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기회 격차 줄이려면 ‘흙수저’에 더 투자해야”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2018.10.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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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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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는 갈수록 계층별 교육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계층에게 더 많이 투자해 보편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근 기자

 “바이올린 수업, 컴퓨터 캠프, 유럽 여행 등등. 부유한 가정의 아이일수록 다양한 교육 기회를 얻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 못한 가정은 이러한 경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이러한 기회 격차를 학교가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퍼트넘 교수는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 국제적 리더의 정책 자문으로 활약했으며 ‘사회적 자본’을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퍼트넘 교수는 교육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로 기회 격차를 꼽았다. 그는 “가난한 가정, 부유한 가정의 아이가 누리는 기회는 점점 차이난다”고 단언했다. 일례로 미국의 가족간 저녁식사 시간, 잠들기 전 책 읽어준 시간이 시간이 지날수록 계층별 수치가 벌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어 그는 “당신의 능력보다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가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국가교육종단연구에 따르면 동일하게 높은 시험 점수를 지녀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4분위인 가정의 자녀는 29%만 대학을 졸업하는 반면, 상위 4분위 가정의 자녀는 두 배 넘는 비율인 74%가 대학교육을 마친다. 그는 “똑똑하더라도 가난한 집안에 태어났기에 성공할 수 없는 인재들이 많다는 건 국가적인 손해”라고 말했다.

퍼트넘 교수는 “많은 이들은 ‘학교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실상 학교는 사회의 문제가 투영된 곳일 뿐”이라며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가난한 이들과 부유한 자들이 분리됐기 때문에, 아이들이 기회 격차를 겪는 것이다. 사회의 문제가 책가방에 고스란히 담겨 학교로 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즉, 사회가 만들어놓은 문제를 학교더러 치우라고 탓하기보다는, 학교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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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근 기자

이에 그는 학교가 문제의 원인은 아니지만, 해법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교육 기회를 덜 누리는 이들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예컨대 사립학교에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면 이를 폐지하는 게 아니라, 상응하는 비교과 활동을 공립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지역에 동등하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부유한 지역보다 가난한 지역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이처럼 소위 ‘흙수저’에게 투자할 수 있으려면, 사회의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과거 기회 격차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한 고등학교를 세울 수 있었던 건 그 마을의 부유한 계층이 보편적인 교육을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아이들’은 계층에 상관없이 그 마을에 사는 모든 아이를 의미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우리 아이들’은 생물학적인 자녀만을 가리킨다. 이러한 배타적인 문화가 기회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점점 개인주의적으로 변하고 있고, ‘우리’라는 개념은 아주 약해졌습니다. 지금은 ‘나 중심 사회(I society)’지만 앞으로는 ‘우리 사회(We society)’라는 개념을 회복해야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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