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수학적 희열, 학생들이 느끼도록 교사가 알려줘야"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2018.10.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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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수학회장 미카엘 뢰크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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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뢰크너 독일수학회장은 “아이들을 위해 학습량을 줄인다고 말하지만, 결국 수학 교육과정을 축소하는 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교육과정을 축소하는 대신 교사 교육에 더 투자하고,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신영 기자

“지난 20년간 고교 수학 교육과정이 점점 축소됐습니다.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대학교육을 받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죠. 수학 교육을 강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수학 교육을 염려하는 건 비단 한국 수학자뿐이 아닌듯했다. 지난 3일에서 6일까지 열린 한국독일공동국제학술회의(대한수학회, 독일수학회 주최) 방문차 한국을 찾은 미카엘 뢰크너(Michael Röckner·빌레펠트대학교 수학부 교수) 독일수학회장은 독일 수학 교육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수학 교육, 수준별 수업 필요해

수학 강국으로 유명한 독일이 왜 수학 교육을 고심한 걸까. 그는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교육과정을 축소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치계의 최근 목표는 모든 세대의 50% 이상이 대학을 졸업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학습자의 수준이 동일한 상태에서) 지금보다 많은 이들이 대학교에 진학하고 졸업시키려면, 그 기준을 낮춰야겠지요. 이는 연속적으로 중등교육과정에도 영향을 끼쳤어요. 대학 입학 자격을 부여하는 중등교육 기관인 김나지움에서 전보다 낮은 성취도의 학생을 수용하면서 교육의 수준이 떨어졌습니다.”

수준별 수업의 부재는 수학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가속화했다. “독일도 한때 수학을 수준별로 가르쳤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수준별 수업을 폐지했습니다.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나누는 것은 옳지 않으며, 부모의 교육수준을 대물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하나의 과정으로 일괄적으로 교육하다보니, 수업 수준은 어느새 낮아졌어요.”

뢰크너 회장은 수학 수업은 반드시 수준별로 진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수준별 수업이어야 학생의 학습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수준별 수업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학급에서 못하는 학생을 잘하는 학생이 도우면 된다지만, 실상은 이러한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잘하는 학생은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에 시간을 과하게 쓰고, 못하는 학생은 동료 학생이 아닌 전문적인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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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영 기자
◇수학 교육의 성공 여부는 교사에 달려

그럼에도 독일의 수학 경쟁력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를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이 배출했으며, 세계수학연맹에서는 최고의 수학 실력을 보유했다고 여겨지는 5군으로 분류된다. 그는 이러한 강점은 다름 아닌 고등교육에서의 전폭적인 인재 양성에서 비롯한다고 봤다. 뢰크너 회장은 “독일은 대학에서 재능 있는 학생을 적극적으로 선발하고, 지원한다”며 “독일수학회가 선발한 최우수한 학생은 나이에 상관없이 일찍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며, 교수진이 적극적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지도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고등교육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내던 그는 중고교 교육에 있어서는 한국이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비판하는 교육의 모습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바. 수준별 수업은 해묵은 논쟁거리며, 특히 수학 교육과정 축소는 최근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정부가 2022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에서 ‘기하와 벡터’를 빼려고 하자 국내 수학ㆍ과학계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고 기하는 선택과목으로 기사회생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수학 교육과정 축소를 고심하는 배경은 사뭇 다르다. 수학이 어려워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수포자(수학 포기자)’ 문제가 심각해지자 수학 학습량을 줄인 것이다. 이에 대해 뢰크너 회장은 수학이 학습량이 많아서 어려운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교사”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학생이 수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사가 안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은 뭔가를 확실히 이해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순간이 있다”며 “교사는 원리를 찬찬히 설명하고 흥미를 유발하며, 학생이 수학적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암기하거나, 많이 가르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수학 교육은 변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이들을 위해 학습량을 줄인다고 말하지만, 결국 수학 교육과정을 축소하는 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칩니다. 수학은 모든 자연과학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학문일 뿐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도 수학적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대학 진학 이후 생물, 물리 등 다양한 과목 학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교육과정을 축소하는 대신 교사 교육에 더 투자하고,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학의 매력을 깨닫는다면 수학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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