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논란]현장 교사·입시전문가 “학생부종합전형 바뀐다면 ‘이렇게’”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11.05 14:40
  • 왼쪽부터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넉달 진행했음에도 고교 내신과 학생부 평가에 대한 불신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들은 “학생부 평가를 간소화하는 것보다는 더 자세히 기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수 있는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수열 기자
    ▲ 왼쪽부터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넉달 진행했음에도 고교 내신과 학생부 평가에 대한 불신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들은 “학생부 평가를 간소화하는 것보다는 더 자세히 기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수 있는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수열 기자
    고교 내신ㆍ학생부 평가,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

    교육부가 대학입시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은 지 4개월째.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고교 내신 평가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넉달간 치른 ‘대입개편 공론화’라는 거사에도 교육 당사자들의 내신과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에 ‘어떻게 학생부와 내신 평가를 지금보다 공정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또 다시 주어진 상황이다.

    ‘조선에듀’가 현직 교사, 대학 관계자, 입시전문가들과 만나 학생부 개편을 돌아보고 더 나은 학생부와 내신 평가 방향 등을 고민해봤다. 지난달 열린 이 좌담회에는 현직 고교 교사인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세종과학고 교사),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대학 측의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경상대 입학전형팀장), 교사 출신 입시전문가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이 자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교육부가 학생부 ‘축소’에 방점을 찍은 것에 대해 개선이 아닌 ‘개악’ 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분량을 줄이며 단순화할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자세히 기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히려 대학이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한정돼 해당 부분에 대한 사교육 컨설팅을 유발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 “학생부 간소화는 ‘개악’…단위학교 편차 줄일 운영가이드 마련해야”

    “학생부 단순화는 개선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학생부가 추구하는 교육적 기능인 ‘핵심 역량 파악’과는 거리가 멀어졌어요. 분량을 줄이며 축소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개개인에 대해 지금보다 더 자세히 기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평가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잘라내면, ‘무엇을 보고 뽑아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생기니까요. 교육 당국이 ‘단순화’라는 가장 쉬운 개선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봅니다.” (김정현 회장)

    지난 8월 교육부가 내놓은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에 대해 김 회장이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는 자기소개서 항목과 글자 수를 축소하고, 교사추천서를 폐지하는 등 제출서류 간소화에 더해 학생부 기재고 간소화했다.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로 총 6개까지만 기재토록 하며, 특기사항 기재분량을 3000자에서 1700자로 줄이는 등 전반적으로 학생부의 ‘볼륨’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히려 학생부 기재 내용을 축소하거나 삭제하기보다는 단위학교에서 학생부 또는 수상경력 운영가이드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승후 국장은 “전국 2388개 학교마다 수상 내역 개수와 수상 기재 요인이 다르다. 실제로 학교마다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수상에 기재 개수가 40개부터 300개까지 편차가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각 학교 수상 편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나 등을 고민하는 것, 즉 단위학교에서의 학생부 기재 운영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학생부 기재 내용 축소되면 ‘세특 사교육 컨설팅’ 더 뜰 것”

    교육부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재능·특기가 관찰되는 경우만 기재토록 축소,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세특 컨설팅도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칙대로라면 세특은 교사가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만기 소장은 “실제로 일부 교사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이 적어오는 세특을 그대로 옮겨 적는 일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실제 몇몇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교육 학원에서 세특 첨삭 교습을 받거나 아예 대필을 맡기기도 하는 상황이다. 그는 “세특 대필은 학부모와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학생들과 직접 대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생 자신이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이나 일상적 생활에서 느끼고 배웠던 내용을 학부모가 학원에 제출하면 그 내용을 첨삭해 학생부, 지원 학과와 맞게 재구성하는 형식”이라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대필 사교육이 통하는 이유는 교사들의 온정주의 및 ‘자신이 소속된 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더 나은 입시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성적 관련 비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불이익 부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소장은 “입시 비리에 대해서는 명확한 불이익과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다른 참석자들 또한 “교육 당국이 학교의 평가권은 철저히 인정하되 비리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개입해 비리 교사와 학교에는 불이익을 부여하고 필요하면 법적인 처벌도 해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역량 등급 +서술 기록’ 기재한 ‘체크리스트 성적표’ 대안으로”

    그렇다면, 학생부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도입돼야 할까. 이에 참석자들은 등급식을 학생부에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즉, 과목별로 평가 영역을 교사가 정한뒤 해당 영역을 평가하는 데 적용한 기준과 성취도를 기재하는 식이다. 이때, 교사의 서술적 기록도 함께 나온다. 등급식과 서술식이 합쳐진 방식이다.

    일명 ‘체크리스트 성적표(가제)’라 불리는 성적표를 제시한 김 위원은 “교사의 서술적 기록 외에 학생의 역량에 대한 등급이 함께 표시돼 학생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또 성취도를 2회 이상의 횟수로 기재하도록 해 학생의 성장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술적 기록 외에 등급에 대한 기재까지 추가돼 교사에게는 업무 부담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표 첨부>

  •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이 좌담회 자리에서 제시한 ‘체크리스트 성적표(가제)’ 도덕 과목 예시안. /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제공
    ▲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이 좌담회 자리에서 제시한 ‘체크리스트 성적표(가제)’ 도덕 과목 예시안. /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제공
    ◇ “평가는 정작 입학사정관 손에 달렸는데…전문성ㆍ역량 제고 방안 고취해야”

    무엇보다 이들은 학생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사가 일선으로 학생부를 작성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을 정성 평가해 당락을 가르는 학종에서, 제출서류를 검토하는 작업 전반을 담당하는 것은 입학사정관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인당 평가인원’을 바탕으로 해마다 ‘사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똑같은 지적이 반복되고 있지만, 부족한 평가인원만 놓고 비판하기보다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더 시급한 문제”라며 “정성평가의 특징으로 입학사정관의 통찰력에 따라 학생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최 국장 또한 “학종이 대학별 기준과 원칙에 따라 원하는 인재상 등 평가요소를 공개하고 있지만, 입학사정관이 학생 선발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지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내실 있는 학종 운영을 위해 입학사정관의 역량과 공정성이 일차로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