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기획] 초등생 사이 퍼지는 자살·자해 콘텐츠

오누리 기자

2018.10.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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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영상·노래 '유행처럼' 번져… 제재 방안 시급

인스타그램에 자해 인증샷만 1만건
경고문 있어도 제재 없이 접근 가능

자살 암시하는 노래, 가요처럼 불려
학생들 보호할 제도적 장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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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나소연
서울 강남에 사는 6학년 최모 양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보다 깜짝 놀랐다.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날카로운 도구로 손목에 상처를 내고 피가 맺힌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기 때문이다. 게시글에는 '용기가 부럽다' '멋지다' 등 또래 학생들이 남긴 응원 댓글로 가득했다.

최근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자해(自害) 인증샷'이 초·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셜미디어에 퍼지는 자해 인증샷

"얼마 전 같은 반 남자애들이 여자애들한테 페이스북에 올라온 자해 동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어요. 몇몇 여자애들이 충격받아 울기도 했죠. 저도 며칠 동안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면이 계속 생각나서 괴로웠어요."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혜윤 양이 말했다. 김 양은 "페이스북을 할 때 친구들이 올린 이상한 동영상을 종종 본다. 하지만 자해 동영상을 봤을 때는 다른 동영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자해 인증샷은 최근 인기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고등학생 래퍼가 자신의 손목에 난 상처를 공개하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1만 건 넘는 게시글이 뜬다. '회원님이 검색하려는 단어나 태그가 포함된 게시물은 유해할 수 있다'와 같은 경고문이 뜨기는 하지만 '계속하기'를 누르면 누구나 제재 없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직 교사가 '소셜미디어에 자해 인증샷이 유행하며 초등학생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유·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거나 다른 제재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청소년 자해 인증샷 확산을 막아달라는 청원에 찬성한 사람은 3000명이 넘는다.

"나 힘들어요" 보여주는 것… 학생 보호 조치 마련해야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가사를 담은 '대박자(대가리 박고 자살하자)'라는 노래도 등장했다. 이 노래는 반복적인 가사와 단순한 멜로디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6월 여성가족부가 이 노래를 '유해 매체'로 지정했지만, 지금도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김나현(부천 동곡초 6) 양은 "대박자 노래는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처럼 따라 부르기 쉬워 친구들이 자주 흥얼거린다"며 "힘든 일을 겪는 친구가 대박자를 들으면 더 슬퍼할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단순히 이 같은 콘텐츠를 보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모 양은 "처음 이 노래를 듣고 '나도 학원을 여섯 곳이나 다니는데 공부를 못한다. 나같이 쓸모없는 사람도 살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정운선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치관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이러한 콘텐츠에 노출되면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확산할 수 있다"며 "학생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해 인증샷에는 '내가 이만큼 힘들다'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며 "자해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고 평소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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