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수 따라 아동수당 달라야…경제적 이유로 출산 망설이는 일 없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10.15 16:01

-백선희 제5대 육아정책연구소장 인터뷰
-“돌봄 공백 메우기 위해 사회구성원 더 노력해야”

  • 8일 서울 서초구 외교센터 내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 8일 서울 서초구 외교센터 내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항석 객원기자
    "앞으로는 소득 수준 90%에 속하는 가정의 아동이 아닌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첫째보다 둘째, 둘째보다 셋째 아이에게 아동수당 지급액을 늘리는 식으로 나아가야 해요."

    최근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 '아동수당'은 뜨거운 논란을 낳았다. 소득 수준이 상위 10%인 가정의 아동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한바탕 혼란을 겪은 탓이다.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 필요한 행정 비용이 소득 수준 상위 10% 가정의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주는 것과 비슷하자 논란은 더욱 커졌고,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외교센터 내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만난 백선희(49ㆍ사진)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수당 지급을 확대하는 등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며 느낄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완화책 고민해야”

    OECD 국가 중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나라는 약 31개국이다. 이 중 20개국은 전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하거나 차등지급을 하고 있다. 백 소장은 “우리나라는 소득 기준 90% 가정의 아동에게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사실상 아동수당을 보편적으로 지급하겠다고 선택한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아동의 권리를 위해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자녀 수에 따라 지급액을 늘리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과 같이 0~5세(0~71개월)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씩 일괄 지급되는 형태로는 부족하단 얘기다. 지난해 말 육아정책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연구해 발표한 ‘행복한 육아문화 정착을 위한 KICCE 육아정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동수당 적정 지급액은 월 38만5500원으로 초등 2학년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90%에 달했다.

    “아동수당의 본질은 수평적 재분배에 있어요. 아이가 많을수록 부모가 월급을 더 많이 받지는 않지만, 지출은 훨씬 많아집니다. 이때, 아동이 있는 가정이 아동이 없는 가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해요. 그래야 아이를 키우며 상대적으로 억울하거나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안 들거든요. 즉, 육아에 필요한 지출이 늘어 상대적으로 줄어든 실소득을 지원해 이를 보존해주는 겁니다. 자녀가 많은 가구일수록 실소득이 상대적으로 너무 줄지 않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아동수당의 경우, 둘째 아이부터 지급액을 늘리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죠.”

    그는 최근 한 의원이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1억원을 지급할 것을 주장해 논란이 일었던 일명 '출산주도성장'도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정치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살펴보면, 많은 사람이 아이를 키우는 일에 큰돈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초저출산 사회에서 육아 지원 대책을 마련할 때 각 가정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 /최항석 객원기자
    ▲ /최항석 객원기자
    ◇“초등 저학년 하교 시간 연장하면 돌봄 계획 마련 수월해질 것”

    육아정책연구소는 최근 초등 돌봄과 관련해서도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 육아정책이 영유아기 돌봄 및 교육정책에 치중돼 있어 초등학교 입학 후 돌봄 공백이나 사교육 과의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중 초등 돌봄 공백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문제로, 여성 경력 단절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7월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이슈페이퍼인 ‘초등 자녀 방과 후 돌봄 지원방안’에 따르면, 교육부의 초등 돌봄 교실, 보건복지부의 지역 아동센터, 여성가족부의 아이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부처에서 방과후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는 초등 학부모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 소장은 이 같은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초등 저학년(1~4학년) 하교 시간 연장(안)’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를 만나 얘기를 들어 보니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 불규칙해 자녀 돌봄 계획을 세우기조차 어렵다고 하더군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 고학년도 2~3시에 끝나는데 유독 초등 저학년만 하교 시간이 빠르죠. 초등 저학년이 다른 학년보다 하교 시간이 빠른 것은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대다수 아동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이전보다 더욱 빨리 사회화와 단체생활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하교를 빨리 할 이유가 없다고 봐요.”

    그는 초등 저학년 자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교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하교하는 정오부터 1시에는 대다수 부모가 맞벌이 등을 이유로 집에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 때문에 아이들은 빈집에 가기보단 학교 주변을 배회하곤 하죠. 이때 여러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곤 합니다. 만일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후 3시까지 머무른다면, 이런 사건•사고 등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학교는 보육기관이 아니라고 반발하며 수업 시수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백 소장은 "하교 시간을 연장한 만큼 수업 시수를 늘리기보단 휴식시간을 늘리거나 체육 활동 등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우면 좋을 것"이라며 "아이들을 잘 돌보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인 만큼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사회구성원 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