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평균의 함정, 데이터로 피할 수 있을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10.10 09:18
  • 우리는 정답을 원합니다. 모두에게 맞는 한 가지 정답의 길이 있고, 여기에 가까울수록 성공에 가깝다고 여기는 거지요. 모든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측정해, 그 성적에 따라 '우열을 줄 세우기한' 대학과 학과에 들어갑니다. 교육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결혼정보회사는 결혼 대상자를 하나의 기준으로 등급화합니다. 사회 전반에서 이런 줄 세우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토드 로즈는 책 ‘평균의 종말’에서 이런 방식이 교육의 한계라고 주장합니다. 사람의 재능은 신체 치수처럼 부분 부분마다 모두 다릅니다. 이를 '평균적 인간'으로 묶어서 가르치고, 평가하는 건 마치 한 치수의 옷에 모든 사람을 억지로 맞추려고 강요하고, 치수에 가까울수록 우수하다고 말하는 행동과 같다고 그는 말합니다. 대신 그는 자동차 운전석처럼 '치수에 따라 맞춤으로 바꿀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주장합니다.

    토드 로즈 본인도 그런 평균적 교육에 피해자였습니다. 그는 ADHD가 있었습니다. 자연히 집중력이 약했지요. 또 그는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에 권위에 저항하는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그는 반항아라는 딱지를 달고 살았습니다. 결국 그는 고졸에 아이와 아내를 부양하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하버드대 교수가 될 수 있던 배경에는 헌신적일 뿐 아니라, 자녀의 독특함을 알고 있던 부모가 있었습니다. 토드 로즈가 대학원 입학 시험인 GRE의 논리 영역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겪자 그의 아버지는 토드 로즈에게 '너는 기억력이 약하지만, 그림으로 사고하는데 강하니 도표로 정리해서 논리 문제를 풀어보라'고 조언합니다. 암기해서 문제를 풀라는 족집게 강사의 의견과 반대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토드 로즈의 장점과 잘 맞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는 GRE 논리 영역 만점을 맞았고 원하는 대학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지능은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는 단일한 능력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기억력이 뛰어납니다. 누구는 논리적 추론 능력이 뛰어나죠. 또 누군가는 연산 능력이 좋습니다. 어떤 사람은 골고루 능력이 비슷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특정 능력이 두드러지게 뛰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마치 모두의 신체지수가 다르듯 말이죠.

    여기에는 옳고 그름, 우월이 없이 다름만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의 특성을 잘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실제로 최고의 교사는 학생마다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한 명의 교사가 학생의 모든 특징을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합니다. 칸 아카데미는 개개인 학생의 문제풀이를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에게 딱 맞는 개념 공부, 강의, 그리고 문제를 다시 추천합니다. 이런 사이클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다는 거지요.

    한국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에게 딱 맞는 교육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토익 서비스 '산타 토익'에는 유명 강사가 없습니다. 대신 사용자가 푼 시험 문제를 분석합니다. 학생의 약점을 분석해 그에 딱 맞는 짧은 개념 설명 영상과 문제를 다시 추천해줍니다.

    이런 방식의 공부에는 많은 양의 데이터 분석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이 어떤 상태인지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주는 게 핵심이지요. 과거에는 의사가 직감을 통해 학생을 진단했다면, 기술이 발전한 요즘은 의사가 의료기구의 도움을 받아 더욱 정확한 분석을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의 일이 교육에서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 '관점의 변화'입니다. 모두에게 통용 가능한 하나의 정답이 있다는 믿음.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믿음 말이죠.

    이런 믿음을 가진 한, 데이터도, 뛰어난 교사도 자녀에게 맞춤형 교육을 해줄 수 없습니다. 가장 점수를 잘 올려주는 한 가지 방식만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설사 그게 자녀에게 잘 맞지 않는 방식이라도 말입니다.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걸 사용하는 인간이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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