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기획]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사물놀이'

장지훈 기자

2018.10.0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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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놀이 계승한 '사물놀이'
태어난 지 40년밖에 안 됐대요

'꽹과리·북·징·장구' 4개 타악기로 연주
국악 명인 김덕수가 이끈 음악패서 첫선
꽹과리 연주자 '상쇠'가 공연 진두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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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충남 아산에서 열린‘2017 그랬슈 콘서트궩 무대에 오른 김덕수 사물놀이패./충남문화재단 제공
"사물놀이가 생겨난 지 40년밖에 안 됐다고?"

지난달 30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물놀이 탄생 40주년 기념 공연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가 열리고서 많은 사람이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수백 년은 이어온 줄 알았던 사물놀이의 역사가 반세기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란 사람이 많았죠. 사물놀이라는 이름도 국악 명인 김덕수(66)가 이끈 음악패 이름에서 나왔다는 점도 새삼 주목받았는데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사물놀이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1978년 2월 22일, 사물놀이 첫 무대 올라

사물놀이의 뿌리는 '풍물놀이'에 있습니다. 농악(農樂)으로도 불리는 풍물놀이는 주로 농사를 지었던 조선시대 사람들이 풍년을 기원하거나 혼례·장례 등 고을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벌인 전통공연을 말합니다. 장구·징·태평소·소고 등 악기의 연주자가 "얼쑤! 절쑤!" 추임새를 넣고, 채상(상모를 돌리는 사람)과 기수(깃발 든 사람)가 한데 어울려 춤판을 벌이는 모습으로 유명하죠.

풍물놀이는 광복 이후인 1950년대까지도 번성했지만, 1970년대에 이르러 도시에서 산업화가 진행되고 농촌에서 '새마을 운동'이라는 변혁 움직임이 일면서 차츰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런 풍물놀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이 바로 사물놀이입니다. 공연 장소를 너른 마당에서 실내로 옮기고, 꽹과리·장구·북·징으로 구성된 네 개의 타악기만 사용해 리듬감을 살리는 데 집중한 것이 특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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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서울 종로구 공간사랑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펼치는 이광수·김덕수·최종실·김용배(왼쪽부터). /크레디아 제공
1978년 2월 22일은 사물놀이가 탄생한 날입니다. 김덕수(장구)·김용배(꽹과리)·이종대(북)·최태현(징)이 '웃다리(경기·충청) 풍물 앉은반(앉아서 하는 연주)'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서울 종로구 공간사랑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공간사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이 만들고,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무용가 공옥진 등이 공연한 1970~1980년대 한국 예술의 아지트 같은 곳인데요. 이날 공연을 본 민속학자 심우성이 "네 가지 악기를 쓰니 사물놀이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전합니다.

오케스트라에 '악장' 있다면, 사물놀이에는 '상쇠' 있다

서양 고전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관현악단)에는 지휘자를 보조해 연주를 이끄는 '악장'이 있습니다. 지휘자의 가장 가까이에 앉는 '1번 바이올린 연주자'가 그 주인공인데요. 악장은 탁월한 기량으로 연주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지휘자의 의도를 파악해 이를 단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조율자 역할도 합니다. 책임이 막중해서 이탈리아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어깨'라 불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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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에서는 '상쇠'라 불리는 꽹과리 연주자가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장구·북·징 등 사물놀이의 다른 악기와 비교해 가장 작지만 제일 높은 음을 내는 꽹과리는 경쾌한 소리로 공연을 이끌죠. 시작과 끝을 알리는 것도 꽹과리이고, 연주 도중 장단이 바뀌는 것을 알리는 것도 꽹과리랍니다. 그래서 상쇠는 마치 장군이 전투의 맨 앞에 서는 것처럼 전립(무관이 쓰던 챙이 넓은 모자)을 쓰고서 연주를 진두지휘해요.

사물놀이는 연주자들의 호흡이 조금만 어긋나도 무질서한 소리로 들리기 쉬워요. 태평소처럼 음률을 만드는 '가락 악기' 없이 두들겨 소리를 내는 '리듬 악기'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국악 전문가들은 사물놀이의 네 악기를 서로 조화를 이뤄 곡식을 영글게 하는 자연현상에 빗대 설명한답니다. 귓전을 날카롭게 울리는 꽹과리는 천둥에,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장구는 비에, 하늘로 솟구치는 힘찬 북소리는 구름에, 음이 파동을 그리며 천천히 퍼지는 징은 바람에 각각 비유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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