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수영으로 자신과 타인의 생명까지 지켜요”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10.22 15:52

-덕수초 ‘생존수영’ 교육 공개 수업 가보니…

  • 1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실내 수영장에서 덕수초 4학년 학생들이 생존수영 교육을 받고 있다. /한준호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실내 수영장에서 덕수초 4학년 학생들이 생존수영 교육을 받고 있다. /한준호 기자

    # “이제 보트에서 모두 뛰어내려서, 물 위에 둥둥 떠보세요.”

    지난 18일 오전 10시, 여느 초등학교라면 한창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시각,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수영장에서는 아이들이 물속으로 뛰어들며 수영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일반적인 수영 수업과는 전혀 달랐다. 단순한 영법 익히기가 아니라 조난에 대처할 수 있는 ‘생존수영’ 수업 현장이었다. 이날 수업에는 덕수초 4학년 학생 9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물속에서의 위급상황을 가정해 구명보트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물에 뛰어들거나, 물 위에 떠있는 각종 부유물을 잡고 헤엄치는 등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대응법을 익혔다. 수업에 참여한 박주원(덕수초 4)군은 “물속에서 저 자신을 지키는 법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방법까지 터득할 수 있어서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생존·기능·구조로 나눠 단계별 수영 수업… 학생 흥미 ‘껑충’

    서울시교육청 소속 직영수영장을 운영하는 덕수초는 수영 교육 우수 학교로 꼽힌다. 전교생이 연간 20시간(6학년만 10시간)가량 교내 수영장에서 수영 교육을 받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최근엔 수상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생존수영 교육도 함께하고 있다. 생존수영은 수상 안전사고에 대처하는 기술을 익히는 수영으로,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기본 수영 기술을 적용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장시간 떠 있을 수 있는 수영법이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 3~5학년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의무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덕수초는 지난 2학기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영기능과 생존수영·인명구조를 접목한 새로운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교내 수영교육 운영교사와 6명의 전문 수영강사들이 학생들을 위해 만든 결과물이다. 이 교육 과정은 직접 몸으로 익히면서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실제 위급상황에서 안전하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유영·평영·배영·접영과 같은 정형화된 영법은 물론, 물에 빠졌을 때 나뭇잎처럼 뜨는 잎새뜨기, 침몰하는 배에서 안전하게 뛰어내리는 이함(離艦), 체온을 보존하는 영법 등을 배운다. 아울러 타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인명구조 능력도 점진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고안했다. 홍은홍 덕수초 체육부장은 “생존수영과 인명구조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두면서도 영법을 함께 익혀 물에서의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배우다 보니 수영을 잘하는 학생, 못 하는 학생 모두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수업하는 것도 특징이다. 덕수초는 아이들의 수영 수준을 5단계로 나누고, 이를 수모 색깔로 구분해 교육하고 있다. ▲입문(흰색 수모) ▲초급(노랑 수모) ▲중급(파랑 수모) ▲상급(빨강 수모) ▲마스터(금색 수모) 등이다. 노랑 수모를 쓰고 이날 수업에 참여한 서도연(덕수초 4)양은 “원래 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수영에 늘 자신이 없었는데,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뜨는 연습부터 하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수 덕수초 수영강사는 “머리를 물속에 넣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도 잘 따라 할 수 있게끔 구명보트나 부표 등을 이용해 게임을 하듯 즐겁게 가르치고 있다”며 “또 수준별로 전담교사가 붙어서 가르쳐주니 아이들의 습득력도 빠른 편”이라고 전했다.

  • /한준호 기자
    ▲ /한준호 기자

    ◇학부모 만족도 ↑… “다른 학교도 체계적인 수영 교육 운영해야”

    이날 수업은 학부모와 서울중부교육지원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학생들의 수영 수업을 참관하며 새로운 수영 교육 방식과 이를 실제로 진행하는 모습 등을 살펴봤다. 김정호 덕수초 교장은 "그간 학부모들이 자녀의 수영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하고 있어 공개 수업을 마련했다"면서 "기존 수영기능 향상에 중점을 뒀던 것에서, 수상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생존수영 교육 으로 나아가고자 했다"고 밝혔다.

    수업을 지켜본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영 영법뿐 아니라 자신의 생존과 타인의 생명도 구조하는 역량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는 의견이다. 쌍둥이 남매의 수영 수업을 참관한 오미정씨는 “학생 수준에 맞게 교육 과정을 재구성하면서 이전보다 수업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며 “또 인명구조 교육을 통해 학생들 간의 공동체 의식을 키워주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학부모 김윤주씨도 “물가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를 대비해 아이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가르쳐주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넘어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용기를 길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 현장을 찾은 유재준 서울중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은 “생존수영 수업 현장을 직접 보니, 다른 학교에서도 이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 대상 연수 등을 활성화해야겠다고 느꼈다”며 “앞으로 덕수초처럼 서울시내 학생들의 수영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