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비밀·추억 꾹꾹 눌러 담은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노트

하지수 기자

2018.11.0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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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꾸미기'에 빠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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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다이어리를 꾸밀 때 더 멋진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스티커와 색연필, 펜 등의 재료를 활용한다.

'귀찮은 숙제'로만 여겨지던 일기 쓰기가 학생들 사이에 '놀이'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에게 일기는 '그날 겪은 일을 적은 기록'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속시원히 비밀을 털어놓는 공간인 동시에 개성을 꾹꾹 눌러 담은 예술 작품이다. 같은 내용을 쓰더라도 수첩(다이어리)이나 노트를 예쁘게 꾸미면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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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꾸미기 전콘셉트 미리 정해완성도 높여요

준비물 무궁무진… 일본서 구해오기도


“일기 쓰는 게 취미예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써요. 30분 정도 공들여 일기장을 꾸미면 뿌듯하거든요. 예전에는 일기 쓰기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어요.”
김다인(부산 문현초 6) 양이 말했다. 김 양은 올해로 3년째 다이어리를 꾸민다. 4학년 때 유튜브에서 다이어리 꾸미는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껴 시작한 일이다. 김 양은 “저학년 때 숙제로 제출하던 일기는 줄공책에 빽빽하게 글만 채워야 해 지루하고 부담스러웠다”며 “요즘 우리 또래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예쁘게 일기를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일기를 꾸밀 때 각종 재료를 활용한다. 가장 흔히 쓰이는 준비물은 볼펜과 색연필, 인쇄소스티커, 떡메모지, 마스킹테이프다. 인쇄소스티커는 칼 선이 없어 가위로 직접 잘라 써야 하는 스티커, 떡메모지는 접착력 없는 메모지. 박지은(경기 수원 이의초 6) 양은 “스티커를 100장 넘게 모은 애들도 많다”고 했다.
일부 학생은 해외에서도 재료를 구해온다. 유준희(서울 학동초 5) 양은 “주로 아기자기한 문구류가 많은 일본에서 재료를 구입한다”며 “올해 초에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간 부모님께 부탁해 한국에 없는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 메모지를 샀다”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제품을 사긴 어려워 다이어리 꾸미는 사람들끼리 스티커나 메모지를 맞바꾸기도 해요. 자신이 가진 물건을 영상으로 찍은 다음 유튜브에 ‘교환할 사람 찾는다’고 올리면 많게는 수백 개씩 댓글이 달려요. 그중 한 사람과 만나 바꾸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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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글 분위기 따라 꾸밀 콘셉트 결정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맛있는 요리가 나오지 않는다. 일기장 꾸미기도 마찬가지다. 스티커와 메모지를 종이에 아무렇게나 붙이면 지저분해 보인다. 이런 문제를 없애려 어린이들은 글 주제와 분위기에 따라 일기장을 어떻게 꾸밀지 콘셉트를 정하고 재료를 고른다. 계절도 신경 쓴다. 유준희 양은 “예를 들어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을 주기 위해 하늘색 위주의 스티커를 붙이고 바다를 그려 넣는 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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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소스티커로예쁘게 꾸며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작품도 참고한다. 필요한 정보를 얻는 곳은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포털사이트 카페다. 인스타그램에 ‘#다이어리꾸미기’라는 해시태그(소셜미디어에서 검색할 때 쓰는 기호)를 단 게시물은 20만 개 이상. 사진 또는 영상으로 다이어리 꾸미는 요령을 소개한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주제로 한 네이버 카페 ‘★다.꾸★’에도 틈만 나면 관련 글이 올라온다. 32만 명의 회원을 둔 이 카페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게시판이 따로 마련돼 궁금증도 편히 해결할 수 있다.
김은진(경기 파주 와동초 6) 양은 “다이어리를 꾸미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추억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전에 적은 내용을 펼쳐 보면 그날의 기억이 더 생생하게 떠올라요. 이렇게 하나 둘 일기장을 채워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저만의 책을 완성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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