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기획] 태풍, 저를 소개합니다

글=최지은 기자

2018.10.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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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해수면 온도 올라… 지독한 '가을 태풍' 만들죠

태풍 재료, 강한 동·서풍과 온도 높은 바닷물
해수면 온도 가장 높은 9월, 강한 태풍 태어나
적도 잔열 이동, 지구 온도 균형 맞추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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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여기가 어디죠. 한반도라고요? 아, 대한민국이군요. 올해 제 친구들이 평소보다 이곳에 자주 왔다고 들었어요. 사람들이 그다지 반겼던 것 같지는 않지만요. 아이고,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태풍'이에요. 지난 6일 한반도에 방문했던 제25호 태풍 '콩레이'의 친구죠. 콩레이 녀석이 또 사고를 쳤나 봐요. 이재민만 600여 명에 건물 1700여 채 침수라니…. 얼마 전 '짜미'는 2박 3일 동안 일본을 휩쓸었다던데. 제 친구들이 왜 이렇게 모습을 자주 드러내느냐고요?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저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우리가 태어나는 원리는요

올여름에는 평년(1981~2010·11개)보다 친구들이 많이 태어났어요. 여름(6~8월)에만 18개나 생겼죠. 서풍이 강하게 불고 해수면 온도도 높았거든요.

일단 우리가 어떻게 바다에서 태어나는지부터 소개할게요. 우리 고향은 태평양 남서부인 필리핀 부근 바다예요. 태양열을 많이 받는 적도 근처죠. 우리가 바다에서 만들어지려면 높은 온도와 바람이 필요해요. 주로 해수면 온도가 27도 이상일 때 태어나죠. 주전자에 물을 끓이면 수증기가 생기는 것처럼, 고온의 바다에서도 수증기가 많이 발생해요. 뜨거운 수증기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데요. 이때 상승기류가 생기고 해수면 부근에는 공기가 얼마 남지 않아요. 기압이 낮은 '저기압' 상태가 되는 거예요. 여기에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서풍)과 북태평양고기압 주변 동풍이 불어닥치면 태풍으로 발전할 수 있는 '씨앗'인 소용돌이가 발생한답니다.

올해 여름에는 필리핀 앞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1도가량 높은 날이 많았어요. 수증기가 많이 생겼죠. 인도양에서 오는 서풍도 강했고요. 그래서 제 친구들이 많이 태어났죠. 한반도에는 '쁘라삐룬' '룸비아' '솔릭'이 들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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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8시 한반도에 접근하는 제25호 태풍 ‘콩레이’ 위성 사진./국가태풍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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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레이’가 영남권을 통과한 지난 6일 경북 청송에서 커다란 나무와 자동차가 폭우로 불어난 물을 버텨내고 있다./청송문화관광재단 제공
가을에 힘이 세져요

가을(9~11월)이 생일인 친구도 있어요. 콩레이와 짜미도 가을 태풍이에요. 이 친구들은 힘이 센 경우가 많아요. 잘 생각해 보세요. 지금까지 한반도에 기록적인 피해를 준 태풍은 주로 가을 태풍이었어요. 역대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큰 재산 피해를 줬던 루사(2002)·매미(2003) 모두 9월이 생일이에요. 루사로 인한 피해액은 5조1000억원에 달했죠. 역대 셋째로 강력했던 차바(2016)도 10월에 한반도를 덮쳤어요.

원인은 해수면의 온도예요. 한국 사람들은 8월이 가장 덥다고 하지만, 제 고향의 바닷물 온도는 9월에 가장 높아요.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제 친구들은 더 강해져요. 여름이 지난 후에도 남아있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한반도로 이동하기도 해요. 북쪽에서 찬 공기가 여름보다 많이 내려오는데, 이 공기들을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면 지면에 비도 많이 쏟아붓죠.

전문가들은 우리가 가을에 한반도를 습격하는 이유가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다고 봐요. 해수면 온도가 올라간 것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오래 머무는 것도 온난화와 관계있다는 거죠. 물론 바람의 세기, 기압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요.

하지만 우리를 나쁘게만 보지는 말아주세요. 우리는 적도의 열을 극지방까지 옮겨 지구의 온도 균형을 맞춰줘요. 이동하면서 대기의 오염물질을 싹 없애기도 하죠.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많지만 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게요. 제가 겨울에는 한반도에 거의 방문하는 일이 없으니, 우린 내년에나 만날 수 있겠네요!

도움말=오임용 국가태풍센터 예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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