유기견과 달리 우리 안에서 새 가족을 기다렸다. / 임영근 기자

"정말 키울 능력 되는 사람에게만 보냅니다"

유행사 운영진은 '정말로 유기 동물을 키울 능력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진다. 상담은 천막 옆 도보에서 진행한다. 깐깐한 심사 탓에 원하는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아, 직장인이시라고요? 그럼 일하시는 동안 레오(유기묘)를 봐줄 사람은 없는 거네요? 고양이가 외로움을 덜 타는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아예 안 타는 건 아니거든요. 데려가시기 어려울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하얀 털이 매력적인 고양이 레오를 원하던 김모씨에게 한 자원봉사자가 설명했다. 이날 대여섯 명이 김씨와 비슷한 이유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자원봉사자 임지영(41)씨는 "주인이 직장에 간 12시간은 동물들에게 3일, 4일만큼 긴 시간"이라며 "항상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 반려자에게만 동물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때 미노를 위해 가족회의를 하겠다던 박현아씨가 30분 만에 돌아왔다. "미노를 데려갈게요. 가족이 되고 싶어요. 시은아, 미노를 남동생처럼 생각하고 잘 돌봐줄 거지?" 박씨의 아홉 살 난 딸 시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이날 가족을 찾은 유기 동물은 미노를 포함해 총 3마리였다. 나머지 동물들은 다음 주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 나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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