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국어 강상희박사의 수능국어 학습법] 고난도 지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개념 정보의 중첩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10.12 09:18

독서 영역 공부법: 심화편(2)

  • 독서 지문의 난이도는 일단 지문이 길면 올라간다. 당연하다. 정보량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학년도(2018년) 평가원 6월 모의고사의 최한기 지문을 보면 알겠지만, 지문이 길다고 반드시 어려운 것은 아니다. 길어도 쉬울 수 있고, 짧아도 어려울 수 있다. 지문의 길이보다 더 중요한 난이도 상승의 요인은 바로 '정보의 복잡성'에 있다. 그 중에서 이번 지면에서는 개념 정보의 양과 중첩을 통한 정보의 복잡성에 대해 살펴보자.

    개념 정보가 많아지면 지문 난이도가 올라간다.

    개념 정보는 개념을 정의하거나 기능을 설명하는 정보다. ‘A는 B이다, A는 B의 역할을 한다.’와 같은 방식의 문장으로 나타난다. 가끔 형태를 바꿔서 ‘B의 역할을 하는 A’나 ‘B를 뜻하는 A’의 식으로 간단하게 제시되기도 한다.

    사실 지문에 개념정보만 많아도 일단 어렵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청소년들의 일상에 대해 쓴 글을 읽으면 학생들은 전혀 어렵지 않게 느낀다. 다뤄지는 내용이 익숙한데다 개념어가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신문의 기사는 처음 접하면 매우 어렵다. 기사에 나오는 ‘환율’, ‘채권’, ‘주식’, ‘성장률’ 등의 개념들이 생소하다. 아울러 기사에서 다뤄지는 인물이나  기관 등이 낯설다.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수능 지문에 개념정보가 많이 나오면 일단 독해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학생들도 이는 직관적으로 안다. 시험을 볼 때 지문을 일별하고 나서 ‘아, 이건 어렵겠다. 나중에 풀자.’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지문을 처음 봤을 때 낯선 용어나 인물, 기관, 지명 등이 많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출제위원들은 개념 정보를 중첩시켜 지문 난이도를 올린다

    일단 아래 글을 보자.


  • 2015학년도 수능B 17~20번 문제의 지문이다. 위의 지문을 보면, ‘아’, ‘소아’, ‘대아’, ‘자성’, ‘상속성’, ‘보편성’, ‘항성’, ‘변성’ 등 총 8개의 낯선 개념이 동원되어 있다. 이 문단에서는 소아와 대아, 상속성과 보편성 등 총 4개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고 나머지 개념들은 그 앞 문단에서 정의해 놓은 것이다. 일단 이렇게 한 문단 안에 개념 정보들이 다수 등장하게 되면 그 문단의 뜻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한 문장 안에 개념 정보들이 중첩되면 의미 파악에 무척 애를 먹게 된다. 신채호 지문을 학생들이 어려워 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와 같은 개념 정보의 중첩 때문이었다.

    가령, 마지막 문장인 ‘만약 대아의 항성이 크고 변성이 작으면 환경에 순응하지 못하고 멸절할 것이며, 항성이 작고 변성이 크면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여 우월한 비아에게 정복당한다고 하였다.’를 보면 ‘대아’, ‘항성’, ‘변성’, ‘비아’ 등의 개념어가 한 문장에서 중첩되어 쓰이고 있다. 이런 경우, 각각의 개념어를 확실히 파악하고 문장을 읽어가야 내용이 이해가 된다. 

    친숙하지 않은 개념이 다수 등장하는 문장, 또는 문단은
    개념어 앞에 정의된 내용을 붙여서 읽어라.

    이런 문단을 만났을 때는 우선 읽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리고 차분하게 한문장 한문장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하며 읽어나가야 한다. 의미가 파악되지 않으면 개념어 앞에 작은 글씨로 정의된 내용을 적어가면서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 가령, ‘소아는 자성은 갖지만 상속성과 보편성을 갖지 못하는 반면,’과 같은 부분을 ‘개별화된 개인적 아인 소아는 ’나의 나됨‘인 자성은 갖지만, 시간적 차원에서 아의 생명력이 지속되는 상속성과 공간적 차원에서 아의 영향력이 파급되는 보편성은 갖지 못하는 반면,’과 같이 읽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개념 정보가 많은 문장을 빠르게 읽으면 읽은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고 휘발되기 때문에 공연히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처음에는 느리더라도 개념 정의를 적용하여 정확하게 읽는 훈련을 하자. 이렇게 기본기를 익힌 다음에 점차 속도를 높여야 한다. 

    개념간에 비교, 대조된 부분은 정확히 표시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하게 파악하라.


    위의 지문에서 ‘소아는 자성을 갖지만 상속성과 보편성을 갖지 못하는 반면, 대아는 자성을 갖고 상속성과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는 문장을 보자. 5개의 낯선 개념을 활용하여 소아와 대아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출제위원들은 이와 관련된 문제를 출제할 수밖에 없다. 수능 국어 모의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이런 대목을 읽으면, 여기서 꽤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겠구나, 하고 예상할 수 있다.

    예로 든 문장에서 핵심은 ‘대아는 자성을 갖고 상속성과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에 있다. 그러나 그 앞에 나온 ‘소아는 자성을 갖지만 상속성과 보편성을 갖지 못하는 반면,’은 오답 선지로 활용되기 좋은 부분이다. 이 대목에서 수험생들은 대아와 소아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즉, 소아와 대아의 차이점은 상속성과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라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능에서도 18번 문제의 오답 선지로 이 부분이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인문 지문에서는 이렇게 비교, 대조되어 있는 부분이 중요한 출제 포인트가 된다.

  • 2014학년도 9월 모의평가 B형 17~20번 문제의 지문 중 일부다. 이 문단의 핵심은 ‘명덕’과 ‘명명덕’에 대한 주희와 정약용의 해석의 차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주희에게 명덕은 마음의 능력이고 명명덕은 마음 공부다. 반면 정약용에게 명덕은 구체적 덕목이고 명명덕은 덕목의 실천이다. 출제위원들은 18번 문제의 선지에서 이 부분을 문제로 출제했다.

    개념 정보가 비교, 대조되어 있는 부분은 중요한 출제 포인트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이런 부분이 나오면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실하게 파악해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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