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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에 속력만 내선 안 돼 복직 방향부터 설계를"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8.10.0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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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단절' 이겨낸여성 과학기술인 2人을 만나다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180만명 시대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결혼한 30대 여성 3명 중 1명은 '경단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공학 계열 박사 학위를 받으며 소위 '탄탄대로'를 걷던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취업 경쟁력을 갖춘 여성 과학기술인들도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이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자연공학 계열을 전공했지만 일·가정 양립에 애를 먹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30만명을 넘어선다. 이에 경력 단절을 딛고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 과학자 2인을 만나 그 답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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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태(왼쪽) 연세대 연구교수·최성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은 “꿈꾸는 엄마가 꿈꾸는 아이를 키운다”며 “엄마 자신부터 꿈을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지 마라”고 전했다. /임영근 기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된 '경단녀'… 전문성·경쟁력 사라질까 두려워

수리지질학을 연구하는 김연태(41) 연세대 연구교수는 학부 시절부터 쉼 없이 달려오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하던 일을 그만뒀다. 박사과정을 병행하면서도 임신·출산에 큰 무리가 없던 첫째 때와는 달리, 둘째 땐 임신 초기부터 골반 주변으로 강렬한 통증이 있는 천장관절증후군을 앓았다. "첫째 아이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둘째였기에 정말 소중했어요. 결국 아이를 위해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죠. 처음엔 제가 집에 있으니 남편과 아이들 모두 편안해하는 걸 느꼈지만, 정작 저 자신은 불안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직접 할 일을 찾아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성은(36)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도 둘째 출산을 앞두고 경력이 단절됐다. 첫째 땐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출산휴가 이후 바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1년 만에 계획에 없던 둘째가 생기면서 육아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이들과 종일 함께하면서 안정적이고 행복했지만, 연구원으로서의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 같아 속상하고 불안했다"며 "이후 갈수록 낮아지는 자존감으로 우울해하는 경우가 잦아지자, 저와 아이 모두를 위해 복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백기에도 '감' 잃지 않으려 노력

그러나 공백기를 딛고 재취업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 교수는 가장 먼저 잃어버린 '감(感)'을 찾으려 노력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분야 특성상 연구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력 단절 기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연구소로 향했다. "평소 제 상황을 잘 아는 연구소 박사님께서 연락이 왔어요. 빈 책상을 내어줄 테니 논문 몇 편이라도 읽고 가라고요.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논문을 읽다가 점차 그 횟수를 늘려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단기 과제에도 참여하고, 연구도 돕게 됐어요."

정부기관의 지원 사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가 운영하는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 복귀 지원사업'에 참여한 공통점이 있다. 이 사업은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력 단절 이공계 여성과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할 석·박사급 인력이 필요한 연구소·대학·기업을 연계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 연구원은 "사업에 참여하면서 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엄마들과 교류하며 감정적인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걱정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은 아이들이 다시금 엄마와 떨어져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까 염려스러웠기 때문. 이때 최 연구원은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현재 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에서 영상 속 얼굴 나이를 인식해 원하는 나이로 변환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 그는 "경력 단절 기간부터 첫째에게 '엄마는 부모 잃은 친구들을 돕는 일을 해왔다'고 자주 설명했다"며 "이후 다시 출근하게 됐을 때, 아이가 '친구들에게 엄마·아빠를 빨리 찾아주고 오라'고 말하는 등 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경력 복귀 포기해선 안 돼"

이들은 현재 경력 단절을 딛고 재취업에 성공해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초등 6학년·네 살인 두 아들과 15개월 막내딸을 둔 김 교수는 경력 복귀한 지난 4년간 주저자 논문 4편과 공저자 3편을 내고, 지금은 연구책임자로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3세·20개월 두 딸을 둔 최 연구원도 SCI급 국제 저널 논문을 2편 게재하고, 2건의 특허 출원을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공계 여성 후배들에게 "경력이 단절됐다고 포기하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보라"고 조언했다. 최 연구원은 "능력 있는 수많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해"라며 "아이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불안함과 죄책감으로 일찍이 경력 복귀를 포기하기보다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기사나 논문을 읽고 구직 정보를 확인하는 등 틈틈이 복직 일정을 계획해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속도보단 '방향'이 중요하다"며 "남들과 비교하면서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보다, 올바른 목표를 유지하며 조바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면 언젠가 다가올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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