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기획] 못생긴 동물 생존권 보호

장지훈 기자

2018.10.02 15:59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못생긴 우리도 살아갈 수 있게 돌봐 주세요

기사 이미지
“SAVE THE SLUG(민달팽이를 지킵시다)”라고 쓰인 팻말을 든 사이먼 와트 영국 못생긴동물보호협회 대표./못생긴동물보호협회 홈페이지
매년 10월 4일은 '세계 동물의 날'입니다. 동물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라는 것을 알리고,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의 보호에 힘쓰자는 취지로 지난 1925년 만들어졌죠. 문자 그대로 동물이 주인공인 날입니다.

이런 기념일에도 주목받지 못하는 동물이 있습니다. 트리시 플레밍 호주 머독대 교수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동물 보전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동물의 외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코알라처럼 귀여운 동물에 관한 연구와 지원은 많지만, 박쥐 같은 못생긴 동물을 지키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죠. 외모가 경쟁력이 돼 버린 시대, 못생긴 동물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모든 동물이 판다가 될 수는 없어요"

플레밍 교수는 호주의 포유류 동물을 ▲귀여운 동물(캥거루 등) ▲평범한 동물(여우 등) ▲못생긴 동물(박쥐 등)로 분류해 1901년 이후 호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포유류 연구 논문 1400여 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못생긴 동물이 전체의 45%에 달했지만, 보호 활동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지난해 미국 존스홉킨스대 스미스연구원 연구팀이 내놓은 조사도 비슷합니다. 이들은 세계 최대 동물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에서 2007~2011년 모금한 금액의 대부분이 북극곰·판다·호랑이·눈표범·미어캣 등 인기 있는 동물에게 집중됐다고 밝히고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은 동물이 외면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사 이미지
영국의 '못생긴동물보호협회'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단체입니다. "모든 동물이 판다가 될 수는 없다"는 게 이들의 구호죠. 생물학자 겸 코미디언인 사이먼 와트가 2011년 창설했는데요. 과학자·음악가·코미디언 등으로 구성된 회원들이 영국 전역을 돌며 못생긴 동물도 보호할 가치가 있음을 알리는 강의와 공연을 펼칩니다. 수익금은 모두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있죠.

와트는 "판다와 사자도 소중한 동물이지만, 세이셸에 사는 긴다리지네도 똑같이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남아메리카 습지에 사는 넓적하고 시커먼 수리남두꺼비라고 해요.

기사 이미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에 주로 사는 긴코원숭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돼 있다.
"지금은 인류세"…

지구 전체가 거대한 동물원 될 수도

46억 년 전 탄생한 지구는 숱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생태계가 급변한 시점을 기준으로 ▲선캄브리아대(46억 년 전~5억8000만 년 전) ▲고생대(5억8000만 년 전~2억2500만 년 전) ▲중생대(2억5000만 년 전~6500만 년 전) ▲신생대(6500만 년 전~현재) ▲홀로세(1만2000년 전~현재)로 구분되는데요.

최근 학계에서는 홀로세를 더 잘게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인간 활동으로 생태계가 극심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산업혁명이 일어난 19세기 이후를 '인류세'라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후대에서 21세기 지질을 연구한다면 가장 많이 발견될 화석은 '치킨'의 흔적일 것"이라며 생태계를 짓밟는 인류의 행태를 꼬집었죠.

이런 상황에서 블롭피시, 아이아이원숭이, 별코두더쥐 같은 못생겼지만, 개성 넘치는 동물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헬렌 코프니나 네덜란드 헤이그대 교수는 이미 인간의 취향과 기호를 반영한 동물만 살아가는 '인류세 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코프니나 교수는 "인류는 일부 동물에게만 시선을 뺏긴 사이에 지구의 가족들을 잃어가고 있다"며 "인류는 다른 모든 종을 보호하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