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서 사회적 합의 통해 중장기 교육정책 마련해야…교육부 역할 축소·폐지必”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10.23 17:19

-23일 오후 서울 시청한화센터서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 열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교육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대교협‧전문대교협 공동주최

  • 23일 오후 서울 시청한화센터에서 열린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 1부 지정 토론에서 토론자들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과 교육비전을 논의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시청한화센터에서 열린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 1부 지정 토론에서 토론자들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과 교육비전을 논의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정책을 수립해 중장기적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죠.”

    23일 오후 3시 서울 시청한화센터 드림홀에서 열린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에 참석한 9명의 교육 전문가들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로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정권마다 대학입시정책이 바뀌는 등 중장기 교육정책 부재를 해소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폭넓은 참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들어져야한다는 의미에서다. 이날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교육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경청회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조건과 교육비전에 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취지에서 열렸다. 경청회는 내달 7일까지 2주에 걸쳐 전국 6개 권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가교육위, 대통령직속 독립기구에서 헌법기구로 격상해야

    이날 경청회에서 지정 토론자로 나선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제 구실을 하려면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봤다. 바로 정치적 중립성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독립성이다. 다른 토론자들 역시 이를 근거로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직속 독립기구 형태로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민선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은 “단기적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독립행정기관으로 설립하고, 교육부는 집행기구로 둬 중장기적 교육정책 입안과 실행 기능을 구분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를 헌법기구로 격상시켜 ‘국가교육원’으로 명칭을 개정하고 독립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정 토론자들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함께 교육부의 축소 및 폐지 문제도 논의했다. 김태정 인천교육청 정책보좌관은 “국가교육위원회가 독립기구로 설치되면 교육부의 역할을 대폭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며 “현행대로 교육부를 존치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한다면 앞으로 정권이 바뀌거나 특정 사안이 생겼을 때 다시 교육부가 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교육부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교육 자치 확대를 하나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최 정책보좌관은 “교육부의 사무 권한 중 유‧초‧중등교육 정책의 집행 기능을 시도교육청으로 대폭 이양하고, 교육청은 단위학교의 자율적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김진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교육비전특별위원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오푸름 기자
    ▲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김진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교육비전특별위원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오푸름 기자
    ◇사회적 합의 위해 ‘국민참여위원회’ 둬야 VS 기존 교육전문 관계기관 통해 의견 수렴

    경청회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뤘다. 우선, 국가교육위원회가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이룬 교육정책을 도출하려면 그에 맞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 정책보좌관은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는 갈등과 이해관계 등을 조정하는 공적시스템을 구축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착안해 국가교육위원회에 국민심의기구를 설치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할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교육비전특별위원장도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에 ‘국민참여위원회(가칭)’라는 공론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별도의 ‘국민참여위원회’를 운영하기보단, 국가교육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나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의 협조를 통해 여론수렴을 하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토론자들은 앞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검토해야 할 중장기 교육정책 사안으로 ▲미래 인재상 설정 ▲교육과정 개편 ▲대입제도 개선 ▲학제 개편 ▲교육자치와 대학자율화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발전 방안 등을 꼽았다.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수원장은 “이 같은 사안을 논의해 국가교육위원회가 마련한 기본계획과 방향에 따라 교육부가 구체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해 집행하면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교육정책이 급격하게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지금까지 교육부는 매우 세세한 지침까지 작성해 교육청과 학교로 내려 보냈지만, 앞으로의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정책 기본방향 등 최소한의 지침만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그간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정책보좌관은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이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경청회인만큼 시도교육청, 학계, 시민사회, 학교현장 등에서 제안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청회가 다소 늦게 공지됐다”고 평가했다. 이 소장 역시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치밀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위탁연구 수준의 검토를 거쳐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방안을 결정하려 한다”며 “중대한 과제를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